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코로나·디지털 태풍…충격 줄이려면 직업훈련 확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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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능력개발 변화와 혁신' 특별 좌담회
4차산업혁명·고령화가 메가 트렌드
AI·빅데이터 등 인력양성 서둘러야
K디지털 플랫폼 20곳으로 확충
실업난·인력난 동시 해결 기대 커
전기차 시대 본격화 임박
내연기관 근로자 실업대책 시급
왼쪽부터 백승현 한경 좋은일터연구소장(사회), 백시욱 현대로템 기술교육원장, 이정근 솔트웨어 대표,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류경희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 김병언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위축과 함께 비정규직·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현장 곳곳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용 불안도 심해지고 있다. 전기차 확산에 따른 내연기관차 생산 축소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급격한 전환에 대응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노동시장에 걸맞은 직업훈련 시스템으로 서둘러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일학습병행법 시행 1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직업능력개발의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27일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어수봉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류경희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 백시욱 현대로템 기술교육원장, 이정근 솔트웨어 대표,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백승현 한경 좋은일터연구소장(사회)=코로나19가 비대면 등 디지털 혁명을 앞당겼다.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류경희 국장=직업능력개발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근로자의 직업능력 향상을 넘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이탈을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 노동시장 울타리 안에 근로자가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근로자들을 어디에 얼마만큼 취업시켰다는 차원이 아니라, 이 사람들을 노동시장 안에 계속 담아둘 수 있는 ‘대기 그릇’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직업훈련 정책이 가야 할 큰 방향이다.
▷어수봉 이사장=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혁명과 함께 또 다른 메가 트렌드는 고령화다. 1970년대 초반에는 연간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지금은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도 안 된다. 50년 사이 인구구조가 이렇게 빨리 변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미래 먹거리라 불리는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신기술 분야의 인력을 하루빨리 양성해야 하는 이유다.
▷이우영 교수=직업훈련 서비스를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훈련 품질을 높여야 한다. 이 말은 훈련에 투입되는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직업훈련에 투입되는 예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안다. 다행이긴 하지만 직업훈련 시스템 전반을 혁신할 수 있도록 재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다.
▷사회=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직업훈련 강화 차원에서 정부는 최근 K-디지털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직업훈련 방안을 내놨다.
▷이정근 대표=기존의 일학습병행제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교육 내용을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위주로 바꾸고 다변화해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 큰 숙제라지만 IT·소프트웨어 분야는 늘 사람이 부족해서 문제다. 이런 점에서 K-디지털플랫폼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으로서 기대가 크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도 있지만, 문과 출신도 6개월 정도만 교육받으면 충분히 IT·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류 국장=4차 산업혁명이나 IT 분야 훈련에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 이를 개별 기업이나 개인이 마련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K-디지털플랫폼이란 훈련의 전당 또는 무대를 전국 주요 지점에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지역별 거점형 디지털 융합 훈련 플랫폼이 전국에 5곳 있는데 내년까지 2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회=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직업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국민내일배움카드(내배카)는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기업 차원의 직업훈련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 이사장=내배카와 비슷한 기업 지원 제도도 있다. 기업직업훈련카드, 줄여서 ‘기직카’라고 한다. 기직카는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직무와 관련된 교육훈련을 시행하면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기직카는 내배카가 지닌 사용 편의성은 물론이고 기업의 니즈를 고려해 기존 훈련기관 외에 민간의 우수 훈련기관도 참여할 수 있다. 올해 7월 시작한 기직카는 현재 시범사업 단계며, 59개 기업을 대상으로 1099개 과정이 선정됐다. 수혜 대상 기업도 500곳에서 2000곳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 교수=기직카는 기업의 직무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카드다. 내배카는 개인의 능력개발 위주라 성격이 다르다. 기직카는 특히 행정 절차를 완화해주기 위해 내놓은 카드다. 두 카드가 기업과 개인, 산업에 잘 융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백시욱 원장=행정적 진입장벽 문제도 있겠지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중소기업 훈련을 지원하면서 기업 실무 담당자들에게 이런 제도가 있다고 백날 얘기해줘도 먹히지 않는다. 직접 기업 CEO에게 유익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제도 설계도 중요하지만 CEO의 마인드도 중요한 변수다.
▷사회=탄소중립 추진 등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직업훈련 시스템에도 혁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백 원장=유럽은 물론 현대자동차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 버스와 트럭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연기관차 분야의 2차 이하 하청업체가 수만 개다. 여기에 속한 수많은 근로자가 한두 달 안에 전기·수소차 생산 근로자로 전환되겠는가. 국가적 차원의 공동훈련센터 설립 등 하루빨리 로드맵을 짜고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류 국장=동의한다. 전기차로의 노동시장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노동 전환은 점진적일 수 없다. 말단의 하청업체에까지 한꺼번에 닥칠 문제다. 노동 전환에 따른 고용 위기와 함께 신산업 분야 인력 부족 문제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총동원 체제가 필요하다.
■ 참석자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류경희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백시욱 현대로템 기술교육원장
이정근 솔트웨어 대표
사회=백승현 한경 좋은일터연구소장
기사출처 : 한국경제 곽용희 기자.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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