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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흔드는 ‘2차 베이비 부머’ ‘파워 시니어’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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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5-01-3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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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김진한 도로 대표와 빈센트(오른쪽)가 마주보며 웃고 있다.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인턴 나이는 63세, 대표 나이는 27세. 김진한씨가 2021년에 창업한 ‘도로(DORO)’는 청소년 디지털교육 서비스를 하는 에듀테크 기업으로, 직원 평균 연령대가 20대 후반인 젊은 회사다. 여기에 인턴으로 들어왔다가 1개월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강성국씨는 김 대표와 3번 돌아 띠동갑이다. 지난 1월 16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 ERICA 창업보육센터에 위치한 도로 사무실에서 만난 강씨는 기자가 이름을 부르자 손사래를 치며 ‘빈센트’라고 정정했다. 그가 내민 명함에도 이름 대신 ‘빈센트’라고 적혀 있었다. 옆에는 ‘경영&마케팅 구루’라는 글씨가 보였다. 구루는 산스크리트어로 특정 지식이나 분야의 멘토 또는 가이드를 뜻하는 말이다.

도로 직원들은 대표를 ‘진한님’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서로의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인다. 하지만 강씨만큼은 ‘빈센트’라고 부른다. 빈센트는 강씨의 부캐(부캐릭터)명이다. 강씨는 어릴 적 화가가 꿈이었다며 반 고흐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했다. 에스콰이아, 광고대행사 나라기획 등을 거쳐 윤선생영어교실에서 9년을 일하고, 와이즈만 영재교육에서 사업총괄본부장(상무)을 맡았던 그는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표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조직 생활의 한계를 느껴서 퇴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8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나온 뒤 강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빈센트로 살기’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임원에서 스타트업 인턴으로

이 문서에는 ‘외모가 깔끔, 자신의 콘셉트가 있는 패션’ ‘친절하고 주변인을 배려하는 매너’ ‘말수는 적당하여 신중하며 논리적인’ ‘잘난 척 말고 겸손한’ ‘가족 중심’ 등이 쓰여 있다. 특히 ‘이렇게 나이 들고 싶지 않아’라는 항목에는 ‘배우자 험담하기, 어리다고 무례하게 대하기, 주말 등산 가자고 강요하기’ 등이, ‘이렇게 나이 들고 싶어’에는 ‘말 안 듣는 몸 다스리며 꾸준히 운동하기, 늦었다 생각 않고 꿈 펼치기, 노안 극복하고 책 가까이 하기’ 등이 적혀 있었다. 강씨의 부캐 빈센트는 인생 2막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삶의 원칙을 지향하는 존재인 셈이다.

도로에서 빈센트의 출근 복장은 늘 후드티다. “제 나이 또래들이 입는 등산복이나 골프웨어를 정말 싫어해요. 후드티는 60세 이후를 생각해서 미리 정해놓은 패션인데, 빈센트의 상징 중 하나입니다.” 이날도 그는 진녹색 후드티를 입고 나타났는데 진녹색 외에도 회색, 남색, 노란색 등 네 가지 색상의 후드티를 돌려 입는다고 했다. ‘꼰대’이고 싶지 않다는 빈센트는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라며 “옳은 말인지, 꼭 필요한 말인지, 친절하게 말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입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센트는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4050 인턴십’을 통해 도로와 연을 맺었다. 면접 당시 빈센트는 도로의 상황을 진단하고 마케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먼저 제안해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별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오히려 이런 멋진 분이 왜 도로에 지원하셨을까 의문이 들었다”며 “인터뷰를 2시간 넘게 하면서 꼭 빈센트와 함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본래 3개월짜리 인턴이었던 빈센트는 1개월 만에 ‘샤크(Smart, Honest, AI Ready Kids)’ 사업팀장으로 전환됐다.

 
60대와 20대의 상생 방법

샤크는 도로가 새롭게 선보이는 ‘프리미엄 AI 디지털교육 서비스’ 브랜드로, 초등학생 고학년들에게 AI 활용법을 일대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는 처음이고, AI 디지털교육을 종이책으로 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이는 엄마들을 공략하기 위한 빈센트의 전략이기도 했다. 그는 “신사업 브랜드 론칭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1~2년이 걸리는데 여기선 사업 기획부터 교재 개발, 브랜딩까지 7개월 만에 끝났다”며 “1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올해 목표다. 샤크가 성공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로를 비롯한 많은 스타트업은 업무에 ‘노션’을 활용한다. 노션은 앱 하나로 프로젝트 협업, 홈페이지 제작 등의 모든 문서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어려운 도구다. 노션을 쓰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빈센트는 “좋은 자동차에 좋은 기술이 많더라도 쓰는 것만 쓰듯이, 내 스타일대로 노션을 쓰면 된다”며 “파일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의 업무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다른 직원들에게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을 찾은 것이다.

