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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2막]“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완장’ 떼는 연습부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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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540회 작성일 20-09-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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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장서 ‘은퇴준비 전도사’로 변신한 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

복지사ㆍ상담사ㆍ제과제빵 등 시행착오 겪다 리더십 코스 수강

은퇴준비 주제로 강의 특화 “필요없는 것 버리는 연습부터 해야” 


“나처럼 살지 마세요.”

인터뷰를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은퇴 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그에게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다.

순간 말문이 막혀 멍한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퇴직을 해보니 마치 4거리 교차로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심정이 앞섰다.

은퇴 준비를 위해 10여년 간 시간과 돈, 열정을 쏟았고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전직 경찰서장에서 ‘퇴직준비 전도사’로 변신한 정기룡(63)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은 “경찰이면 누구나 꿈꾸는 무궁화 4개(총경)를 어깨에 달았지만,

너무 일찍(55세) 퇴직해 헤매던 나를 반면교사 삼아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그러면서 ‘퇴직 후 성공한 삶’을 이야기하기 전 자신의 시행착오를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40대 때부터 퇴직 준비를 시작했다. 계기는 1990년 서부경찰서 재직 시절 발생한 직원의 업무 중 사고였다.

당시 한 직원이 경찰청 사무감사를 앞두고 업무과중으로 산에 서류를 버렸다. 이 사건으로 서장은 직위해제 되고, 담당자는 구속됐다.

그는 “공무원은 아무 일없이 정년 퇴직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닫고

퇴직 이후 삶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직에서 할 수 있는 퇴직 준비를 궁리하던 끝에 우선 야간에 대학원을 다니면서 석ㆍ박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업무에 충실하면서 불철주야 학업에 매진했다.

그렇게 충남대대학원에서 법학석사, 한남대대학원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석ㆍ박사 학위가 퇴직 후 인생을 지켜주진 못했다.


이번엔 사회복지사가 유망하다고 해 2급 자격을 땄다. 하지만 주변엔 이미 많은 복지사가 있었고, 역시나 별 도움이 되진 않았다.

학교폭력 상담사도 생각했지만 모든 경찰이 갖고 있는 것이어서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는 퇴직자들이 찾는 대표적 기술 가운데 하나인 제빵ㆍ제과도 섭렵했다. 그는 “대전 대덕서장 시절에 학원을 1년 6개월이나 다녀 제과ㆍ제빵기능사를 따는데

이것도 사업이라 대형 베이커리(빵집) 때문에 창업이 쉽지 않았다”며 “대전의 대표 제과점이라는 성심당 학원에서 수제 초콜릿 6개월 과정도 수료했지만

역시 별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웰빙식품이 인기를 끌 것이란 판단에 손두부 사업도 생각했다. 대전 구즉의 묵마을 두부집에서 손두부 만드는 기술을 6개월간 배운 뒤 집 앞마당에 가마솥까지 걸고

사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지인들을 불러 두부 한 번 만들어 나눠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빵보다는 떡이 대세’라는 말에 떡장사도 준비했다. 조리학원에서 아내와 같이 떡 만드는 기술을 6개월 간 배우고, ‘떡 명장’에게 6개월간 개인지도를 받았다.

대전 재래시장 떡집에서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1년 6개월 간 떡만들기 실습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퇴직 후 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떡집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노후에 하기는 부적절하다”며 “떡집을 차리는 것보다 맛난 떡을 사먹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공인노무사에 도전했다가 쓴맛도 봤다. 대전 청사경비대장 시절 3개월 동안 주말마다 서울 신림동 학원을 다녔다. 그렇게 1년 동안 공부를 했는데 시험 직전 영어가

토익 700점으로 바뀌면서 접어야 했다. 영어 과외까지 받았지만 점수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는 “공인노무사 시험에 거의 2년을 쏟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정말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시행착오를 겪던 그는 드디어 퇴직 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 성공했다. 다름 아닌 ‘말하기’였다. 그는 평소 직원들 앞에서 말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껴 야간에 데일카네기연구소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6개월 동안 들었다.

