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그늘, 노인의 집은 어디인가] 강원 노인 빈부격차 ‘하늘과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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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70대 이상 월평균 소득 현주소
월 50만~100만원 33.4% 최다, 400만원 이상 고소득 5.8%, 고령층 양극화 현상 ‘뚜렷’
■ 가장 부담되는 지출 분야 ‘집’
도 노인 55.9% “주거비 부담”, 전국 평균 25.7%의 2배 이상, 강원형 노인 주거복지시책 시급
■ 기초생활수급자 절반이 노인
전체의 45.2%… 5년새 12.4%p↑, 1인 노인가구 남 45.3·여 30.0%, “고독·외로움 때문에 힘들다”
대한민국 전체가 초고령화 사회의 문턱에 있다. 통계청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 강원은 이미 예전에 훌쩍 넘었다. 지난 9월 기준 강원의 노인 인구는 37만9708명으로 전체(152만410명) 인구의 24.97%를 차지하고 있다. 반올림하면 25.0%, 정확히 강원도민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연 평균 4.6%씩 증가하고 있어 그 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피할 수 없는 고령화 사회. 이제 문제는 강원 노인 삶의 질이다.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미 수많은 지표들이 ‘그렇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17개 시·도 가운데에서도 강원도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빈곤은 외로움으로, 또 고독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노인층 사이로 엄습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강원도 고령층이 마주한 현실, 특히 양극화 문제를 ‘주거복지 정책’을 중심으로 5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20년 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먼저 시행한 다양한 대응 정책 등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 강원특화형 주거복지 방향을 모색한다.
‘0.7% vs 72.2%’
지난해 강원지역 70대 이상 노인 중에서 한 달에 8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노인과 수입이 200만 원 미만에 불과한 노인의 비율이다.
강원도가 1만58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 최근 발표한 ‘2023 강원 사회지표’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 이 조사 중 70대 이상 노인의 월평균 소득(세전) 조사 결과를 금액 구간별로 살펴보면 1달을 기준으로 수입 50만∼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33.4%로 가장 많았다. 100만∼200만원 미만은 30.5%, 200만∼300만 원 미만은 15.1%, 한 달에 50만 원도 채 벌지 못하는 비율도 8.3%나 차지했다. 이들을 합치면 200만 원 이하를 버는 70대 이상 노인이 72.2%를 차지한다.
반면 한달 소득이 300만∼400만원 미만인 70대 이상은 7.1%로 나타났다. 비교적 고소득으로 볼 수 있는 400만∼500만 원 미만은 2.7%로 확연히 줄어들었으며, 500만∼600만원은 1.0%, 600만∼700만원은 1.0%, 700만∼800만원은 0.4%, 800만 원 이상은 0.7%로 각각 집계됐다.
같은 자료에서 이제 막 고령층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둔 60대와 아직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할 시점인 50대,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40대를 별도로 비교해 보면 고령층에서 유독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세대에서 저소득 구간일수록 노인 인구 비중이 몰리는 피라미드형 구조가 뚜렷하다.
60∼69세에서 소득 50만 원 미만은 2.0%, 소득 800만 원 이상은 4.5%였고 50∼59세의 경우 소득 50만 원 미만은 0.9%, 800만 원 이상이 10.7%로 집계됐다. 40∼49세의 경우 소득 50만 원 미만은 0.6%, 800만 원 이상은 9.3%였다. 50대와 60대만 비교해 봐도 더 나이든 연령대에서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런 가운데 강원지역 노인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 분야는 주거 비용, 즉 ‘집’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가 펴낸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노인들에게 ‘부담이 되는 지출 항목’을 물어 본 결과 ‘주거 관련비’라고 답한 강원 노인의 비율이 55.9%로 절반을 훌쩍 넘어 전국 시·도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답변을 한 전국 평균 노인 비율 25.7%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강원형 노인 주거 복지 시책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시급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내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을 보면, 강원지역 노인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는 3만7135명으로 전체 수급자(8만2055명)의 45.2%를 차지했다. 5년 전인 32.8%보다 무려 12.4%p 증가한 수치다. 해당 수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의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OECD가 발표한 ‘대략적인 연금 2023’ 보고서에서도 심각성은 두드러진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40.4%로 38개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22.8%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특정 국가에서 노인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그 나라의 소득불평등이 심한 동시에 특히 주로 노인층에서 그러한 추세가 뚜렷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심화된 고령층 소득 양극화 문제는 고립과 고독으로 이어지며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은퇴 이후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보다는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 헤매거나 빈곤에 시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도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강원지역 1인 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령층의 심각한 사회적 고립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 고독과 외로움 때문에 힘들다고 응답한 노인 비율이 남성 45.3%, 여성은 30.0%으로 집계된 것. 혼자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남성은 17.5%, 여성은 13.3%에 달했다.
