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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 홀로서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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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362회 작성일 22-02-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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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은잡×라이프앤커리어디자이너스쿨] 박정규 경기대산학협력 교수_1편

은퇴 후 가족과 다툼이 잦다면, 홀로서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

퇴직 준비 일순위는 혼자 설 수 있는 공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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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이후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뭘까.


“퇴직하고 나니 넘치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와이프가 그동안 고생했다고 하더니 점점 눈치를 주더라.”

“가족들과 있다 보니 자꾸 싸울 거리만 생기더라.”

퇴직하고 맨 처음 한 게 바로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간 겁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걸 함께하며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3일 만에 싸웠습니다. 아내와 매일같이 싸우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함께 행복하게 살자는 다짐으로 떠난 여행에서 3일 만에 싸웠습니다.

생각해보니 30년 결혼 생활 동안 1분 1초도 안 떨어지고 3일 내내 같이 있어 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서로 기분이 상하면 내가 보기 싫은 아내는 백화점으로 나가던가,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날이 평일이라면 제가 출근을 하던가 했었습니다. 서로의 감정은 자연스레 진정되고 사그라졌습니다. 그런데 해외여행이라는 공간은 잠시도 서로 떨어짐 틈을 주지 않더군요. 그게 싸운 진짜 이유였습니다.

30년을 조그만 식당에서 아내와 함께 일을 했던 친구가 그러더군요. 작은 식당에서 일하면 같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주방은 자기 공간이고 테이블과 계산대는 아내의 공간이랍니다.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 따로 있는 거랍니다. 그러니까 30년을 함께 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거랍니다.

누가 젖은 낙엽처럼 붙어있는 배우자를 좋아합니까.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배우자가 아니더라고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자신이 먼저 홀로 서지 못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건 함께 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매달려 사는 겁니다.

누가 내 행동을 간섭하고, 구속하고, 휘두르려 하는 배우자를 좋아합니까. 누가 끝없이 요구하는 배우자를 좋아합니까. 배우자가 아니라 나를 길러준 부모라도 간섭하고, 구속하고 휘두르려 한다면 함께 살 수는 없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을 홀로 서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건 함께 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매달려 사는 겁니다.

매일 자기가 꿈꾸는 일을 하고, 해가 지면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게 그게 진짜 함께 하는 겁니다. 오롯이 홀로 설 수 있는 자기가 없으면 함께는 없습니다. 각자가 홀로 서서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그게 진짜 함께 하는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눈치를 준다는 건 내가 아이처럼 배우자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칭얼거리고 있는 겁니다. 이상하게 자꾸 가족과 싸울 거리가 생기는 건 내가 누군가를 간섭하고 구속하고 휘두르고 있는 겁니다. 먼저 홀로 서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먼저 홀로 서야 합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게 바로 홀로서기, 걷기였습니다. 홀로 걷기 시작한 내 돌배기 아이의 자랑스러워하는 얼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30여 년간의 긴 사회생활이 앗아간 게 바로 홀로 서는 능력입니다. 내 인생을 채울 수 있는 가치 있는 것, 의미 있는 일, 재미있는 여가생활을 회복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가족이 채워줄 수 없는 일입니다.

퇴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바로 혼자 설 수 있는 공간과 나에게 소중한 의미 있는 것을 되찾는 일입니다. 동네 도서관일 수도 있고, 사회교육센터일 수도 있습니다. 홀로 설 수 있어야 그제야 주변을 바라볼 여유가 생깁니다. 그제야 가족들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습니다.


기사 출처 : 서울경제, 2022.02.22, 박정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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