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곳 열 때 1.7곳 문 닫아…요양보호사 교육원 줄폐업-요양보호사 양성기관수 올해 1168개로 줄어…폐업수가 122개로 개업수 72개를 뛰어 넘어 |
요양보호사 양성기관 개·폐업 현황/그래픽=이지혜 |
#. 2007년부터 전주에서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운영해왔던 이모씨(68)는 지난 8월말까지만 교육하고 현재는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에서 요양보호사 수업시간을 늘린 데다 갑자기 올해부터 교육비 지원을 대폭 축소하면서 요양보호사 과정을 들을 수강생이 급감해 경영난이 생긴 탓이다. 이씨는 "전국적으로 요양보호사 교육원 운영이 매우 힘들어졌다"며 "안 그래도 요양보호사 인력난이 심각한데 현장에 인력이 더 부족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국에서 문을 닫는 요양보호사 양성기관이 급증하면서 폐업 수가 개점 수를 크게 넘어섰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도 급감했다. 정부가 갑자기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을 위한 교육비 지원을 대폭 줄이면서 현장에선 혼란이 일었고 인력양성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요앙보호사 양성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기준 요양보호사 양성기관 폐업 수는 122건으로 개업 수 72건의 1.7배에 이른다. 전년 폐업 수 92건 대비로도 1.3배다. 폐업 기관 수가 개업 기관 수보다 많은 것은 2016년(폐업수 89건, 개업수 85건)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18개였던 요양보호사 양성기관 수도 올해 1168개로 50개(4.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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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자격 신규 취득자 수/그래픽=이지혜 |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교육비를 지원받은 사람 수도 급감했다. 서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교육비를 지원받은 인원은 4만3045명에 불과하다. 2022년 14만4660명, 지난해 13만8882명이 교육비를 지원받았는데 올해는 8개월동안 지원받은 인원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올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수도 감소했다. 올해 8월까지 요양보호사 신규 자격 취득자 수는 12만8명이다. 해 월평균 취득자 수가 1만5001명임을 감안해 연간으로 추산하면 18만명으로 지난해 연간 취득자 수 28만2386명 대비 10만명가량 적다.
이렇게 요양보호사 취득 인원이 줄어든 것은 갑작스레 바뀐 정부 정책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 전체 교육비의 45% 이상을 지원해줬지만, 갑자기 정책을 바꿔 올해부터는 10%만 선지원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나머지 교육비는 실제 자격취득 후 6개월 안에 요양보호사로 취업하고 6개월 동안 일해야 환급 가능하다. 자격증만 따고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비율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해 8월 기준 자격증 취득자 중 요양보호사 종사자 비율은 22.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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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교육비 지원 현황/그래픽=윤선정 |
그럼에도 부족한 요양보호사 양성을 위해 정부가 이전처럼 교육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요양보호사를 하려는 사람 중에는 나이든 저소득층이 많아 70만~120만원가량인 교육비를 부담하기 어렵고, 이는 요양보호사 공급 부족 심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시간이 기존 240시간에서 320시간으로 늘어난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곽효민 대한요양보호사교육기관협회 사무총장은 "지난해에는 교육비의 55%까지 지원받았는데 지금은 10%만 지원된다"며 "교육비가 90만원일 때 예전 같으면 약 20만원만 부담했지만 지금은 81만원을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강생 대부분이 중산층 이하이고 연령이 높아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요양보호사 지원 비율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요양보호사 분들 중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분들이 많고 보호자들이 까다롭게 보는 데다 처우도 낮아 근무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 교육비를 환급받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 사무총장은 "노인요양병원 등에서는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정부가 자격취득 문턱을 높이면 요양보호사 부족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영석 의원은 "고령인구의 급증과 코로나19 돌봄 혼란의 경험으로 요양보호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으나 정부는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식의 공급정책으로 요양보호사 양성과 돌봄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국공립 장기요양기관 확보 등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으로 미래 돌봄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5명 중 1명 노인인데, 돌볼 사람이 없다…요양보호사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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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수요와 공급 차이/그래픽=이지혜 |
