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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산에 대한 사랑을 묵묵한 행동으로 꽃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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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409회 작성일 22-09-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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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나 줍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키는 이 행동은 누가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라 산을 자주 오르다 보면 절로 환경을 생각하게 되어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고.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는 봉사 활동을 이미 8년 전부터 꾸준히 실천해 온 모임이 있다. 바로 북한산국립공원 자원봉사 모임인 ‘토요동행’. 벌써 400회 가까이 자원 봉사를 했다는 이 모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들을 모이게 하고, 움직이게 하고, 산을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지 물었다.

기사 내용

 

 

 

토요동행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나요?

 

 

저는 북한산만 30년 넘게 다녔어요. 처음에는 북한산을 걷고 오르면서 풍경을 누리고 제 건강만 챙겼지요. 그런데 자주 오르다 보니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쓰레기 봉투를 챙겼고, 북한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쓰레기를 줍다 보니 하나둘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죠.

 

2015년 8월, 북한산시민보호단이라는 이름으로 봉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100회 활동을 맞은 2017년 6월, 이름을 ‘토요동행’으로 바꿨어요. 토요일에 항상 함께한다고 해서 토요동행이죠. 처음에는 30여 명의 회원이 활동했는데 지금은 두 배 이상 늘었고, 매주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인원도 20명이 넘습니다. 70대 대학교수부터 40대 직장인까지 직업도 연령도 다양하지요.

 

 

매주 토요일마다 빠짐없이 모인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모여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북한산국립공원북한산성분소를 기점으로 환경 정화 활동을 펼칩니다. 일부 단원은 평일에도 수시로 북한산을 찾아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훼손지 복원, 토종 야생화 심기,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 둘레길 배수로 정비 및 환경 정화, 나무 데크에 오일 스테인 칠하기, 공원 내 시설 점검 등 북한산에서 저희가 하는 일은 무척 다양해요. 계절별로 안전 산행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펼치고, 큰 행사가 열릴 때면 주차장 교통 정리까지 직접 나서기도 하고요. 모두 북한산을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활동이지요.

 

이렇게 시작된 봉사 활동은 농촌 봉사, 수해 복구, 코로나19 백신 도우미, 연탄 배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어요. 덕분에 2020년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도 받았습니다.

 

 

 

 

왜 북한산인가요?

 

 

일단 저희들이 모두 북한산을 무척 사랑합니다(웃음). 북한산은 매년 600만 명 가까운 탐방객이 찾습니다. 게다가 산이 워낙 넓어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만으로는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죠.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393차 모임에서는 수문 터 위에 북한산 깃대종(한 지역의 생태계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식물을 뜻하는 말로, 그 지역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개척자라는 이미지를 깃발의 의미로 형상화해 깃대라는 표현을 사용함) 산개나리 80주를 식재했어요. 이곳은 원래 상가가 있던 민가였는데, 2000년대 중반 이전하면서 훼손된 채 공터로 남았습니다. 여기에 북한산 깃대종 산개나리를 심음으로써 자연 상태로 복원한 것이지요.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묘포장에서 산개나리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80여 주의 산개나리를 회원들이 직접 묘포장에서 캐내 어깨에 메고 500m를 옮겨 다시 수문 터에 식재했죠.

 

 

쉽지 않은 작업이었겠네요.

 

 

땅에 뭔가를 심으려면 구덩이를 깊게 파야 하는데, 이 일이 가장 힘들어요. 돌이 나오기도 하니 기계 대신 사람이 직접 삽을 가지고 파내거나 곡괭이질을 꽤 해야 충분한 깊이의 구덩이를 만들 수 있거든요. 또 산개나리를 심은 후에는 물을 충분히 많이 줘야 하는데, 비탈진 계곡에 내려가 일일이 물을 퍼 나르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땅 파는 사람, 심는 사람, 물 퍼 나르는 사람 등 묵묵히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 회원들 덕분에 가능했지요.

 

 

가장 기억에 남고 뿌듯했던 활동을 꼽는다면요?

 

 

지난 2019년 3월에 했던 둘레길 벌개미취 동산 조성 활동입니다. 13주 동안 단원들이 공들여서 이동산을 조성했는데, 일일이 돌을 골라내고 땅을 다지면서 만들었지요. 벌개미취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종 야생화입니다. 꽃이 참 소담스러운데 서리가 내릴 때까지 핍니다. 벌개미취가 있는 곳에는 단풍잎돼지풀, 미국자리공, 서양등골나물 등 외래종 잡초가 뿌리내리지 못하죠.

 

 

 

 

토요동행만의 활동 원칙이 있나요?

 

 

‘우리가 찾아서, 우리가 알아서, 우리가 가꾸는’ 이것이 토요동행의 슬로건입니다. 단원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일방적으로 봉사 활동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원들 스스로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또한 자원봉사 활동가 교육, 외부명사 특강, 타 지역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자원봉사 활동의 가치를 단원들 스스로 재조명하고 시간과 재능을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요.

 

 

토요동행에 참가하려면 조건이 있나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식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인턴십이 필요합니다. 6개월 또는 10회 이상 토요 봉사 활동에 참여했을 때만 정식 회원이 될 수 있지요.

 

 

참가 비용이 있나요?

 

 

회비는 1년에 3만6000원입니다. 최소한의 회비를 두는 건 단원들이 소속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회비는 외부 봉사가 있을 경우 물품이나 입장권을 구매할 때 사용하고, 식비 등의 경비로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300만 원 이상 적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이고요.

 

 

커뮤니티를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요?

 

 

토요동행은 회원들의 배려와 신뢰로 유지됩니다. 보수, 명예, 인정, 혜택, 자랑은 멀리하지요. 자원봉사는 시간이 남아서, 할 일이 없어서, 시간 때우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산을 지킨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봉사하면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 자원봉사를 통한 행복감, 산을 오르내리며 다져지는 건강 등이 덤으로 따라옵니다. 회원들 간 원활한 소통과 끈끈한 연대도 소중한 자산이지요.


기사출처: 전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