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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으로 행복 찾은 ‘영남 하이디’…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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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214회 작성일 24-09-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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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이 만난 귀촌 사람들] 전북 무주 산골에 사는 황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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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욱 프리랜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 행복한 게 있을까? 그러나 쉽지 않다.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유한한 시간만 소비하기 십상이다. 무주 덕유산 자락에 사는 꽃차 소믈리에 황혜경(47, ‘하이디꽃차연구소’ 대표)은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만족도 높은 삶을 영위한다. 귀촌을 통해 드디어 자신의 일을, 원했던 삶을 찾았기 때문이다.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는 것처럼 막연했던 과거의 진부함을 털어내고 생기에 찬 나날을 누린다. 그에겐 꽃차가 마침내 도착한 기쁜 기차였다. 처음엔 꽃차를 그저 취미로 즐겼단다. 그러던 게 일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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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욱 프리랜서)


황혜경이 전에 살던 곳은 서울. 직업은 중학교 특수교사. 그는 중증장애 학생들을 돌보았는데 보람이 컸다지. 그러나 ‘행복지수는 낮았다’고 한다. 복잡하고 아리송한 서울에 만연한 과속과 과욕의 행진에 질렸던 것 같다. 그 무엇보다 그는 자연 요소가 결여된 도회의 건조한 풍경에 식상했다. 마음은 늘 산으로, 바다로 달려갔던 거다. 그래 자신의 지친 영혼을 방목할 어딘가 시골을 찾아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덕유산 기슭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여동생을 찾아 무주를 드나들다가 아예 귀촌을 했다. 덕유산 일대의 싱싱한 자연경관에 반한 나머지 가족과 함께 무주 산골로 내려왔다. 무주에 자리 잡은 뒤 그는 다년간 펜션을 운영했다. 아버지가 지은 펜션의 운영을 맡아 사장으로 뛰었다. 사업은 잘됐을까?

“1년 중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쉬는 게 펜션 사업이다. 비수기엔 참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수시로 산야와 계곡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어 즐거웠다. 아이들에게 자연생태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해 조화로운 인격으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 컸는데 그걸 이룬 셈이었다. 하지만 성수기엔 밥 먹을 틈조차 없이 바빴다. 너무도 힘들었다.”

침대는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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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욱 프리랜서)


원했던 생활 방식이 아니었다는 뜻인건가?

“그렇다. 일이 굉장히 많았다. 청소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걸 감당하느라 버거웠다. 내가 일벌레도 아닌데 이런 부자유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그런 회의를 느끼곤 했다. 외딴 섬에 갇힌 기분까지 들더라.(웃음) 한마디로 정신적인 여유를 갖기 힘들어 괴로웠다.”


그래 꽃차 사업으로 전향했나?

“사업적인 걸 구상하고 꽃차에 입문한 건 아니었다. 처음엔 산야에 피어나는 야생 꽃들을 채취해 꽃차를 만들어 마시는 재미를 즐기며 만족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꽃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남들에게도 꽃차의 풍미를 경험하게 하고 싶어 펜션에 오는 손님들에게 꽃차를 웰컴티로 제공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함께 차를 마시며 소통하는 즐거움이 컸다. 예상치 못했던 건 꽃차를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다. 판매할 차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결국 꽃차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펜션 내부에 다실을 만들어 ‘하이디 꽃다방’이라는 간판을 걸기에 이르렀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그 하이디? 의미가 있겠지?