민연경 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군 단위 지역 조사를 나가보면 아직도 아궁이를 때는 초가집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호화 실버타운과 요양시설들이 들어서는 사이 기본 주거시설 조차 갖추지 못한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실태 파악과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이유”라며 “경제 활동에서 소외된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사회 참여에서도 배제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고 말했다.
민 연구위원은 “강원지역 어르신 10명 중 4명 이상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취미·여가’를 꼽는데, 주거와 교통 등 기본 인프라조차 부족한 상황에서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고위험 음주율 전국 1위의 불명예 역시 많은 노인들이 음지에 갇혀있음을 뒷받침하는 만큼 고령친화 도시를 목표로 하는 강원의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우은 helpeun@kado.net
기사 출처 : 강원도민일보, 최우은 기자 2024.10.24
강원도민일보는 강원도 고령층이 마주한 현실, 특히 양극화 문제를 ‘주거복지 정책’을 중심으로 5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20년 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먼저 시행한 다양한 대응 정책 등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 강원특화형 주거복지 방향을 모색한다.
‘0.7% vs 72.2%’
지난해 강원지역 70대 이상 노인 중에서 한 달에 8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노인과 수입이 200만 원 미만에 불과한 노인의 비율이다.
강원도가 1만58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 최근 발표한 ‘2023 강원 사회지표’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 이 조사 중 70대 이상 노인의 월평균 소득(세전) 조사 결과를 금액 구간별로 살펴보면 1달을 기준으로 수입 50만∼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33.4%로 가장 많았다. 100만∼200만원 미만은 30.5%, 200만∼300만 원 미만은 15.1%, 한 달에 50만 원도 채 벌지 못하는 비율도 8.3%나 차지했다. 이들을 합치면 200만 원 이하를 버는 70대 이상 노인이 72.2%를 차지한다.
반면 한달 소득이 300만∼400만원 미만인 70대 이상은 7.1%로 나타났다. 비교적 고소득으로 볼 수 있는 400만∼500만 원 미만은 2.7%로 확연히 줄어들었으며, 500만∼600만원은 1.0%, 600만∼700만원은 1.0%, 700만∼800만원은 0.4%, 800만 원 이상은 0.7%로 각각 집계됐다.
같은 자료에서 이제 막 고령층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둔 60대와 아직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할 시점인 50대,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40대를 별도로 비교해 보면 고령층에서 유독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세대에서 저소득 구간일수록 노인 인구 비중이 몰리는 피라미드형 구조가 뚜렷하다.
60∼69세에서 소득 50만 원 미만은 2.0%, 소득 800만 원 이상은 4.5%였고 50∼59세의 경우 소득 50만 원 미만은 0.9%, 800만 원 이상이 10.7%로 집계됐다. 40∼49세의 경우 소득 50만 원 미만은 0.6%, 800만 원 이상은 9.3%였다. 50대와 60대만 비교해 봐도 더 나이든 연령대에서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런 가운데 강원지역 노인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 분야는 주거 비용, 즉 ‘집’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가 펴낸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노인들에게 ‘부담이 되는 지출 항목’을 물어 본 결과 ‘주거 관련비’라고 답한 강원 노인의 비율이 55.9%로 절반을 훌쩍 넘어 전국 시·도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답변을 한 전국 평균 노인 비율 25.7%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강원형 노인 주거 복지 시책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시급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내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을 보면, 강원지역 노인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는 3만7135명으로 전체 수급자(8만2055명)의 45.2%를 차지했다. 5년 전인 32.8%보다 무려 12.4%p 증가한 수치다. 해당 수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의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OECD가 발표한 ‘대략적인 연금 2023’ 보고서에서도 심각성은 두드러진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40.4%로 38개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22.8%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특정 국가에서 노인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그 나라의 소득불평등이 심한 동시에 특히 주로 노인층에서 그러한 추세가 뚜렷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심화된 고령층 소득 양극화 문제는 고립과 고독으로 이어지며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은퇴 이후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보다는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 헤매거나 빈곤에 시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도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강원지역 1인 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령층의 심각한 사회적 고립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 고독과 외로움 때문에 힘들다고 응답한 노인 비율이 남성 45.3%, 여성은 30.0%으로 집계된 것. 혼자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남성은 17.5%, 여성은 13.3%에 달했다.
민연경 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군 단위 지역 조사를 나가보면 아직도 아궁이를 때는 초가집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호화 실버타운과 요양시설들이 들어서는 사이 기본 주거시설 조차 갖추지 못한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실태 파악과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이유”라며 “경제 활동에서 소외된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사회 참여에서도 배제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고 말했다.
민 연구위원은 “강원지역 어르신 10명 중 4명 이상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취미·여가’를 꼽는데, 주거와 교통 등 기본 인프라조차 부족한 상황에서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고위험 음주율 전국 1위의 불명예 역시 많은 노인들이 음지에 갇혀있음을 뒷받침하는 만큼 고령친화 도시를 목표로 하는 강원의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우은 helpeun@kado.net
기사 출처 : 강원도민일보, 최우은 기자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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