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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 성공수기] 안전 사고 없는 그 날까지...우수상 안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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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388회 작성일 22-12-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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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경상남도에서 실시한 제2회 신중년 인생이모작 성공수기 공모전 수상작품을 연재한다. 연재될 수상작품들은 퇴직 후 삶 준비, 재취업 성공사례, 사회공헌활동, 재능나눔 경험 등을 공유하고, 신중년 세대의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엿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공모전 주제는 '은퇴 후에도 활기찬 나의 인생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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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고 없는 그 날까지...우수상 안규호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제조업 생산현장에서 38년 동안 근무하다가 정년 퇴직을 맞이했습니다. 퇴직 후에는 다행스럽게도 사내협력사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1년 동안은 퇴직을 실감하지도 못한 채 또 일을 했습니다. 소규모 협력사를 제가 직접 맡아서 경영까지 하였는데, 대표의 직함을 달고서도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날 무렵 모기업에서 물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운영하던 협력사에도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몇 개월의 고비를 거쳐서 결국, 폐업을 결정하게 되었고, 제 손으로 직접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집안 사정, 어려운 형편들을 뻔히 알고 있으니 매정하게 해고를 통보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사비를 털어서 퇴직금에 위로금까지 더해서 지급했고, 재취업이 힘들 것 같은 직원들은 평택의 다른 협력사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몇 개월간의 정리 과정을 마무리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경제적인 손실도 컸지만, 사람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제일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이미 엎질러진 물, 후회한들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그저 또 다시 좋은 기회가 오겠지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거제에서 창원으로 이사를 하고, 그 때부터는 그냥 놀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퇴직을 했으니 할 일이 없었고, 말 그대로 놀기만 했습니다.

5개월 동안은 자유로웠습니다.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으니 가고 싶은데 가고, 자고 싶어지면 자고, 이거야말로 천국에 온 듯한, 매일이 그저 즐겁고 기쁘기만 했습니다. 때로는 출가한 아들 집, 딸 집을 왔다 갔다하며 손주들도 봐주고, 가끔은 사돈들을 만나서 소주도 한잔 기울이고, 서울에 사는 친구들 고교시절 동고동락하던 친구들도 찾아갔습니다. 그동안 각자의 삶에 치여 가끔씩 안부만 전하던 친구들을 찾아 서울 광화문까지 올라갔고, 그곳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서 우리의 젊은 날을 회상하며 서로의 추억을 나누고, 정말 한량없는 자유의 몸이 되어 시간을 즐겼습니다.

그렇게 8개월을 보내다 보니 어느 날부터 무릎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도 있겠지만, 워낙에 불규칙하게 생활하고, 술자리도 자주 가지다 보니 갑자기 몸무게가 불어나면서 무릎에 무리가 온 것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규칙적인 생활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일단 무작정 운동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당장 하루 일과표를 작성하고 계획적으로 생활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무슨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니, 기상 시간을 정해놓고, 아침 식사 후에는 집에서 근처 대학 도서관까지 걸어갔다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5시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하면 하루에 왕복 6km를 걸을 수 있으니 운동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처음 집을 나선 날, 하필이면 비가 내리면서 저의 결심이 흔들렸습니다. ‘아, 오늘까지만 딱 쉬고 내일부터 갈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비 내리는 길을 걸어서 도서관에 도착했고, 그날부터는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생활 패턴을 지켜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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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고 없는 그 날까지...우수상 안규호


대학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무원시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저처럼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그저 ‘백수’ 같이 보이는 사람은 몇 명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젊은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도 자극이 되었고, 무한히 이 시간들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격증이라도 따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에 준비할 수 있는 자격증을 알아보다가 손해평가사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고 공부에 열중했습니다. 1차 이론 시험은 무난히 합격했는데, 2차 시험에서는 여지없이 불합격이었습니다. 2차 시험은 주관식이라서 그야말로 책을 몽땅 외워야 하는데, 세월이 야속하게도 외우고 돌아서면 까먹는 선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더 도전해야 할지, 아니면 한계를 인식하고 물러나야 할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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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른한 오후,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우연히 교차로 신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산업안전지원단’이라는 모집 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40년 가까이 하던 일이 바로, 조선업 안전관리 업무였기 때문입니다. 세세한 내용을 보기도 전에 이거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겠구나 싶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모집 기관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고 직접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회사에 취직을 하는 것은 아니고, ‘산업안전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영세한 중소기업을 방문해서 안전관리에 대한 컨설팅을 해 주는 일이었는데, 보수도 적었습니다. 은퇴한 신중년들의 재능 나눔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땀 내 나는 현장으로 다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많은 영세한 기업의 기업인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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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었는지, 경쟁률이 꽤 높은 것 같았습니다. 경력이나 자격 확인도 하고, 면접도 봐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 과정들이 너무 가슴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마치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가 처음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산업안전지원단’으로 선발 되었고, 산업안전 법규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직무 교육을 받고, 유니폼을 지급 받고, 활동증과 명함도 받았습니다. 다시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명함을 가진다는 것이 이렇게 뿌듯한 일이구나, 새삼 가슴이 벅찼고, 그렇게 저의 인생 2막이 시작되었습니다.

