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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지방 살리자”… 팔 걷고 나선 日 시니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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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89회 작성일 24-10-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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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시니어 라이프] 도치모토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

60세 이상 시니어 세대는 과거 지방이 활기차고 번성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다. 정년을 앞둔 이들이 ‘그 시절 즐거웠던 시골 동네를 되찾자!’며 지방 쇠퇴를 막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앙이 프로젝트 리더인 단지 씨, 오른쪽이 야마자키 씨, 왼쪽이 지시마 씨(신마화 교수)원본보기
▲중앙이 프로젝트 리더인 단지 씨, 오른쪽이 야마자키 씨, 왼쪽이 지시마 씨(신마화 교수)


일본의 744개 지자체의 젊은 여성 인구가 2050년까지 절반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 급감으로 소멸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다. 60세 이상 시니어 세대는 쇠퇴해가는 고향과 자신들의 인생 후반기를 겹쳐보며 지방의 쇠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도시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앞만 보고 달렸던 이들이 정년을 앞두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가동한 이유다. 지방 소멸을 안타까워하는 시니어들이 주인공이 되어 오래된 빈집을 사들이고 보수해, 숲속에 예쁘고 아담한 캠프장을 만들었다.


▲산간 지역인 이 동네에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는 이동 슈퍼 (신마화 교수)원본보기
▲산간 지역인 이 동네에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는 이동 슈퍼 (신마화 교수)

해발 750m의 앙증맞은 캠프장

트리하우스 같은 캠프장에 빈손으로 오셔도 됩니다. 숲속의 우드데크 위에 설치된 텐트에서 1박 2일을 체험해보세요. 가까운 곳에서 계곡 낚시와 수영도 즐길 수 있습니다. 도치모토캠프장에서 숲과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만끽하지 않겠습니까?


기온 38℃에 습도까지 높아 체감 온도는 40℃가 넘는 뜨거운 여름날,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마중 나온 마이크로버스를 타고서야 도착한 이곳은 사이타마현 지치부시 도치모토지구(埼玉県 秩父市 栃本地区)였다. 해발 750m에 위치한 도치모토지구는 ‘천상의 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외딴 지역이다. 주위에는 산과 산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고,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도로 사이로 오래된 민가가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다. 30m 넘는 키 큰 삼나무들이 가득한 숲의 향기와 함께 다양한 벌레 소리와 새들의 향연이 도시와는 다른 세상임을 알려주었다.


▲감자 캐기를 하는 데쿠라 씨(신마화 교수)원본보기
▲감자 캐기를 하는 데쿠라 씨(신마화 교수)


캠프장 입구에는 ‘도치모토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간판이 있었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프로젝트 리더 단지 요스케(丹治洋介, 60)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단지 씨는 대학 졸업 후 상사에서 근무하다 독립해 현재 도쿄에서 의류 수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우연히 도치모토지구와 인연을 맺고 자주 방문하다가, 2021년 동료들과 함께 주식회사 도치후사(栃ふさ: 도치모토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의 준말)라는 지역 활성화 회사를 따로 설립했다. 그는 주중에는 도쿄, 주말에는 도치모토지구를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옆에 있던 프로젝트의 주요 멤버 야마자키(山崎, 66) 씨가 새카맣게 탄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대기업 화장품 회사에서 영업부장을 했고, 아시아 각국의 현지 법인 사장으로 오래 근무했다. 한국에서도 일한 적 있다고. 정년퇴직 후 고향인 지치부시로 돌아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퇴직 후 심심하게 지내다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해 매일 신나게 일하고 있단다. 또 다른 멤버 데쿠라(出倉, 72) 씨는 도쿄도청 직원이었는데 퇴직 후 단지 씨와 친분을 쌓게 됐다. 2017년부터 캠프장 근처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이 프로젝트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지시마(千島, 60) 씨는 혼다 계열 회사를 다니다 정년퇴직하고 올해부터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감자캐기에 열중하는 참가자들(신마화 교수)원본보기
▲감자캐기에 열중하는 참가자들(신마화 교수)


하행열차에 올라탄 시니어들

필자가 방문한 날에는 일반 손님 15명, 자원봉사자 10명, 프로젝트 멤버와 사원까지 총 30여 명이 모였다. 초등학생・중학생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있어서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바비큐를 즐기고 노래를 불렀다. 이날 캠핑에 혼자 참가한 여성 Y씨(66)는 연신 땀을 닦으며 고기와 채소를 구워주었다.

“저는 42년 동안 대기업에 다니다 올해 3월 정년퇴직했어요. 지인에게 도치모토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지난해부터니까 퇴직 전부터 자원봉사자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벌써 여섯 번째네요.”

도치모토지구의 캠핑장은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직접 만들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목수와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자들이 우드데크를 만들고 샤워장과 화장실 등을 설치했다. Y씨는 우드데크 사이로 난 길을 고르고 나무를 잘라 박는 일을 했다. 이곳에서는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이쪽으로 내면 더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일했기에 정말 좋았다고 한다.

