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월급 만큼만 일할래요"…MZ세대의 '조용한 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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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시작된 '조용한 사직'
정해진 시간에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
"일을 삶 최우선에 두지 않겠다" vs "삶은 그만두는 것과 같아, 도태될 것"
미국을 중심으로 '조용한 사직' 열풍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이들은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안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방식을 원한다. 사진은'조용한 사직' 동조하는 틱톡 게시물. 사진=틱톡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직장인 2년 차 A 씨는 최근 '조용한 사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입사 후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이었다며, 어느 날 '월급은 똑같은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퇴사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 퇴사 상태라 초과근무보다 퇴근 후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나를 더 성장하게 한다"이라고 덧붙였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실제 퇴사를 하진 않지만, 마음은 일터에서 떠나 최소한의 업무만 하려는 태도다. 조용한 사직 은 미국의 엔지니어 자이드 펠린의 틱톡 영상에서 시작됐다.
해당 영상에서는 그는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며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영상은 약 400만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용한 사직'이라는 해시태그가 담긴 게시물들이 빠르게 퍼졌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6월 미국 직장인 1만509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50%가 심리적으로 회사와 격리된 '조용한 사직자'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용한 사직 열풍에 대해 "직장인이 개인 생활보다 일을 중시하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더는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계에선 현재 조용한 사직이 유행하는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정리해고와 초과 근무에 지친 노동자들을 꼽았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대대적 해고가 발생했고 이후 돌아오지 않는 노동자들로 인해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렸다. 그런 상황에서 직장에 남은 직원들은 추가 업무로 과로에 시달린 결과가 결국 조용한 사직을 유행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퇴사를 맞이한 직원들은 "굳이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 연연하지 않아도 돼"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용한 사직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조용한 사직 유행이 일려는 조짐이 보인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12월 직장인 3293명을 대상으로 '요즘 직장인의 자세'를 조사한 결과, 70%가 "딱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답했다.
3년 차 직장인 B 씨는 "대학 생활부터 취업까지 숨 가쁘게 달려와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지만 결국 남는 건 없더라"고 말하며 "지금은 일도 인간관계도 최소한으로 하는 중이며 초과근무는 더더욱 하기 싫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지난해 아등바등 노력하지 않고 최소한의 벌이로만 생계를 유지하자는 뜻의 '탕핑주의'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탕핑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굳어지면 안정적인 사회구조를 위협하게 된다"고 경고하며, 조용한 사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용한 사직은 근무 태만과 낮은 업무 몰입도, 의욕 저하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지적도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필수인데 조용한 사직을 통해 조직 내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허핑턴포스트 창업자인 아리아나 허핑턴 스라이브글로벌 CEO는 "단지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삶을 그만두는 것"이라며 '조용한 사직자' 열풍을 비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또한 "회사는 필요할 때 기꺼이 나서는 인력으로 굴러가게 돼 있다"며 "조용한 사직 유행은 회사뿐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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