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은행원도 짐 싼다…양질 일자리 '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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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5000명 '집으로'
현장 지점 1000개 사라져
새로운 시대의 혁신인 줄로만 알았던 디지털 금융을 둘러싼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편리하다는 미명 아래 무비판적으로 진행돼 온 비대면화는 이제 명(明)뿐만 아니라 암(暗)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잇따른 은행 파산 도중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불거진 대규모 예금 인출, 이른바 '조용한 뱅크런'은 달라진 현실을 극적으로 체감하게 했다. 디지털 금융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야누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국내 은행의 임직원 수가 5년 새 50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로 현장 점포가 시나브로 문을 닫으면서, 이제는 40대 행원까지도 퇴직 대상에 오르내리는 현실이다.
대표적인 양질의 취직처로 꼽히던 은행원도 디지털화의 역풍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일자리 기근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20곳의 총 임직원 수는 11만4484명으로 5년 전인 2018년 12월 말 보다 4963명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같은 기간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한국씨티은행으로 1560명이 줄었다. 지난 2021년 4월 소비자금융을 철수하면서 1년 만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축소됐다. 그 다음 우리은행이 1479명으로 가장 많이 줄었고, 이어 ▲하나은행이 1394명 ▲KB국민은행 1008명 ▲SC제일은행이 809명 ▲신한은행 273명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특히 2019년 말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 이후로 임직원 수가 급감했다. 은행 임직원 수는 2018~2019년 12만명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2020년 말부터 차츰 감소해 지난해 말 11만4000여명까지 내려왔다.
은행을 떠나는 은행원들이 나이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올해부터 은행권 희망퇴직 연령도 만 40세로 낮아졌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올해 만 40세 이상인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만 43세 이상부터 희망퇴직을 받았고, 신한은행도 만 44세 이상부터 희망퇴직을 받았다. 그나마 국민은행이 만 50세부터 희망퇴직 대상으로 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았다.
지난해 국민·신한·우리·농협 등 4대 은행에서만 2000명이상이 퇴직을 신청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은행권에서4대 시중은행의 퇴직자 규모가 2000~3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원이 일할 수 있는 은행 점포도 감소하고 있다. 은행 점포는 5년 새 1000곳 가까이 사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영업점포는 5810곳으로 961곳이 줄었다. 국민은행이 857곳으로 같은 기간 198곳이 줄었고, 우리은행(164곳), 하나은행(160곳), 신한은행(155곳), SC제일은행(58곳) 순으로 점포가 많이 감소했다.
'고임금 사무직'으로 '질좋은 일자리'로 여겨지던 은행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급격하게 진행되는 디지털화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함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은행 점포를 찾는 대신 모바일과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등 비대면 금융 거래가 일상화됐고,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은행을 찾는 발길이 끊겼다. 빠른 디지털화 영향으로 은행들이 몸집을 줄이기에 적극 나서면서 일자리 감축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모바일 이용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수는 2억704명으로 전년 말 대비 8.5% 증가했다. 이중 모바일뱅킹 등록 수는 10.3% 늘어난 1억6922만명이다. 인터넷뱅킹 하루 평균 이용 건수도 1971건으로 13.8%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은행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었다.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고령층 등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접근성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0일 "점포 폐쇄시 사전영향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 급격한 점포 폐쇄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달 1일부터 은행 점포 운영과 관련해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하는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시행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새로운 공동절차에 따라 앞으로 점포 폐쇄 결정 전 고객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또 당국은 기존 점포를 폐쇄할 경우 별도의 대체점포를 마련하도록 했다. 소규모 점포나 공동점포 등이 해당된다.
다만 점포 폐쇄의 속도를 늦추더라도 은행 일자리 감축 추세는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점포가 사라지는 속도가 늦춰질 수는 있지만,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은행원들이 직접 일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데일리안, 김효숙 기자,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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