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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그리고 그 후] 5인5색의 고령 노동자들…6070에도 열정은 아직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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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4-12-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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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삶 시작한 대구 60~70대 5人…'도전·보람·생계'
해설사·택시기사·사회복지사·연구소장… 출신도 직업도 각양각색
"죽는 전날까지 일하고 싶어" 고강도·저임금에 퇴직 후 여러 일자리 전전하기도

대구 중구 약전골목에 있는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에서 홍순덕(71) 골목문화 수어 해설사가 마당 깊은 집에 대한 해설을 진행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대구 중구 약전골목에 있는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에서 홍순덕(71) 골목문화 수어 해설사가 마당 깊은 집에 대한 해설을 진행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일은 생계 수단이자 사회 활동의 장이며, 자아실현의 밑바탕이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정년 이후에도 여러 이유로, 일을 계속하는 대구 시민 5명을 만났다. 정년 이후에도 일에서 보람을 찾는 이들에게서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의 희망을 들었다.

◆50살에 임용고시 도전… 교사 퇴직 후 수어 해설사로 활약

대구 중구 약전골목에 있는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중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마당 깊은 집'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그 시절 대구 피난민들의 삶을 재구성한 문학 체험 전시 공간이다. 71세의 홍순덕 씨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곳을 소개하는 수어 해설사다.

홍 씨는 고령에도 중구청 소속 골목문화해설사로서, 김원일의 마당이 깊은 집과 읍성영상관에서 해설사로 근무 중이다.

20살이 되자 지역 사립 특수학교에 들어간 그는 학교에서 청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과정에서 자유롭게 구사할 정도의 수어를 터득했다. 교사로 일하며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까지 하느라 바쁜 생활을 보냈다. 그러다 남편도 업무로 늦게 귀가하고, 자식들도 서울의 대학에 다니며 따로 살게 되자 '빈 둥지 증후군'이 찾아왔다.

무료함에 빠져있던 홍 씨는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본 임용고시 강의를 보고, 50살이란 늦은 나이에 임용고시에 도전하게 됐다. 퇴근 이후 저녁 시간에 학원까지 다니며 2달간 열심히 공부했다.

원서 접수 기간,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대구시교육청은 40세, 경북도교육청은 45세까지로 임용고시 지원 자격이 제한했던 것. 전국 시도교육청을 다 확인한 결과 만 52세까지 지원할 수 있는 강원도에 원서를 넣었다. 이후 짧은 공부 기간에도 불구하고 정식 임용고시에 최종 합격한 홍 씨는 2003년 3월 1일 자로 강원도 초등학교로 발령받았다.

12년 6개월을 강원도에서 보내고 2015년 8월에 퇴직했다. 대구로 돌아와 비닐하우스를 짓고 약초를 키우려 준비 중이었던 그는 우연히 수어 해설사 공고를 접했다. 6개월 교육 기간을 이겨내고 합격한 끝에 2017년 중구청의 골목문화 수어 해설사로 임명받았다.

7년째 해설사로 일하는 홍 씨는 하루 7시간 기준으로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홍 씨는 "금액이 중요하진 않다. 지금 이 나이에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일하는 것"이라며 "최근 해설사 활동이 가능한 나이가 75세까지로 제한이 생겼다. 개인적 욕심으론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해설사로 일하고 싶기에 아쉽다"라고 말했다.

설경석(65) 택시 기사.설경석(65) 택시 기사.권천달(68) 택시 기사권천달(68) 택시 기사

◆공장장·정보계 형사 출신 택시기사 2人… 제2의 삶 찾았다

대구 서구 대구택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설경석(65) 씨와 권천달(68) 씨. 이들은 퇴직 전엔 서로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했지만, 현재는 택시 기사다.

서울에서 태어난 설 씨는 부친이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 판매 업체에서 영업직으로 20년간 근무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며 회사는 문을 닫았다. 1999년 새 자동차 부품 판매 업체를 찾아 대구로 와 영업직으로 8년간 근무했다. 경영난에 또다시 직장을 옮긴 뒤 공장장으로 현장 업무를 총괄했다.

지난 2019년 60세 정년으로 퇴직했다.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해 집에서 마냥 쉴 순 없었다. 주차관리원, 건물 청소, 아파트 경비 등 여러 일 전전했지만, 고강도, 저임금, 구조 조정 등의 이유로 그만두고, 현재 택시 기사 일에 정착했다.

설 씨는 "아내는 현재 몸이 약해 집에서 쉬고 있어 돈을 버는 건 나뿐"이라며 "힘닿는 데까지는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덕 산골 출신의 권 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농사를 짓기보단 나라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꿈을 위해 독서실을 다니며 공부했고, 경찰 시험에 합격했다. 처음엔 기동대와 남산1동 파출소 등을 거쳤다. 근무 능력을 인정받아 정보계 형사로 발탁돼 중부서에서만 26년간 근무했다. 퇴근 이후에 비상 호출에 달려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항상 뿌듯했다.