김 대표는 빈센트를 회사의 ‘이정표’라고 표현했다. “사교육 분야에서 임원으로 일하며 마케팅으로 성과를 낸 빈센트는 팀원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이정표예요. 빈센트는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이 정말 많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인 도로는 사회 경험이 부족하지요. 빈센트의 존재는 의사결정의 순간에 가장 빛나요. 새로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불안함을 느끼더라도 빈센트가 ‘이건 돼’라고 하면 일단 가 봐요. 빈센트는 엄마들의 ‘니즈’와, 어디에서 우리의 콘텐츠가 잘 팔릴지를 이미 잘 알기 때문입니다.”

빈센트의 연봉은 도로 소속 직원 중 가장 높지만 직전 회사에서 받았던 액수의 약 40% 수준이다. 대신 김 대표는 회사 근처에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빈센트는 자신의 취업 사례가 ‘재취업’으로 불리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저는 신중년, 재취업 등의 단어를 무척 싫어한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노동시장에서 똑같이 경쟁하고 취업한 건데 재취업이라고 해버리면 사회적 약자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서 “지금까지는 평균 수명이 60대인 사람들이 만든 룰대로 살아왔지만 이제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만큼 그 룰을 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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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분야로 직업 전환을 한 홍재현씨. photo 서울시50플러스재단


배움은 늦지 않다… 50대에 직업 전환

4년제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홍재현(54)씨는 광고기획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2015년에 퇴사했다. 관광업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창업한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해 5년 만에 폐업했다. 이런 쓰라린 경험 끝에 현재 그는 광고와는 전혀 다른 영역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 ‘아이엠에스알’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홍씨는 광고기획사에서 마케팅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다른 직업을 가질 생각이 없었지만, 어느 순간 ‘내가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고 했다. 광고업계 특성상 아이디어를 계속 내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씨는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던 시절 외주 용역을 받아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인상 깊었다”며 “ESG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5학기 동안 ESG 분야 석사 과정을 밟았다”며 “온라인 교육을 듣고 ESG 컨설턴트 민간 자격증도 땄다”고 했다. 

공부를 하고 나니 실무가 궁금해졌다. 홍씨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4050 인턴십’을 통해 ‘아이엠에스알’에 지원한 이유다. 홍씨는 지난해 5월 인턴 활동을 시작하면서 재단의 ‘40대 직업전환 프로그램’도 함께 들었다. ‘ESG평가사 입문’ ‘ESG공시·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전문가 과정’ ‘ESG공급망평가대응 전문가 과정’을 듣느라 6개월 동안 토요일이 없는 주말을 보내야 했다. 이 같은 열정 덕분에 홍씨는 3개월 동안의 인턴 생활 끝에 정규직 연구원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그는 “원래 업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지만, 일이 많아서 오전 8시~8시30분에 출근하고 오후 9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대해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1년 유예됐어요. 2030년부터는 자산 규모를 떠나서 모든 기업에 도입이 돼요.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선 올해부터 ESG 공시가 의무화됐어요. 수출 기업들은 ESG 평가서를 제출해야 하지요. 앞으로 이 시장은 계속 커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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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조환준씨가 지바이크 고양2캠프 사무실에서 전동자전거를 살피고 있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과거에 대한 미련 내려놔야”

홍씨 주변엔 1~2년 뒤 ‘임금피크’를 앞두고 있는 사람도 많다. 홍씨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시간을 회사나 직원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금을 30% 이상 줄이고 주3일 근무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중장년은 자기계발 시간을 확보해 직업 전환을 모색할 수 있고, 기업은 신규 채용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상생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연봉 감액을 인정하는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홍씨는 “중요한 건 과거에 받았던 대우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급여 수준, 하다못해 가족들이 집안에서 나를 대하는 것까지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SG 분야의 업무는 정년이 언제까지라고 정해진 게 없다. 60대에도, 70대에도 할 수 있다”며 “직업 전환을 한 것도 은퇴 후의 기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월 20일 경기 고양시 지바이크 고양2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조환준(58)씨는 “사무직 출신이 은퇴하고 어디에 취업할 수 있는지를 보니까 매장 관리, 운송, 생산직 등이더라”며 “내가 사회에서 용도 폐기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는 정부 지원을 받는 사회조사기관에서 10년간 연구조사 업무를 했었다. 이전에는 기업 홍보 부서에서 일하다 IMF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으로 퇴사하고, 아내와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조씨는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은 마음 편히 쉬려 했지만, 막상 쉬니 몸이 근질근질 하더라”며 “그동안 머리 쓰는 일을 했으니 몸을 쓰는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지난해 10월 진행한 채용설명회 현장 면접을 통해 개인형 이동장치(PM) 공유 플랫폼 기업인 ‘지바이크’에 지원했다. 지난해 11월 정규직으로 합격한 조씨가 맡은 ‘운영 업무’는 공유 전동킥보드·전동자전거의 배터리를 교체하고 제자리에 재배치하며, 수리가 필요한 기계들을 트럭에 싣는 일이다.