“지금은 특허 취득 신청 서류를 대행해주는 회사에서 일주일에 3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거기서 제가 가장 젊어요.(웃음) 사장님이 80세이고, 직원들도 모두 저보다 나이가 많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원들은 온라인으로 근무하거나 종일 외근을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는 저 혼자밖에 없어요. 대화를 하고 싶어 회사에 가는 건데 대화할 상대가 없는 거예요. 이곳에 봉사하러 오면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일본 된장을 바르고 구운 감자(신마화 교수)원본보기
▲일본 된장을 바르고 구운 감자(신마화 교수)


Y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도치모토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는 훌륭한 커뮤니티의 장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집과 회사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제3의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또 다른 참가자 H씨는 전기기기 제조회사인 대기업에 재직 중이라고 했다. 그는 역직정년을 맞이한 샐러리맨의 인생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일본에는 55세 혹은 60세에 정년자의 직책을 없애고 급여를 줄이는 대신 5년 동안 연장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역직정년 제도가 있다.

“회사에서 법무부장을 맡고 있을 때는 부하 직원이 120명이었는데, 역직정년을 맞이해 지금은 부하 직원 없이 혼자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 상사는 지난 3월까지 부하 직원이었던 사람이에요. 월급도 물론 많이 줄었고요. 좀 비참한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에 와 숲속에서 하룻밤 지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상념이 사라져요.”

인생의 상행열차에서 하행열차로 바꿔 탈 때, 대부분의 사람이 익숙지 않은 상황에 당황하며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하행열차에 올라탄 같은 입장에서 위로의 말을 주고받는다면 덜 외로울 것이다. 지방 활성화라고 하면 흔히 ‘어떻게 젊은이들을 끌어들일까?’ 생각하기 쉽지만, 이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하행열차를 탄 시니어’다. 이들은 오래 축적한 경험, 정보, 인맥, 자금력을 활용해 도치모토지구를 소생시키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다.


▲도치모토지구장이 도쿄에서 참가한 아이에게 캔 감자를 건네주는 모습(신마화 교수)원본보기
▲도치모토지구장이 도쿄에서 참가한 아이에게 캔 감자를 건네주는 모습(신마화 교수)


계절마다 찾고 싶은 고향 꿈꾸며

단지 씨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계획서를 제출해 지원금을 받아 캠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폐가를 구입하고 보수하고 캠프장으로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이 모은 투자금 5000만 엔(약 4억 6000만 원)으로 충당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캠프장에서는 계절별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월에는 근처 녹차밭에서 직접 녹찻잎을 따고 덖어 차를 마시는 프로그램을 매주 열어요. 100여 명이 참가합니다. 7월에는 감자 캐기 체험도 있고요. 가을에는 손님들이 직접 주변의 버섯을 따오면 버섯에 대해 잘 아는 지역 주민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는 것을 구별해주고 바비큐 파티를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열어요. 역시 100명 정도 참여합니다. 캠프장 근처에 포도밭도 있어서 수확한 포도로 포도주 만드는 공장에 의뢰해 포도주도 제작합니다.” 단지 씨가 설명했다.

캠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오전에 감자 캐기가 진행됐다. 도치모토지구장(마을 이장)과 지역의 목수들도 함께했다. 모두 70세가 넘은 시니어들이다. 직접 땀 흘리며 캔 감자로 만든 감자 샐러드와 화덕에 구운 피자는 정말 달고 맛있었다. 화덕에서 금방 나온 뜨거운 피자를 자르던 야마자키 씨는 사실 정년퇴직 후 동남아시아에서 노후를 보낼 계획이었다고 했다.

“주변에서 이런 조언을 해줬어요. ‘60세부터 75세까지는 동남아시아에서의 삶도 좋지만, 75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거냐?’고요. 가장 큰 문제는 노후에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병원이 있느냐는 것이었어요. 결국 해외 이주를 포기하고 이곳으로 돌아왔는데,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삼나무 숲속에 지어진 텐트 (신마화 교수)원본보기
▲삼나무 숲속에 지어진 텐트 (신마화 교수)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지역에서 만든 와인, 벌꿀, 녹차, 허브차를 선물로 구입했다. 캠프장을 통해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직 단지 씨가 도쿄에서 운영하는 의류 수입 회사의 수익을 이곳에 투자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단지 씨는 소년처럼 눈을 반짝이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올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캠프를 운영할 예정이어서 흑자전환을 기대한단다.

“도치모토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사원 두 명과 아르바이트 두 명을 고용했어요. 이 중에는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익을 창출해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계획이에요. 몇 달 전에는 제 회사 거래처인 중국 회사의 직원들이 이곳에 오고 싶다고 해서 며칠 머무르고 갔는데 매우 만족스러워했어요. 점점 더 많은 해외 관광객이 도시에서 쇼핑하기보다 이런 체험을 선호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해외 여행객도 유치하려고 합니다.”

도치모토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방에 활기를 되찾기 위해 시니어들이 풍부한 경험, 정보, 인맥, 의욕, 자금을 모아 마을 재생에 기여한 좋은 사례다. 프로젝트 멤버들은 시니어들의 힘으로 이룬 이러한 지방 발전이 일본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포부를 가지고 열정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니어들이 경험과 지혜를 살려 시골 마을의 풍부한 자연환경 속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누구나 찾아가고 싶은 마을,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운동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