그렇게 33년을 근무하고 퇴직 1년 앞둔 시점인 2018년 2월에 명예퇴직했다. 그다음 달 바로 대구택시협동조합과 계약을 맺고 택시 기사로 근무했다. 이렇게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던 건 퇴직 5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한 덕분이었다.

권 씨는 "평생 공직에 있던 사람들이 은퇴 후 사업에 손댔다가 퇴직금을 다 잃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무조건 안정적인 직업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활발한 성격이라 승객을 상대하는 이 일이 적성에 맞다. 죽는 전날까지도 택시 운전대를 잡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수성구 범물동에 있는 초심재활주간보호센터에서 서혜순(61) 사회복지사가 김장 하기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독자 제공지난해 12월 20일 수성구 범물동에 있는 초심재활주간보호센터에서 서혜순(61) 사회복지사가 김장 하기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독자 제공

◆'호기심 대마왕', 자격증 부자… 사회복지사로 도전 성공

최근 휴일을 맞아 집에서 쉬는 서혜순(61) 씨를 만났다. 사회복지사인 그는 현재 수성구 범물동의 초심재활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사주에 역마살이 있다는 그의 말대로, 지금까지 여러 일을 거쳤다.

경남 진주에서 2남 5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서 씨는 부산에 시집간 언니네 집에 살면서 고등학교에 다녔다. 제조업에 종사하던 형부가 대구에 영업소를 세웠고, 여기서 서 씨는 20살부터 경리로 일하기 시작, 결혼 전까지 10년 정도 다녔다. 1992년 2월 대구 토박이 남편과 결혼하고 그해 12월 아들을 낳았다.

이후 인구주택총조사 인구조사원, 수성구 드림스타트센터의 취약계층 아동 대상 독서지도사 등으로 근무했다. 또 호프집을 운영하거나 폐쇄회로(CC)TV 관제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서 씨는 요양보호사, 독서지도사, 조리원, 사회복지사, 직업상담사 등 자격증만 5개다. 이중 사회복지사는 직장 생활 중 만학도로 입학한 방송통신대 청소년교육과 다니며 취득했다.

그러다 2018년 1월 건강이 나빠져 수술을 받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쉬었다. 점차 몸은 건강해졌지만, 일할 곳이 없어 답답해하던 서 씨는 2020년 지역 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일은 고단하지만 성실했던 그는 같은 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다시 고용됐다. 이제 사회복지사가 된 그는 어르신 맞춤 사회 훈련 프로그램 기획하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

서 씨는 "사회복지사는 나이 제한이 없어 몸이 허락하는 한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 일을 함으로써 내가 아직 무언가를 배울 능력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다"고 했다.

대구 북구에 있는 미래테크 주식회사 옥상에서 스마트팜 사업부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송재관(67) 씨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소개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대구 북구에 있는 미래테크 주식회사 옥상에서 스마트팜 사업부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송재관(67) 씨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소개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한평생 걸어온 '농업공학' 외길…"사회에 도움이 되고파"

대구 북구의 미래테크 주식회사 옥상. 스마트팜 사업부 연구소장을 맡은 송재관(67) 씨는 현재 연구 중인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소개했다. 살아 있는 눈빛과 밝은 표정의 그는 지난해 2월부터 이곳에서 1년 단위 계약 형태로 일하고 있다.

미래테크는 건축 및 토목용 자재를 생산하는 업체지만, 최근 식물공장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식물공장은 실내에서 햇빛, 온도, 습도, 물 등을 인공적으로 조절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1년 내내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 시스템이다.

송 씨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팠다. 1982년 경북대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기계화연구소에서 3년간 일하다 모교 대학원에서 농기계 분야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이후 경북의 한 대학교에서 관련 학과 교수로 근무했지만, 정년인 65세가 되기 전 55세에 명예퇴직으로 학교를 나왔다. 연구보단 신입생 모집과 취업이 중심이 된 대학 분위기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고, 학령인구 감소로 교수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송 씨는 명예퇴직을 결정했다.

퇴직 후 지역의 식물공장 관련 중소기업 연구소와 농업법인을 전전하며 유리온실 등 최첨단 시설에서 작물을 효율적으로 재배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연구비 축소 등 회사가 힘들어져 한 곳에 계속 있진 못했지만, 학교에서 교수로 지낼 때보다 연구에 매진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

송재관 씨는 "식물공장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고 아직은 모험이 필요한 분야이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학 동기도 절반 이상이 여전히 일하는 중이고, 나 또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구를 계속해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 매일신문, 기획탐사팀,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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