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양극화 확대’...고령자 취업 증가의 이면
페이지 정보
본문
올 60세 이상 취업자 38만명 증가했지만
저임금 일자리 양산으로 임금 양극화 우려
연금 못 받는 ‘예비 노인’ 지원책도 필요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고령자 취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으로 구성된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회의에서 내놓은 ‘연령대별 고령자 고용현황 분석’을 통해서다.
이 분석을 종합하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60세 이상 누적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만2,000명 증가했다. 고용률도 지난해 44.5%에서 올해 45.6%로 1.1% 포인트 상승했다.
<뉴스포스트>는 이 분석의 여러 통계에 담긴 행간을 살펴보았다.
고령화 현상이 고령자들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로
‘고령자 취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표현 자체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 표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과 이들의 경제 상황이 담겨 있다. 즉 고령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이들의 경제적 상황이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을, 그래서 고령자 취업이 늘어나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었다.
특히, 가장 많은 취업자가 증가한 ‘보건복지’ 분야가 고령자 취업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분야의 취업자는 8만1,000명 증가했다. 여기에는 ‘공공근로사업’으로 분류되는 직종에 취업한 사례가 포함된다. 공공근로사업 분야는 시간을 쪼개 취업자를 늘리는 방식 등으로 일자리가 늘어났다. 70대 이상 중 보건복지 취업자는 대개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보건복지 분야 중 서비스직 취업에 여성 비중이 높다고도 분석한다. 이는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관련한 취업이 반영된 사례로 보인다.
“요즘 60대는 건강하잖아요. 이 병원 간병인에 50대도 많지만 60대도 꽤 돼요. 힘쓰고 마음 상하는 일이 많지만, 여자가 이 나이에 이 정도 수입을 얻기 쉽지 않죠.”
경기도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김수희(가명, 62세) 씨의 말이다. 그녀는 50대 중반부터 간병인으로 일해 왔다고 한다. 요즘에는 친구들이 간병인으로 취업할 수 없냐고 물어온다고. 자격증을 따고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들도 있다.
“집 근처에 학원이 있었어요. 국비 지원도 되고 생활비에 보탬이 될까 해서 공부하고 자격증도 땄죠. 수강생은 40대와 5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60대도 있었어요. 거의 여자들이었죠.”
경기도 용인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수경(가명, 58세)의 말이다. 이씨는 소속된 방문요양기관이 의뢰하는 일만 하고 있어서 수입은 매월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남들은 은퇴하는 나이에 일을 할 수 있어 봉사하는 마음이라고.
한편, 우리나라 고령 취업자 중 보건복지 분야의 비중은 16.4%고, 농림어업 분야의 비중은 24.7%다. 일본의 경우, 농림어업 분야는 11.6%로 한국이 두 배가 넘고, 보건복지 분야는 11.4%로 한국이 5.0% 높다.
이렇듯 한국 고령자 취업은 두 분야의 직종으로 쏠리고 있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의 분석은 제조업·건설업·도소매 분야로도 취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하지만, 고령자 고용에 관대하지 않은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을 보여주고도 있었다.
임금 불평등을 이끄는 고령 노동자
고령자의 취업이 늘어나는 현상은 어쩌면 임금이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걸 의미할 수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임금 격차 확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고용동향 브리프 '최근 임금 격차 특징과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한국의 임금 격차는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2008∼2022년 시간당 임금 격차 추이를 분석한 결과였다.
그러나 2020년 이후에는 고임금과 저임금 간의 격차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즉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보다 훨씬 '덜' 오르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임금 격차 확대의 요인을, 사회 구조 변화와 인구 분포 변화로 인한 여성과 고령층 근로자들의 증가라고 분석했다. 즉 여성과 고령층 근로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임금이라는 의미다.
연령대별로 보면 근속, 퇴직, 재취업 근로자들이 섞여 있는 50대가 특히 임금 불평등이 심하다. 그런데 전체 근로자 분포를 보면 50대 이상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불평등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기업 출신이라는 게 족쇄가 되었습니다. 입사지원서를 내도 서류 심사조차 통과 못하고 있네요. 희망 연봉을 낮췄는데도 그 회사들 상한선과 맞지 않았나 봅니다.”
작년에 대기업 계열사에서 퇴직해 재취업을 준비 중인 강현승(가명, 56세) 씨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구직 사이트에 50대를 뽑는 일자리는 대개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최저 임금 수준이라고 했다.
한편, 60대 이상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공공근로사업’ 관련한 대화가 활발했다고 한다. 11월은 많은 자치단체에서 2024년도 공공근로사업의 취업자를 뽑는 기간이기도 했다.
“공공근로사업은 보통 주 5일에 하루 5시간 일하고 임금은 최저시급입니다. 저임금이기는 하지만 할 수 있으면 좋죠. 주로 휴지 줍기나 소독, 혹은 순찰 등 노인들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경쟁률도 높지요.”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김만철(69세) 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주에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공공근로사업에 신청했다.
두 사람의 사례에서 보듯 고령자에게 열린 일자리는 사회 통념상 저임금의 일자리가 많았다. 한편으로는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자가 많아질수록 저임금의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으로도 보였다.
고용정보원의 보고서는 저임금을 받는 고령자와 여성 근로자의 비중이 증가한 것이 이들의 임금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혹은 상대적 소외 계층의 취업은 결국 임금 격차를 넓히는, 즉 임금 불평등의 요인이 되고 있었다.
예비 노인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데
고령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임금 불평등을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정책이 미치지 않는 구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계층도 있었다. 55세에서 64세 구간으로 고령층보다 젊은 ‘예비 노인’들이 그들이다. 앞으로는 이들의 고용 상황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노인(65세 이상) 고용률은 3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55~64세 구간의 고용률은 68.8%로 독일의 73.3%와 일본의 78.1%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즉, 아직 연금을 받기 전인 연령대에서 수입이 끊기는 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이들 예비 노인들은 공공분야 취업이나 민간분야 취업에서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이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노인 세대로 진입한다면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크게 부담될 수 있다.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기사출처: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3.11.26
해양경찰퇴직지원센터 취업뉴스의 저작권은 해당언론사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링크
- 이전글전직 검찰 직원 4명, 같은 로펌 취업하려다 모두 '불승인' 23.11.30
- 다음글농사 고수 ‘충북 일손 기동대’ 출동…‘콩밭 하나 뚝딱 끝납니다’ 2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