실무교육을 받고 현장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는 정신없이 뛰어 다녔습니다. 활동은, 정해진 기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우리 지역의 영세한 중소 제조업들을 직접 발로 뛰어 다니며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컨설팅의 목적과 지원을 설명하는 것부터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처음 공장을 찾아가면 마치 잡상인을 대하듯 쫓아내는 경우도 있었고, 정부 기관에서 나온 공무원인 줄 알고 다짜고짜 불만이나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업 현장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런 순간은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함안, 군북, 창녕, 김해, 진영, 밀양 등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하고 있는 5인 미만의 열악하고 영세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방문했습니다. 이런 기업들을 대부분 안전관리의 법규에서도 강제적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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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분들의 표정은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습니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고, 사업장 운영도 힘든 상황에, 안전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마냥 반갑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에 귀찮은 표정으로 만난 분들이 활동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하고 나면,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면서 이런저런 어려운 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안전관리와 관련된 업무뿐만 아니라 제가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전달했고, 그 현장 특성에 맞추어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했습니다.

그렇게 100개 이상의 기업을 직접 발로 뛰면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했고, 뿌듯한 마음으로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 되는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 마침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조선업안전지킴’이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거야말로 저의 특기를 십 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다 싶어서 당장 지원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산업안전지원단’으로 활동 했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었고, 면접도 한 번의 경험이 있으니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합격하여 창원 전지역을 담당하는 ‘조선업안전지킴이’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소속의 ‘조선업안전지킴이’가 되어, 창원시에 등록된 조선업 전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하루 3개 이상의 업체 현장 점검 후 보고서를 작성하여 K2B시스템에 입력하면 오후 5시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되는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일이 많아서 새벽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있고,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서 퇴근 후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 안전지도라는 그 자체가 현행법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하면 대처가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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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진동에서 FRP 배를 제작하는 회사에 점검을 나갔을 때, 분전반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는 현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라인더 등의 업무가 많은 조선소 현장에서는 먼지가 굉장히 위험합니다. 특히나 먼지가 쌓이게 되면 습기가 있을 경우, 작은 스파크가 발생하면 화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당장 AIR로 먼지 제거를 하라고 간곡하게 요청했습니다. 안전 점검을 받던 기업의 대표는 상당히 귀찮은 표정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안전지킴이라는 사람이 현장에 대해서 이런저런 간섭을 한다고 느낀 것 같았습니다. 뭔가 개운하지 않은 기분으로 점검을 마쳤는데, 밤새 그 현장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다시 방문해서 한 번 더 점검을 하기 위해서 찾아갔는데, 그 현장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손 쓸 틈도 없이 불길이 번졌고, 공장은 전소되어 약 10억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하루만 더 일찍 방문했더라면, 조금 더 강하게 청소를 요청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미안함과 아쉬움에 뼈아픈 경험이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안전 점검에 좀 더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장 오늘 하루 실적을 위한 방문이 아니라, 사람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아무리 현장이 열악하고 담당자들이 반기지 않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진심으로 임하게 되었습니다.

올 해부터는 케이조선에 파견 되어 좀 더 세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도크장, 안벽, 선각 공장, 의장조립장, 페인트공장 등 짜여진 일정에 따라서 한 사람도 다치는 일이 없도록 잠재된 문제점을 사전에 발굴하고, 원시적 사고형태 추락, 협착, 끼임, 충돌, 밀폐공간 질식사고, 선박에서의 화재사고 등 조선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안전 업무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단 한 건의 안전 사고도 발생하지 않기를, 그래서 어느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매일 집으로 귀가할 수 있기를, 그리고 다음 날 건강한 모습으로 그 현장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 저의 기쁨이고 사명입니다. 제가 정년까지 건강하게 근무했던 것처럼 지금 현장의 노동자들도 건강하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돕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조선 강국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고 없는 행복한 조선소가 되기를 매일 출근하면서 다짐합니다. 뜨거운 한여름의 폭염을 온 몸으로 버텨내는 현장의 노동자들, 그들은 오늘도 생존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노동자들이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귀가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힘이 닿는 그 날까지 혼신을 다해 업무에 정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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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고 없는 그 날까지...우수상 안규호


요즘, 매일매일 행복하고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평생 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이렇게 보람된 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고, 60대의 나이에도 건강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은퇴 후에 다른 일을 시작하려는 신중년들은 어떻게 인생 2막을 보낼 것인가 고민이 많습니다.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삶의 가치를 다시 느낄 수 있는 일이 필요하고, 그동안 쌓아온 기술이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고민합니다. 저는 그런 고민 끝에,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덕분에 행복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직장 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느끼며, 힘 닿는 나이까지 건강하게 현장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무더운 여름, 현장에서 폭염에 시달리며 땀흘리는 노동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단 한 건의 안전 사고 없는 그 날까지 무재해 조선 강국으로 전진합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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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고 없는 그 날까지...우수상 안규호

기사 출처 :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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