그는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내 발표를 재미있다고 했다. 주변에서 계속 공부하라고 권유해 2년간 준비해 리더십코스 강사까지 됐다”고 말했다.

전문 강사 자격을 갖춘 그는 은퇴 준비를 주제로 한 강의를 특화했다. 그는 “은퇴 준비를 하면서 멘토가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은퇴 설계’에 대한 강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를 찾는 곳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소문이 나면서 기업은 물론, 행정기관 등 사회 곳곳에서 그의 ‘은퇴 설계’ 강의를 찾고 있다.

전문강사로서 입지를 다진 그는 현재 매주 최소 2~3회 정도 강의를 다니고 자문활동도 한다. 각종 기관과 기업, 단체에서 강의 요청이 이어지고, 방송도 출연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왕성하게 후반기 인생을 살면서 현직(총경) 때보다 많은 수입까지 챙기고 있다.

그는 “처음 리더십 프로그램을 들을 때는 미쳐 생각 못했는데 지금 보니 ‘신의 한 수’였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경찰서장시절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글을 추려 2015년 ‘퇴근 후 2시간’이란 책을 펴냈다. 소설 형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면서 이 2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은퇴 후의 삶을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책은 1년여만에 4쇄까지 찍어 1만부 가량 판매되고, 태국 출판사를 통해 번역본을 출간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퇴근 후 2시간’을 노래로도 전파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와 40~50대 중년을 위해 동명의 노래를 CD로 발매했다. 노래는 유튜브로도 알리고, 강의를 할 때도 부른다. 분기에 한번씩 음반협회에서 돈도 들어온다. 그는 “작년 12월에 36원이 입금됐다”며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내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 2막은 단지 ‘은퇴 설계 전도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목사님과의 약속으로 실용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워 4년간 교회에서 반주를 하고 있다.

목사 안수를 받고 대전의 한 침례교회에서 협동목사로 사역도 한다. 그는 “아들이 고교 졸업 뒤 침례신학대에 입학했는데 아내가 아들도 도울 겸 침례신학대학원 입학을 권유해 중부서장 시절 야간에 3년간 다녔는데 아들은 사업을 하겠다고 포기해 나만 목사안수를 받았다”고 했다.


평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 그는 충남대 평생교육원에서 노래강사 과정을 마친 뒤 요양원 등에서 노래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별 것 아니지만 내 노래를 듣고 행복해 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생의 끝자락에 선 이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봉사도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충남대병원 호스피스병동을 찾아 말기 암환자 등을 목욕시켜주고, 환자 가족의 하소연도 들어준다. 그는 “병동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환자들이 있는데 평균 머무는 시간이 18일 정도다”며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을 보면서 그게 언제일지 모를 뿐 나에게도 온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치 있게 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첫째로 강조한 것은 ‘완장을 떼는 연습’이었다.

“예전에 내가 누구였는데”라는 식의 생각을 가질수록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어려우니 하루라도 빨리 던져버리라는 것이다.

자신의 전반전 인생 경험을 인생 2막으로 연결하면 빨리 안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씀씀이를 줄이되 자기관리를 더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퇴직을 하면 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나면 백화점에 가서 유행하는 게 뭔지 살펴보고, 서점에 가서 이달의 베스트셀러가 뭔지 정도는 알아야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인생 2막에 있어 삶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가족에게 더 충실한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젠 내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가방을 열어 보고,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 손을 잡아주고 같이 할 사람은 가족이란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남보다 잘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달 초 두 번째 책을 낸다. ‘오팔세대 정기룡, 오늘이 더 행복한 이유’라는 제목에 “오늘 내가 보내는 시간이 나를 지켜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흔들림 없는 삶은 없다. 하지만 준비한 사람은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정 소장은 오늘도 마이크를 들고 강단에서 외치고 있다. “행복한 인생2막을 위해 지금부터 당신이 은퇴 후 할 일을 찾고, 준비하라”고….



기사 출처 : 한국일보, 최두선 기자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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