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직업백과 ③주택관리사] 정년 없고 취업 용이해 제2직업 선호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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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관리사 의무채용 확대로 수요 증가, 사회 경험 많은 중장년 원해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세 번째 순서로 ‘주택관리사’에 대해 알아봤다.
◇ 주택관리사, 왜 유망할까?
2020년 4월부터 주택관리사 의무채용이 확대가 되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공인중개사와 비슷하게 응시자격 제한이 없고, 나이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장
아파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관리하고, 주민들이 결정한 일을 진행하는 관리자다. 최근 공인중개사와 함께 꾸준히 인기가 있는 직업으로, 안정적인 고정 급여가 장점이다. 입주자대표회의 시 이해 갈등 조정 능력이 요구되며, 유사 업무 경험이 있다면 유리하다. 여성 주택관리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흔히 ‘아파트관리소장’ 등으로 알려진 ‘주택관리사(보)’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운영 관리하며 입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제공한다. 시설 관리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 관리, 민원 해결 등 다양한 소양과 업무 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사회 경험이 많은 중장년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공동주택, 아파트, 빌딩의 관리소장 또는 공사 및 건설업체의 운영·관리 책임자로 취업하거나 합동사무소나 주택관리업체를 창업하는 형태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정년 없이 활동 가능한 덕분에 제2직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업무는 크게 행정 관리와 기술 관리로 나뉜다. 먼저 행정 관리의 경우 예산 편성 및 진행, 관리비 산정 및 징수, 물품 구입 등 회계 관리를 비롯해, 사무(문서 작성 및 보관), 홍보(화보 발간), 인사(관리사무소 행정 및 기술 인력) 등을 이른다. 여기에 입주자 관리까지 담당하게 되는데, 일반 민원 처리는 물론 입주자대표와의 논의 등을 진행해야 하기에 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기술 관리는 건물의 유지 보수, 소화 설비, 안전 교육, 전기·가스·배수 및 승강기 설비 등의 업무를 아우른다.
장비 관리 및 유지 보수 등을 통해 입주민들의 안전 보장과 더불어 주택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커리어넷 직업정보에 따르면 주택관리사는 리더십과 통솔력, 책임감, 공정함 등을 갖춰야 한다. 입주민들 간의 각종 이해관계와 요구사항들을 조화롭게 중재하여 해결하는 합리적 사고방식과 문제해결능력, 대인관계능력도 필요하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전현국 대리는 “관리사무소장(주택관리사)은 공동주택을 전문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하여 입주민의 생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행정·기술 등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다. 책임자로서 근무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활기찬 성향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주택의 증가와 의무 관리 대상 아파트 및 주택관리사 의무 채용 확대 등으로 주택관리사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의무관리대상 아파트란?해당 아파트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자(주택관리사)를 두고 자치 의결기구를 의무적으로 구성하여야 하는 등 일정한 의무가 부과되는 아파트를 말한다(규제「공동주택관리법」 제2조제1항제2호). 의무관리대상 아파트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규제「공동주택관리법」 제2조제1항제2호 및 규제「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조).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서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지역난방방식을 포함)의 아파트 △규제「건축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 주택 외의 시설과 주택을 동일건축물로 건축한 건축물로서 주택이 150세대 이상인 건축물 △1.부터 4.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공동주택 중 전체 입주자등의 3분의 2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하여 정하는 아파트
◇ 주택관리사, 나도 될 수 있을까?
