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건강지킴이, 저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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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새 인생 개척한 소시민 이야기] 독거노인 건강지킴이 배명숙 은퇴자
- 2021년 12월말 공무원 정년 퇴직
- 2022년 3월 2일 노인일자리사업 독거노인 건강지킴이 활동 시작
- 자격증 : 사회복지사2급, 아동보육교사2급, 장애인활동지원사, 요양보호사
60세 이상 은퇴자가 취업전선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사회이며 노년에 가난의 굴레를 끊지 못한 노인의 빈곤율이 세계 1위인 국가이다.
이에 국가적 오명을 조금이나마 씻기 위해 정부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수혜자로서 그리고 독거노인 건강지킴이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배명숙씨(62)를 5월초에 만났다. 독거노인 건강 체크뿐만 아니라 본인 건강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 직업에 대해 아주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 퇴직 후 소감 한 말씀?
"10개월 모자라는 40년 세월이 그렇게 빨리 간 줄 모를 정도로 공직 생활에서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2021년 12월 31일 그쯤에는 아 이제 퇴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섭섭함이 많이 몰려왔었어요. 아침에 동동거리면서 출근했던 모습들을 떠올리며 '이제는 사무실에 가지 않는구나' 하는 홀가분함과 아파트 단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나도 저랬는데 이제는 저런 모습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섭섭함이 좀 있었어요.
그러다가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 내가 여태까지 일에 매여서 생활했는데 이제야 시간적으로 여유로움이 있구나, 나도 이런 곳에서 빨리 벗어나 이 자유로운 시간을 잘 써먹어봐야지, 아직 60대 초반인데 70대까지는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지 특별히 뭐를 해야 되겠다고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어요. 사회복지사 등 몇 개 자격증을 현직에 있을 때 취득하긴 했었지만, 관련 직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어요.
40년 가까이 직장에 얽매여 살아왔는데 퇴직 후에 또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장시간 일터에 매여 있기는 싫었어요. 놀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직장 생활 중에 쌓아 왔던 노하우를 때가 되면 풀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조바심은 내지 않았어요. 시내 가까운 곳에 '관음정사'라는 절이 있어요. 그곳에서 경전 공부를 하면서 마음을 추스렸어요. 금방 털고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되도록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노인건강지킴이를 하게 되셨나요?
"퇴직 준비 기간 중에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아래 의료사협) 이사장님을 만나 조합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의료사협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좋은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조합에 출자를 권유하셔서 출자와 기부를 했어요.
어느날 카톡이 왔더라고요. 의료사협이 보건복지부 주관 노인일자리사업을 하니 신청하라는 내용이었어요. 60세 이상 또 3시간짜리 일이라서 괜찮았어요. '인생 이모작 센터' 어르신 교육생들에게도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보라고 안내를 했다고 들었어요.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2021년 12월 13일 전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포터즈'사업과 연계한 노인일자리를 창출한 것이 시초가 되어 다른 지자체에도 확대되었고 노인일자리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중이래요. 2022년 의료사협이 60세 이상의 지원자 60명을 채용했는데 2:1의 경쟁률을 보였고 올해는 100명을 채용하여 무려 9:1의 경쟁률이었대요."
- 노인일자리사업이란 무엇이고 어떤 종류의 일들이 있나요?
"저는 독거노인 건강지킴이를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하고 있어요. 노인일자리 사업은 워낙 광범위해서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어요. 노인일자리 사업의 의의나 유형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사업 운영 안내 내용 | |
ⓒ 김부규 |
- 노인건강지킴이 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우리는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월 60시간 이상으로 10개월 동안 근무하는 것으로 계약했어요. 먼저 사업 초기인 3월에 약 20일까지는 건강지킴이 관련 교육을 외부 강사나 의사선생님한테서 받아요. 건강지킴이 2명이 2인1조로 총 8명의 어르신 집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데 4일간 매일 두 집씩 방문해요. 우리가 가서 어르신들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고, 문진표(신청일지)를 작성해요. 어르신이 잘 주무셨는지 하루에 물은 잘 드시는지 약은 잘 드시는지 병원은 갔다오셨는지 등 여러 가지를 체크해요.
일주일 중 하루는 의료사협에 가서 관련 교육을 추가로 받거나 우리 일의 내용을 작성한 서류를 파일로 정리해요. 교육에는 통증 관리라든지 노인들에게 적합한 운동을 어떻게 시킬 것인지 공부하고, 치매 관련 그림을 배우거나 운동을 못하시는 어르신을 위해 색칠공부를 해서 인지 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교육을 받아요. 의료사협 카카오톡 단체톡방에 운동 등 교육자료를 많이 올려놨어요. 그걸 사전에 숙지하고 어르신 집을 방문해요."
▲ 건강지킴이 활동 중 어르신과 함께 | |
ⓒ 김부규 |
- 이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이 일은 특별한 준비나 자격증이 필요 없는 분야예요. 그러나 어르신들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마음과 열정은 있어야겠죠. 어떤 어르신이 당뇨 수치가 안 잡혀서 운동과 섭생을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된다고 그래서 의료사협의 한 박사님을 소개해 드렸더니 바로 혈당이 잡혔다고 저한테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하셨어요."
- 이 직종만의 매력은 뭔가요?
"우리가 찾아가는 독거노인들은 대부분 팔십대예요. 20년 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이 일에서 제가 몰랐던 건강상식이나 건강 운동법 등 많은 걸 배우게 되니까 어르신한테 봉사하는 의미도 있지만, 내 건강관리를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건강지킴이 일은 12월 말이 되면 끝나요. 그래서 저희가 연말에 1년 성과 보고회를 해요. 제가 관리하는 어르신 한 분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쓰셨다는 손편지 두 장을 감사의 표시로 주셨어요. 되게 감동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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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의 감사 손편지 | |
ⓒ 김부규 |
-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이 일의 인건비는 시간당 9900원에 월 최대 71만2800원(주휴수당 포함, 연차수당 별도)이에요. 제세공과금 공제하고 나면 67만 원 나오더라고요. 3대 사회보험(건강, 산재, 고용) 적용도 받고 있어요. 수입 부분은 봉사를 하기 위한 그 정도만 주니까 여기에 얽매이지 않고 내 일 내 삶도 누려가면서 할 수 있는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 전망은 어떨까요?
"이 사업 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정부에서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하여 다양한 직종과 유형을 개발하고 있어서 전망은 굉장히 좋은 것으로 보여요."
- 예비 퇴직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70대까지는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체력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뭔가를 해야 돼요. 퇴직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두루 알아보고 이왕이면 나에게 맞는 직종을 골라 제2 인생은 제1 인생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제만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어요. 오늘도 운동으로 하루를 저축해서 오늘 하루를 쓰는 거예요. 매일 운동해야 한다는 거죠."
기사출처: 오마이뉴스, 김부규 기자,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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