“내 고향은 경남 밀양이다. ‘영남 알프스’로 통하는 가지산 자락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보호를 받으며 행복한 유년을 보냈다. 그 시절을 잊을 수 없다.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들, 밤하늘에 모이는 별들,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다방 이름에 ‘하이디’를 넣었다. 다도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의 차 사랑을 따르고 싶은 마음도 담은 상호다. 어머니는 지금도 다도 선생님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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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욱 프리랜서)


커피보다 나은 꽃차를 연구해

꽃차 다방 개업을 계기로 황혜경은 본격적으로 꽃차와 동행하는 삶을 꾸리기 시작했다. 차 공부를 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차 관련 학과인 원광대 차문화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아울러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다방은 단순히 차 마시는 공간에 그치지 않았다. 꽃차 판매장과 체험교육장으로도 쓰였다. 블로그에 꽃차 이야기를 열심히 올려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기법은 지금도 동일하게 운용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무척 버겁던 펜션 운영에서 손을 뗐다는 점이다. 꽃차를 보는 눈과 꽃차를 다루는 실력에도 그사이 한결 깊이가 생겼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꽃차에 심취하면서 삶이 서서히 온전한 쪽으로 흘러가더라는 게 아닌가.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삶이야! 비로소 내 일을 찾은 거야!’ 내면에서 울려 퍼진 찬탄이 그랬다. 그는 ‘하이디꽃차연구소’를 따로 개설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동경했던 자연 속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실감으로 만족스러웠다. 자연의 선물인 꽃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게 기뻤다. 꽃도 꽃차도 사람과 비슷하다. 저마다 색깔과 향기와 개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니 빠져들 수밖에….”


꽃차를 만드는 데엔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재배지에 꽃을 기르는 일부터 시작된다. 꽃 피는 철엔 꽃잎을 채취하는데, 자칫 제철을 놓치면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을 포착해 신속하게 작업해야 한다. 이후 꽃을 덖는 과정을 거친다. 이건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매우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맛과 향과 색상의 품질을 좌우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꽃의 수분 함유량과 생육 상태에 따라 덖는 온도와 시간이 각각 다르다. 적정한 열을 가하지 못할 경우 고운 빛깔을 잡아두기 어렵다. 햇꽃차보다 깊은 맛을 내는 차를 얻기 위해 서는 6개월에서 2년 정도 숙성하기도 한다.”

그는 다양한 꽃차를 만든다. 목련꽃차, 장미꽃차, 마리골드꽃차, 맨드라미꽃차 등 꽃차뿐 아니라 구절초차, 감국차 등 갖가지 잎차, 뿌리차, 한방차에도 조예가 깊다.


커피나 녹차에 비해 꽃차는 변방에 머문 느낌이다.

“꽃차는 아직 대중화되지 못했다. 민들레, 쑥, 우엉, 돼지감자처럼 약성으로 잘 알려진 식물로 만드는 야생차 역시 마찬가지다. 난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꽃차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 끊임없이 차를 시험한다. 항상 찻잔을 손에 들고 지낸다. 맛이나 건강 측면에서 커피보다 나은 꽃차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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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욱 프리랜서)


꽃차도 건강에 매우 이로운가? 형상과 향기로 감동을 주는 게 꽃인데.

“영양 성분이 풍부한 꽃이 많다. 예를 들어 브로콜리의 경우 꽃에 영양소가 가득 농축된 걸로 밝혀졌지 않은가. 마리골드꽃에는 항산화 성분인 루테인이 함유돼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요즘은 약용으로 꽃차를 마시는 이들이 많다.”


꽃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나는 혼합차를 만들어 활로를 찾고 있다. 꽃차에 과일이나 허브를 블렌딩해 꽃 한 종으로는 부족한 향과 맛을 이끌어낸다. 꽃의 성질에 맞는 부재료를 혼합하기도 한다. 찬 성질의 꽃엔 생강이나 계피를 넣어 중화시키는 식으로. 청정 무주의 특산물도 차 재료로 활용한다. 무주 명산물 사과에 비트와 당근을 합성한 ‘ABC 해독차’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요즘은 무주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겨우살이에 무주 특산품 천마를 블렌딩한 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황혜경의 ‘하이디꽃차연구소’는 사방으로 산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뜰에도 나무들이 즐비하다. 어디를 보나 수목의 푸른 아우성이 가득하다. 청량한 바람이 불어 7월의 더위를 잊게 하고, 그는 무명천으로 손수 만든 가운을 입고 일한다. 꽃차를 담은 유리병들이 진열된 실내는 널찍하고 간소하다. 무명처럼 담박한 분위기를 풍긴다. 은은한 차향이 감돌아 감미로운 공간이다. 그는 이곳에서 꽃차를 만들고 시험하고 연구한다. 애호가들을 맞이해 다담을 즐기는 사교장이자, 체험자들에게 꽃차의 모든 걸 알려주고 보여주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하루에 두세 팀을 상대로 겹치기 수업을 할 때도 있단다. 요컨대 그는 꽤 인기 있는 꽃차 강사다. 체험자들은 이곳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

