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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기부터는 왜 나누며 살아야 할까요?
50~60대는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그동안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획득하고 축적하느라 애쓰면서 보냈으니 이제는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때지요. 행복은 나 혼자 잘 산다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 인( )’ 자가 두 획이 서로 기댄 형태로 이루어져 있듯이, 인간은 서로 주고받는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존재거든요. 나눔이 바로 주고받는 일이고요.
나누고 살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나눔은 생각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동해 본 사람만이 그 기쁨을 느낍니다. 에베레스트산에는 8000m 넘는 13개의 봉이 있는데, 등산가들이 그 산을 다 오르려고 하는 이유는 그곳에 가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 있기 때문이지요. 나눔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눔을 실천해 본 사람만이 느끼는 기쁨이 있지요.
남을 위해 무언가를 나누면 자신은 상대방으로부터 기쁨과 보람,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기회를 얻습니다. 인간은 원래 주고받으며 사랑을 느끼는 관계적 존재이니까요.
나눔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해온 곳이 있는데, 환자가 숨을 거두기 전 호스피스가 질문 하나를 던졌대요. “앞으로 한 달 동안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요. 모든 사람의 대답은 한 가지 “가까운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50대에 삶을 마무리한 스티브 잡스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인생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으나 아내, 아이들과 보낸 시간은 적었다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신을 돌보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남겼지요. 삶을 얼마 남기지 않고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 건 정말 안타깝습니다. 눈앞에 있는 작은 이익 때문에 '소탐대실'하지 마시고 나중에 후회할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후회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것을 메워줄 수 있는 게 바로 나눔입니다.
나누는 것도 좋지만 사람에게는 더 많이 갖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지요. 1억을 목표로 한 사람이 1억을 모으고 난 후 다시 100억을 벌고 싶어 한다면, 그 사람은 99억이 모자라다는 결핍을 느끼게 됩니다. 그럼 이 사람은 부자일까요? 내가 가진 게 부족하다 느끼면 그 인생은 한없이 부족하고, 이 정도로 보람 있고 충분하다 느끼면 그 인생은 부유합니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후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다가 지금 선진국 문턱까지 왔지만, 오히려 결핍을 느끼는 사람은 더 많아졌습니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다 가져야 한다는 욕망 때문에 결핍이 생기는 거죠. 이런 사람은 항상 누군가의 아래에 있다는 패배 의식에 젖기 쉽습니다. 반대로 ‘나는 이 정도면 됐다’ 생각하면 남의 눈치를 보거나 비굴해질 이유가 없고요. 내 삶에 보람을 느끼며 당당할 수 있고, 그러한 여유로움 속에서 창조성도 생길 수 있어요. 그게 바로 부자의 삶, 제가 생각하는 부자의 정의입니다.
그렇다면 물질이 아닌,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더 잘 나눌 수 있겠군요.
세계 어느 나라나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계층은 중하층입니다. 상상, 상중, 상하… 이런 식으로 아홉 계층으로 분류했을 때, 중간도 아닌 중하층에서 가장 많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요. 많이 가졌다고 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물질적 도움이 아닙니다.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으로 편견 없이 대해 달라는 것이 그분들의 첫 번째 바람이에요.
시니어에게는 어떤 나눔 방식이 좋을까요?
물질적 기부를 할 수도 있지만, 재능 기부 같은 봉사 활동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제가 아는 분이 교장으로 퇴임하셨는데, 퇴임 후에도 학교에 나가 화단 가꾸는 봉사를 하십니다. 건강에도 좋고 제자들을 계속 볼 수 있으니까요. “선생님, 흰머리가 너무 많이 나셨어요” “건강하세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답니다.
우리가 봉사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다양합니다. 아이들에게 구연 동화를 들려주거나 중·고등학생 아이들에게 역사적 경험 등을 들려줄 수도 있겠죠. 처음에는 나눠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가, 봉사 활동을 하다 보면 점점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나눔이라는 게 좋은 겁니다.
최근 유산 기부에도 시니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현금과 부동산, 미술품 등 재산을 많이 축적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유산을 기부하고 싶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 아직 제도화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을 공공미술관에 기부한 것처럼, 일본이나 유럽 미술관의 소장품 중에는 유산기부가 많습니다.
우리도 제도를 빨리 만들어 집이나 토지, 미술품 등 다양한 유산 기부가 보다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유언장을 미리 써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산을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미리 써두었다가 공증을 받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부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통합하고 갈등을 해소하며 국가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중요한 일입니다.
유산 기부를 결심할 때 마음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녀들인데요.
유산 기부는 자녀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힘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녀들에게 득이 됩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에게 큰 기대를 하고 마치 투자하듯이 쏟아붓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요. 한 가정에서 자녀를 충실하게 키우면서 보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세상의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빈부 격차가 벌어지면 우리가 각자 잘산다고 해도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혈연이나 지연 등에 얽매이지 말고, 낯선 사람이라 해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다 관심을 가진다면 궁극적으로는 나와 자녀의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나눔은 사회에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도구입니다.
기부 문화도 시대의 특성에 따라 트렌드가 있지요?
예전에 현금보다는 현물을 기부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게 필요치 않은 물품을 제공하게 되거나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요. 최근에는 현금으로 지속적인 약정 기부를 하는 분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디지털 산업의 발달과 함께 빠르게 부를 축적한 50대들의 기부가 양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긍정적입니다.
1조원의 자산가들이 사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세계적 기부 클럽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카카오 김범수 센터장과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이사가 서약을 했죠. 이런 행동이 많은 분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도 함께 기부 사업을 펼치는데,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지원하기 위해 과학적·전문적 기부 방식을 선택합니다. 젊은 세대들은 물질보다도 자신이 가진 재능과 전문성을 기부하고, 대상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기부를 합니다. 이런 부분은 시니어들도 꼭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누며 살기로 결심한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나눔에도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우선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부터, 쉬운 것부터 하십시오. 그리고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이왕이면 지속적으로 하십시오. 마지막으로는 지금 바로 행동에 옮기십시오. 부담되는 계획으로 중도에 포기하기보다는 단 1000원이라도 꾸준히, 지금 바로 시작하는게 좋다는 말입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물질과 행동을 복합적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금액을 기부하면서 상대방에게 편지를 쓰는 것처럼요. 특히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현장에 직접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관계를 맺고 나누며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자 행복의 근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사출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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