한국어교원 취업의 진실(feat. 해외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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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중년의 재취업 일자리로 각광받는 한국어교원. 불과 2~3년 전만 해도 열심히 문을 두드리면 나이가 있어도 취업이 가능했다. 그런데 요즘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데....
넘치는 한국어교원
한국어교원은 국내외 대학 및 부설 기관,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초·중·고등학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어교원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부여하는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국내 다문화가정 및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꾸준히 늘고 있어 은퇴 이후 두 번째 직업으로 꿈꾸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8년 한국어교원 합격자는 6685명으로, 2008년 배출한 한국어교원이 842명인 것을 고려할 때 10년 만에 약 8배 늘어났다.
흥미로운 건 모든 연령대에서 자격증 취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30대의 경우 해외 단기 및 장기 거주 계획을 가지고 일을 구하려는 목적으로, 40대는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로, 50대는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한 목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20~30대와 취업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어교원 교육 기관에서 홍보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퇴직 후 한국어 교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중년의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나이와 돈이 문제, 결국 해외로
한 대학교 어학당에서 7년 동안 교원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온 김희옥 씨(53세)는 올해 초 학교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7년 전 교원으로 일을 할 당시 일주일에 20시간 정도 강의를 했던 그녀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강의 시간이 점점 줄더니 지난해 일주일에 8~9시간 정도밖에 강의 시간을 받지 못했다.
“법이 바뀌면서 주 15시간 이상 강의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에서는 정규직 채용이 힘드니 강의시간을 줄인 것인데, 강의시간이 줄면 급여도 줄어드는 거라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교원을 희망하는 젊은 지원자는 넘치고 저처럼 경력이 오래되고 나이가 많은 강사는 시간당 강사료가 젊은 사람보다 높으니 알게 모르게 눈치를 주더라고요.”
1년 단위의 계약직으로 근무를 했던 그녀는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계약을 연장해왔으나 지난번에는 갑자기 이력서를 제출하고 재면접을 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어교원 자격증 1급 외에 영어 능력 및 석사학위까지 있었고 지난해 학생들이 내리는 강의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던 터라 학교의 통보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결국에는 나이와 돈이 문제였어요. 예전에는 교원들이 자기 수업만 잘 챙기면 됐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수업 외 시간에 행정 일도 시키는데, 강의 시간 외 업무는 돈을 주지 않으니 저처럼 나이 많은 사람한테 시키기 어려우니까 불편한 거죠. 그래서 결국 교원 생활 7년 만에 포기한 거예요.”
그녀는 함께 교원을 했던 동료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국내 손꼽히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해 10년 넘게 교원으로 일했지만 50세에 가까워지면서 재계약이 되지 않고 1차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자 결국 중국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어떤 직업이든 젊은 사람을 선호하기 마련이죠. 한국어교원도 마찬가지예요. 젊은 고학력 고스펙 교원들이 이쪽으로 몰리고 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이쪽 일을 하는 걸 뭐라고 하진 않아요. 다만 중년 직업으로 교원 자격증을 광고하는 글을 보면 솔직히 마음이 좋지 않아요. 자격증을 땄다면 중년은 해외 취업을 노리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Interview
송연숙(45세)
스펙 : 국어국문학 학사 졸업,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
이전 : 방송작가
현재 : 태국에서 2년 계약으로 한국어교원으로 일한 지 1년째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태국의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중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출근해 일주일에 약 9시간 수업을 한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외에 제기차기, 한복 입기 등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수업도 한다. 태국은 현재 한류가 절정이라 한국에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 많다.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따게 된 계기는?
국문과를 전공한 것도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고, 졸업 후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면서 외국인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고, 교원 자격증을 따기 위해 회사에 다니면서 한국어학과로 편입해 교원 공부를 했다.
해외 취업을 선택한 이유는?
대외적으로는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실은 한국에서 교원으로 취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면접조차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자원봉사 개념의 해외 취업을 알게 됐다. 이곳도 경쟁률이 높았지만 다행히 성공해 나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기에서 쌓은 경력은 한국에서도 인정돼 나중에 돌아갔을 때 재취업을 시도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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