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덮친 ‘인구절벽’… 대기업·중기 ‘복지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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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의 거센 파도가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 인구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는 기업들에 명시적으로 그리고 암묵적으로 지원을 요청한다. 이미 상당수 대기업은 현금성 사내 복지, ‘인생 2막’ 지원 등으로 ‘인구절벽 청구서’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기 시작했다. 기업의 부담 증가는 ‘투자 활력 저하’와 동전의 양면이다. 더 큰 문제도 잉태되고 있다. 사내 복지에 투입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복지 불균등’이 그것이다. 이는 중견·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다 혼인·출산 여건의 양극화를 일으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올해 단체교섭 별도 요구안에 ‘저출산 관련 대책’ ‘정년 연장’ ‘신규 인원 충원’ 등을 명시했다. 인구가 자연감소하고 정년퇴직자가 늘어나는 만큼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는 취지다.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를 위한 자동차 25~30% 할인 등의 우대조항도 담았다.
퇴직 후를 걱정하는 직원을 위해 기업에선 묘수를 짜내고 있다. SK텔레콤은 ‘넥스트 커리어’ 제도를 마련했다. 최대 2년의 유급휴직 기간에 새로운 일거리를 찾도록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퇴직금과 별개로 격려금 5000만원도 준다. 이 프로그램은 ‘퇴직 저항’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낸다. 다만 기업으로선 결국 ‘비용’이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정년 연장은 법적 제도화, 정책 지원, 인센티브 제공 등에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사안이다. 개별기업이 홀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년 연장은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맞물려 ‘노노(勞勞) 갈등’을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또한 기업들에 ‘아이 낳기 좋은 직장’은 필수조건으로 자리한다. 기업들은 법정 기준 이상의 복지를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대 15일(다태아 20일)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보장한다. 법에서 정한 기간은 최대 10일이다. 삼성전자, LG, 네이버, 카카오 등은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법정 최대 기간보다 1년 더 길다.
기업에선 공적 영역으로 여겨졌던 난임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SK하이닉스는 난임 시술 1회당 50만원까지 제공한다. 난임휴가는 기존 3일(유급 1일, 무급 2일)에서 5일(유급)로 확대했다. GS에너지는 연간 최대 1000만원까지 난임치료비를 준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도 지난해에 난임치료비 지원제도를 신설했다.
여기에다 경쟁적으로 현금성 지원이 늘고 있다. 포스코는 첫째 아이를 낳으면 200만원, 둘째 이상 출산에 500만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한다. 신혼여행비 200만원과 장학금 최대 1억6000만원도 보장한다. GS칼텍스, GS에너지, GS리테일은 각각 최대 250만원, 300만원, 500만원의 출산축하금을 준다. GS칼텍스는 자녀당 120만원의 보육수당도 제공한다. 기업들은 인재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중소기업에 먼 나라 이야기다. 민간 영역에서의 복지 양극화는 ‘임금 격차’ ‘출산·육아 환경 차별’ 등의 갖가지 문제를 양산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 종사자의 결혼 비율은 중소기업 종사자보다 1.43배 높다. 출산율은 1.37배 많다. 그런데 전체 근로자 가운데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은 81.3%(2020년 기준)에 이른다.
특히 기업 복지의 양극화는 중소기업 인력난을 촉발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부족 인원은 약 5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인력이 모자라 ‘일당백’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육아휴직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출산율, 혼인율 격차를 완화하려면 중소기업을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출처: 국민일보, 황민혁 기자,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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