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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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3 사회조사 결과'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우리나라 50대의 83.1%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연금과 예적금을 노후 준비 채널로 이용하고 있었다. 지난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 사회조사 결과’에서 나온 자료다.
통계청은 국민의 사회생활과 밀접한 10개 부문을 조사해 매년 5개 부문씩 나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에는 기본, 가족, 교육과 훈련, 건강, 범죄와 안전, 생활환경의 다섯 개 분야를 조사해 발표했다. <뉴스포트스>는 조사 결과 분석과 함께 통계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 행간을 읽어보았다.
한국인의 노후 준비 정도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대체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세 이상 인구 중 69.7%가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40대는 80.6%가, 50대는 83.1%가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교적 높은 통계 수치를 보이는 이유는 국민연금 덕분이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대답한 50대의 64.4%가, 40대의 59.8%가 국민연금을 노후 준비 수단으로 들었다. 예금과 적금을 노후 준비 수단으로 드는 이들도 있었다. 50대에서 12.9%, 40대에서 13.1%가 그렇게 응답했다. 그 외에 사적연금이나 부동산 운용을 노후 준비 수단으로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 ‘노후 준비’는 생활비 마련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일부 50대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국민연금에 크게 의존하는 비중인데 과연 국민연금만으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한 통계의 수치가 우리 국민의 노후 준비 정도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다만 생활비 마련은 필수 조건 중 하나라고 봤다.
한편으로는 노년이 되면 줄어든 수입에 맞춘 생활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보는 중장년들이 많았다. 집과 생활비를 형편에 맞게 줄이고 그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령사회에 필요한 것
고령사회를 고려한 조사 부문도 있었다. 국민의 노후를 위해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가 뭔지 물은 것. 응답자들은 '노후 소득지원', '의료·요양보호 서비스', '노후 취업지원' 순으로 답했다.
주목할 점은 도시 지역 거주자와 농어촌 거주자의 응답이 약간 달랐다는 것이다. ‘노후 소득지원’에 관해서는 두 지역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지만, 농촌지역에서는 ‘의료·요양보호 서비스’가 더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도시 지역에서는 ‘노후 취업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3년 전에 서울에서 경북 상주로 귀촌한 오모씨(61세)는 도시와 농촌의 의료서비스 차이를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도시로 돌아가는 것을 고민 중이다. 부인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이 도시에 살 때는 집 근처에 의원이 많아 감기나 배탈이 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농촌으로 오니 병원이 멀어 웬만큼 아픈 건 참아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러다 부인이 병에 걸렸는데 병원에 자주 가지 못한 탓인 것 같다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현재 노후 생활 방법도 물었다. 응답자 중 33.2%가 취미활동을, 32.2%가 소득 창출 활동을, 10.9%가 가족 돌봄 활동을 하며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응답 내용으로 봐서는 노후의 여가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질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노인들의 일반적인 일상 활동과 함께 경제활동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통계청의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층, 즉 55세에서 79세 인구 중 경제활동참가율은 60.2%였다. 이번 ‘사회조사’와는 기준이 다르지만, 노인들이 생업 현장에 나서고 있는 현실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경기연구원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노동자 중 97.6%가 71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중 많은 이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통계 수치와 연구가 일해야 하는 한국 노인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다.
늘어나는 캥거루족
60세 이상 고령자의 68.4%는 현재 자녀와 따로 살고 있었다. 고령자의 78.8%는 앞으로도 자녀와 따로 살고 싶어 했다. 자녀와 따로 사는 주된 이유로는, ‘따로 사는 것이 편해서’가 37.1%, ‘본인 또는 배우자의 독립생활이 가능해서’가 29.6%, ‘자녀에게 부담이 될까봐’가 19.6%였다.
한편, 60세 이상 고령자의 31.6%는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이 자녀와 같이 사는 주된 이유로는, ‘같이 살고 싶어서’가 35.9%,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가 32.0%, ‘본인 또는 배우자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가 21.3%였다.
지난 3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1만5000명 중 57.5%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67.7%는 ‘아직 독립할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는 거로 보인다.
자녀가 결혼이나 독립을 미루고 부모와 동거할 때 ‘캥거루족’이라고 불린다. 자녀가 청년일 때 부모는 경제적으로나 건강 면으로나 능력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함께 늙어가면 사회 문제로 커질 확률이 있다.
사회적 관계망
사회적 유대 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항목도 있었다. 19세 이상 인구 중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비중이 74.0%였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응답 비율이 내려갔다. 50대가 71.4%였고, 60대 이상은 70.3%였다.
갑자기 큰돈을 빌려야 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비중은 51.0%였다. 하지만 나이가 올라갈수록 이 수치는 평균보다 낮아졌다. 50대는 49.3%였고, 60대 이상은 37.9%로 내려갔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특히 노인들에게 그렇다. 만약 자녀나 친척이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노년은 힘들어진다. 조사 결과를 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도움받을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관계망 혹은 연결망이 중요하다.
통계청의 ‘2023 사회조사 결과’는 분명 의미 있는 통계 작업이다. 시사점 있는 결과를 내놓았다. 다만 현상을 설명하고 있고 해결책은 담고 있지 않다. 물론 해결을 위한 방법론은 다른 곳에서 내놓을 것이다. 어떤 방법론이든 그 출발점은 현상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아닐까.
기사출처 : 뉴스포스트, 2023.11.10, 강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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