“꽃차의 색과 향과 맛에 관한 모든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다종의 꽃차를 시음해 맛과 향을 비교하게 한다. 체험자들이 가장 크게 흥미를 느끼는 건 제다 실습이다. 미리 준비해둔 꽃잎을 덖어 직접 차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때로 재배지에 함께 가서 꽃을 따는 체험도 한다. 제다를 통해 다양한 꽃차가 만들어진다. 꽃차에 과일이나 약초 뿌리를 블렌딩한 차를 만드는 식으로. 이렇게 손수 만든 차를 티백으로 갈무리해 돌아가는 것으로 교육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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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욱 프리랜서)


주로 어떤 이들이 체험하러 오나?

“학생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 목적으로 오는 이들도 있다. 출장 교육도 다닌다. 어느 경우든 강의 내용이 까다롭지 않아 참여자마다 체험을 즐긴다. 직접 꽃차를 만든다는 성취감을 맛보면서 말이다. 대상자에 따라 수행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피드백을 유도하는 게 강사의 역할이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 에너지가 딸린다.(웃음)”


수익성은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수입이 많지는 않다. 꽃차에 사로잡혀 산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제다 사업허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22년부터다. 사실 시작 단계에 있는 셈이다. 그간 주력한 건 체험교육인데 성과가 컸다. 앞으로 꽃 재배지와 생산 시설을 보완해 가공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무주 특산 식물을 꽃차에 블렌딩한 로컬 티 생산에 관심이 많다. 꽃차 테라피 강좌도 마련할 생각이다.”


차는 타인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매개체다. 꽃차로 두루 맺은 인적 자산이 시골 생활의 동력이 되진 않았나?

“그렇다. 그 점이 가장 소중한 대목이다. 사람들과 꽃차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담소를 나누는 건 정말 즐겁다. 난 꽃차와 함께 살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했다. 꽃차가 지닌 테라피 효과를 실감하며 살고 있다.”


당신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귀촌을 했다. 자연에서 배운 게 있다면?

“자연에서 삶의 철학을 배운다. 가령 바위틈에서 피어나는 풀꽃이 나로 하여금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한다. 세상의 중심이 사람에 있는 게 아니라 자연에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황혜경에겐 ‘사람 역시 하나의 꽃’이란다. 자연을 삶의 교사로 삼으면 귀촌이든 귀농이든 시골 생활을 즐겁게 누릴 수 있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황혜경이 주는 귀촌 Tip

•때로 귀농・귀촌 멘토 역할을 하는데 반드시 먼저 묻는 게 있다. “당신은 자연을 좋아하는가?” 좋아한다면 시골 생활의 낯섦과 불편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삶의 원동력을 자연에서 얻으며 살아온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하는 얘기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본다. 실제로 자연에서 정서적인 안정과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시골 생활 만족도가 높은 걸 볼 수 있다. 반면 자연에 별 관심 없이 사는 경우에는 고즈넉한 시골에서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나머지 심지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자연을 벗 삼을 의사 없이 오직 수익이 목적인 귀농일 경우엔 만만찮은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 농사로 돈 벌기가 쉽지 않거니와 지친 심신을 다스릴 방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농인도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버릇을 키워나가는 게 좋다.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힘과 위안을 자연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의 텃세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 도시든 산골이든 사람 사이의 불화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색안경을 끼고 시골을 바라볼 일이 아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천천히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이웃이 생긴다.

기사출처 : 브라보마이라이프, 박원식 기자,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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