주택관리사가 되려면 먼저 국가자격인 ‘주택관리사보’를 취득해야 한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 합격 후 일정 기간 실무 경력을 쌓으면 ‘주택관리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주택관리사보는 응시 자격 제한이 없으며, 시험은 1차, 2차로 나뉜다. 1차는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 민법, 2차는 주택관리 관계법규 및 공동주택관리에 대한 내용이다. 응시생들의 합격률을 살펴보면 2차보다 1차 합격률이 저조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차 시험 합격률은 평균 15.5%로 타 자격시험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2차 시험 합격률은 평균 70.9%로 1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
주택관리사로 경력 인정 받으려면?△50세대 이상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의 근무 경력 3년 이상 △50세대 이상 공동주택관리사무소의 직원(경비원, 청소원, 소독원은 제외함) 또는 주택관리업자의 직원으로서 주택관리업무에의 종사경력 5년 이상 △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지방공사의 직원으로서 주택관리업무에 종사경력 5년 이상 △공무원으로서 주택관련지도·감독 및 인·허가 업무 등에 종사경력5년 이상 △주택관리사단체와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단체의 임직원으로서 주택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 5년 이상 △앞에 언급된 경력을 합산한 기간 5년 이상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73조)
이에 전현국 대리는 “주택관리사(보) 1차 시험 과목은 민법,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으로 평소에 접할 일이 없는 내용이라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차분히 습득하길 권한다. 2차 시험은 공동주택 관련 법규, 공동주택관리실무로 1차보다는 공동주택의 관리업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들로 구성된다. 아파트에 거주하시거나, 평소 관리사무소와 단지의 상황을 관심 있게 봐뒀다면 좀 더 쉽게 접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응시 현황을 살펴보면 전 연령대 중 50대 응시자가 가장 많다. 합격자 수도 마찬가지다. 가령 2022년의 1차 시험의 경우 50대 합격자는 1482명으로 20대(48명) 합격자의 30배가 넘는 수치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수치가 실제 50대 주택관리사의 수요가 높은 현상을 보여주는 결과라 해석했다. 전 대리는 “주로 40~50대 쯤 퇴사를 하는데, 정년이 없다는 장점 덕분에 주택관리사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일찍이 주택관리사를 선택하는 젊은 세대도 늘어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정년이 없는 것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 후 취업으로의 연결이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격증 취득 후 주택관리사(보)가 되면 법규상으로는 500세대 이하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제 막 자격만 취득하고, 주택관리에 대한 경력이 없다면 즉시 현장에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되기란 쉽지 않다. 대한주택관리자협회 관계자는 “매년 2차 합격자 발표가 날 때 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위탁사(주택관리업자)들은 공채를 모집한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하면 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관리사무소장 배치 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교육·안전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교육을 미리 받아두거나, 협회 산하 각 시도회에 문의해 취업 관련 오리엔테이션 등에 참여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Interview] 정우석 주택관리사 “정년 없이 워라밸 지키며 일할 수 있어 만족해”2018년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정우석(42) 씨는 현재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체로 50~60대가 선호하는 직업이었던 주택관리사에 일찍이 관심을 보이게 된 건 친구 어머니의 조언 덕분이었다.
“친구 어머니께서 주택관리사 일을 하셨어요. 정년 없이 능력이 되는 한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며 추천해주셨죠. 그런 설명이 제겐 설득력 있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2018년에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해서 그해에 취득했습니다. 이전에 부동산 관련 일을 했었는데,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시험 과목이 유사해 공인중개사와 연달아 준비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정우석 씨는 자격증 시험 합격 후 한 달 여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는 시험 준비부터 취직까지 탄탄대로 흘러간 셈. 그는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자격 취득 후 구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면 1년 이내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취업 후 업무 환경과 강도는 어떨까? 주택관리사 6년차, 정우석 씨는 현재 하는 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 보장되고,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이나 대체 휴일 등이 잘 이뤄진다는 게 주택관리사의 장점인데요. 사실 어떤 사업장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업무 환경이나 강도는 다를 수 있어요. 저도 예전에 일했던 곳은 업무 강도가 센 편이었죠. 이 또한 어느 정도는 구직자가 선택적으로 조절 가능하다고 봐요. 만약 업무 강도가 세더라도 주택관리사로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수입도 올리고 싶다고 하면 그에 맞는 사업장에 지원하면 되고, 아니라면 규모가 작고 월급이 적더라도 좀 수월한 곳을 찾으면 되니까요.”
관리소장으로 일하며 정우석 씨가 체감하는 주택관리사의 주요 덕목은 대인 관계와 소통 능력이다. 아무리 행정과 관리 업무를 잘해도 입주자나 입주자 대표와 마찰이 생기면 업무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입주민과의 다툼으로 쫓겨나듯 해고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때문에 이런저런 민원을 응대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주택관리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계나 운영 관리는 물론이고 법령에 대한 정보나 기술적인 부분도 숙지해야 하니까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건 입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봐요. 아무리 작은 단지라 해도 150세대고, 많게는 2000세대도 관리해야 하는데,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응대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정서적 노동 강도가 적지 않은 편이죠. 대인 관계가 어렵거나 이러한 감정 노동을 원치 않는 분이라면 이 일이 힘들 수도 있어요.”
정우석 씨 역시 입주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주택관리사로서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체력이 되는 한 이 일을 오랫동안 해나갈 계획이다.
“한때는 이 일로 어떤 경지까지 올라가겠다, 돈은 얼마를 벌겠다는 포부도 있었는데요. 요즘은 그런 욕심이나 집착을 버리고, 일 이외의 삶에도 충실하려고 해요.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이라고도 하죠. 한 20~30년은 능력이 닿는 한 이 일을 하면서, 제 일상을 돌보고 싶습니다. 그런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는 게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이 갖는 메리트이기도 하죠. 한편으론 그런 점에서 현역 때보다는 더 유연한 직업을 원하는 퇴직자들이 주택관리사를 선호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자료 제공 및 도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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