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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식 임금 줄여야 고령자 재취업·청년 고용 ‘숨통’ [심층기획 - 고령사회 ‘연령주의 극복’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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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326회 작성일 21-12-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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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정년연장·연공서열 탈피 과제

300인 이상 기업 60%가 호봉제 운영
인건비 부담으로 청년 고용 저해 불구
노사 이해 관계 첨예해 손대기 힘들어

정부 차원 연공성 완화 제도 개선 추진
기업선 임금인상률 차등 개혁 나서야
정년 늘려도 모든 계층 고용 효과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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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의 한 팝콘 생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A(61)씨는 법정 정년인 만 60세를 넘긴 ‘근로자’다. 친구들은 정년퇴직을 하거나 사측의 눈치와 압박에 못 이겨 이른 명예퇴직을 한 뒤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날마다 일터로 출근하는 건 A씨뿐이다.

A씨의 직장은 지난해 정년을 만 62세로 늘렸다. 임·직원이 120여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인건비 부담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통 큰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임금 개혁’이 있다. 이 기업은 노무 컨설팅을 통해 기존의 ‘연공급제’ 임금체계를 ‘직능급’ 체계로 전환했다. 예컨대 생산직의 경우 직능단계를 기초작업자, 실무자, 숙련작업자, 고기술 및 현장관리자 등의 4단계로 설정하고 각 직능에 맞는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연공급제에서 탈피한 임금체계 도입이 생산성과 괴리된 인건비 부담을 줄여 고령자 재고용뿐 아니라 청년고용 확대에도 기여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정작 고용 효과가 큰 대기업 등은 연공급제를 고수하는 실정이다. 이에 취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기업들이 ‘연령주의’에 매몰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일자리를 둘러싼 고령자와 청년층의 세대 갈등이 심화하는 지금 임금체계 개편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60% 호봉제… 경직된 기업문화 넘어야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체 노동시장에서 연공급제의 대표 격인 호봉제 도입 비율은 13.7%에 그친다. 다만, 이는 조사 대상 164만여개소 가운데 약 60%(100만여개소)를 차지하는 ‘무체계’ 기업까지 계산에 포함한 수치다. 이런 기업은 임금체계가 아예 존재하지 않고 최저임금으로 굴러가는 영세 업체들이다. 임금체계 관련 통계에서 사실상 ‘허수’에 가깝다.

 

정식 임금체계를 갖춘 나머지 약 64만여개소를 기준으로 비율을 따져보면 호봉제 도입 기업은 35.5%에 이른다. 특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호봉제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같은 조사에서 상시 근로자 수가 300인 이상인 기업은 60.1%가 호봉제를 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100~299인 54.3%, 30~99인 41%, 10~29인 32.4%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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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다. 직원의 역량보다는 ‘그 사람이 해당 기업에 얼마나 오래 다녔느냐’에 임금 수준이 좌우된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청년 고용 여력까지 저해하는 요소이지만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해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처지다.

경직된 기업문화도 임금체계 개편을 막고 있다. 기업들이 직능급, 직무급 등을 도입하려면 당장 기업 내 여러 직무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이는 자칫 사내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채 문화가 센 대기업일수록 직무 가치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사내에서 극심한 신경전이 오갈 수 있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이 임금체계 개편에 소극적이면,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들의 몫이다. 지난해 5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정년 연장 수혜자가 1명 늘어날 경우 청년 고용이 0.2명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55~60세) 5명이 정년 연장 혜택을 보면 청년(15~29세) 1명이 취업 기회를 잃는 셈이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고령층 일자리 증가가 청년층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은 특히 대규모 업체 등에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기존의 연공급제 하에서 정년 연장을 도입한 대기업들이 고용 여력이 악화돼 청년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다.

◆섣부른 정년 연장, 갈등만… ‘임금 개혁’ 먼저

정부는 만 60세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정년을 늘리는 ‘고용연장’ 공론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고용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월부터 고용연장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고용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도 포함돼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는 세대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연공급제의 여파로 장기 근속자에 대한 임금 부담이 큰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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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10인 이상 사업체의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8089달러(약 956만원)였다. 이는 일본(5433달러), 유럽연합(EU)·영국 평균임금(5543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근속 1년 미만인 신입과의 월평균 임금 격차 역시 한국이 2.95배에 달하는 반면 일본은 2.27배, EU·영국은 1.65배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고령화, 생산인구 절벽과 맞물려 고용연장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주요 생산인구(25~59세)가 약 315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연공성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기업 차원에서는 능력에 따른 임금인상률 차등을 비롯한 임금 개혁을 이뤄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정년을 연장해도 고령층과 청년층이 모두 그 효과를 누리려면 임금체계 개편이 선결 과제다”며 “연공주의 타파로 임금 합리화를 이뤄내면 기업 차원에서 비용 관리 능력이 향상돼 청년 추가고용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능력 순으로 대우받는 임금체계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청년층이 팀장급으로 일해도 나이가 많은 상대방이 존중해주는 문화가 전제돼야 (임금 개혁이) 수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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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처 : 세계일보 이진경 기자.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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