올해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내년부터는 요양보호사 수가 수요보다 현격히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보호사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는 자격증 취득이 상대적으로 쉬워 퇴직준비자, 경력단절자들의 관심이 높지만 임금 낮고 노동강도가 높아 실제로 일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관련 처우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노인 인구가 몰려있는 농촌지역의 경우 요양보호사가 직접 자택을 찾아가기 어려워 '복지 사각지대'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노인 인구 많은 경북·전남 인력난 심각..요양보호사 평균 연령 61세
22일 건강보험연구원의 '요양보호사 수급전망과 확보방안'에 따르면 내년에는 요양보험사 수요가 66만6513명으로, 공급자수 66만2751명으로 3762명 웃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가 2020년부터 노년기에 진입해 빠르게 노인 인구가 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모든 베이비부어 세대는 2028년에 노인이 되는데, 노인인구는 2020년 815만2000명에서 2028년 1220만명으로 8년만에 약 50%가 폭증할 전망이다. 수요와 공급은 더욱 벌어져 2028년에는 요양보험사가 11만6734명 부족해진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더욱 커진다. 2028년 기준 경북이 1만8893명, 전남이 1만7461명, 전북이 1만4269명 순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전남과 경북, 전북은 지난해 노인인구비율이 각각 25%, 24%, 23%로 전국 1~3위다. 여기에 요양보호사 근무자 수가 적어 인력 부족이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에도 이미 요양보호사가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관리 체계는 전무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요양보호사 수당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현황 파악 등은 없다"고 설명했다.
평균 연령도 60대로 노인이 노인을 간호하는 셈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격자'의 평균 연령은 58.02세지만 실제 요양보호사로서 일을 하려는 '등록자'의 평균 연령은 61.3세다. 젊은 인력이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바로 노동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연령별 비중은 60대가 50.15%, 50대가 31.03%, 70대 이상이 11.77%였다. 20대와 30대는 1% 미만이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자격증 취득 후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을 돌보는 것이 가능해 70대 이상은 대부분 가족 요양으로 분석된다.
◆ 평균 월급 124만원..타 노동시장 대비 매력 높지 않아
이처럼 요양보호사 인력 확대가 어려운 것은 처우 때문이다. 퇴직 후를 대비해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월급 등이 적어 당장 다른 노동시장에서 이동할 유인이 약한 것이다. 지난해 요양보호사 자격증 누적 취득자는 252만4000명에 달하지만 이 중 4분의 1인 64만명만 일하고 있다.
장기요양요원에 소속된 요양보호사의 평균 임금은 117만원이다. 사회복지사(213.3만원), 간호조무사(199만원), 물리작업치료사(218.8만원)와 약 두배 차이가 난다. 월평균 근로시간이 요양보호사가 작은 영향도 있지만 시간당 임금도 요양보호사가 1만1800원으로 가장 낮다. 사회복지사는 1만2700원, 간호조무사는 1만2600원, 물리작업치료사는 1만3600원이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출근 장소가 고정적인 요양시설보다 노인의 집으로 찾아가야하는 재가서비스 수요가 더 많은 점도 영향을 미친다. 2022년 기준 서비스 이용 비중은 재가가 77%, 시설이 23%였다. 하지만 2027년이 되면 재가가 80%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보험 1~2등급을 받아야 입소가 가능한데다 시설비를 일부 자비로 부담해야 해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 아울러 근무자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노인 및 보호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 정서적 어려움, 이용자의 갑작스런 통보로 수입 감소 경우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승급제를 실시해 월 15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요양보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노인의 수를 2.3 대 1에서 내년 2.1 대 1로 줄일 방침이다. 다만 대규모 인력을 끌어들이기에는 아직도 부족한게 사실이다. 배지영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교수는 "승급제도는 사실상 승진이라 현장의 반응이 좋다"면서도 "이런 제도 변화는 장기간 처우를 개선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효과를 내긴 어려워 앞으로 처우나 교육 등 관련 체계들을 더욱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사출처 :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정인지 기자,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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