“배터리 하나당 무게가 3㎏이라서 트럭에 싣고 내리는 데 힘을 써야 해요. 건강관리를 위해 10년 동안 주 3회 수영을 한 것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됐죠. 여기 직원들이 운동을 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수영을 추천합니다. 캠프에서 제가 나이가 제일 많지만 업무 기간은 3개월로 짧다 보니 다른 직원들이 교통위반 딱지 떼이지 않으려면 주차는 어디에 해야 하는지 등의 노하우를 많이 알려줍니다. 가장 젊은 직원은 20대 중반이에요.”

 
“나에게 일은 ‘존재의 이유’다”

업무를 각자 하는 구조라서 다른 직원들과의 소통이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고양2캠프 직원들은 매일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한다고 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한식뷔페 밥차가 사무실로 오고, 금요일은 외식을 한다. 조씨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가족 같다”고 표현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은 ‘존재의 이유’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지바이크 인사팀장은 “2030 관리자가 많다 보니 중장년 직원을 뽑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실제 중장년 직원이 일하는 것을 보고 현장 관리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중장년 직원은 20대 직원에 비해 체력적인 부분에서 뒤처질 수 있지만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민원 응대를 잘한다”고 말했다. 지바이크는 앞으로 중장년 채용을 확대해 현재 약 10%를 차지하는 50대 직원의 비율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조씨가 지바이크에서 받는 급여는 이전 회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지금의 일자리에 무척 만족한다. “빠듯하지만 심리적으로 편해요. 근무 스케줄이 빡빡하지 않고,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인성이 좋아요. 사람이 좋으니까 일하고 싶어지는…. 연금을 받을 때까지는 일할 생각이고, 가능하다면 더 일하고 싶어요.”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조씨는 공무원 연금을 받기 때문에 60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

올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1967년생인 조씨는 법정 은퇴 연령을 3년 앞둔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다. 지난해 7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8.6%(954만명)를 차지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2024~2034년 순차적으로 60세에 진입하면서 연간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015~2023년 동안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 705만명이 은퇴하면서 연간 경제성장률은 0.3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발전 혜택 누린 코호트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30년대에 1% 초중반으로 들어서고, 2040년대 후반에는 연평균 약 0.6%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하지만 30세 이상 여성의 생산성이 동일 학력 및 연령대의 남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되고, 60세 이상 고령층의 노동생산성이 개선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2040년대 후반에는 잠재성장률이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인구경제학자인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60년대부터 한국의 경제발전과 이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가 본격화됐으므로, 앞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는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코호트라고 할 수 있다”며 “이들이 고령 인구의 주축이 되면서 건강하고 학력과 직업의 전문성이 높은 소위 ‘파워 시니어(Power Senior)’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파워 시니어는 나이가 들어서도 활동적으로 일하는 고령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기존 고령자들과는 다른 시대에 태어나 인적자본이나 교육 수준, 건강에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을 일컫는다.

파워 시니어는 고학력자로 대표된다. 이 교수는 책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2024)에서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도 학력이 높을수록 고령자의 고용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 최근 들어 65세 이상 대졸자의 고용률이 저학력자의 고용률보다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65세 이상 고령 인구 고용률(36%)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우리나라(2022년 기준)에선 65세 이상 대졸 인구 고용률이 같은 나이 고졸 인구 고용률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학력·저숙련 고령인력이 생계를 위해 늦은 나이까지 일을 놓을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파워 시니어들이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기 시작하면 저학력·저숙련 고령인력이 주를 이루던 실버 고용시장의 구조도 변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고령자의 향상된 교육 수준은 생산성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파워 시니어 진입 막는 노동시장 경직성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왜 파워 시니어의 고용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을까. 이 교수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꼽는다. 어떤 직원의 생산성이 떨어져도 임금을 낮출 수 없다면 고용주는 합법적인 기회가 있을 때 내보내려 할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고령화패널자료를 분석한 논문 ‘한국 장년임금근로자들의 퇴직: 사업체 규모별 위험모형분석’(2015)에서 임금이 특정 수준보다 높을수록, 임금 체계가 경직적일수록, 50세 이상 임금노동자의 퇴직 위험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2024) 보고서도 근속연수가 쌓이기만 하면 무조건 임금을 많이 받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가  한국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보다도 중장년층 임금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이 더 높다”며 “미국의 경우 임금근로자의 연령과 함께 중위 근속연수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지만, 우리나라는 중년 이후 고용 안정성이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이 관찰된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하는 중장년을 늘리기 위해선 노동시장이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앞선 도로와 빈센트의 사례를 두고 “중장년 취업자는 옛날의 임금 수준이나 조직 문화를 고수하지 않았고, 회사는 대표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직원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조직이라는 전제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며 “혁신성과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연령이라는 기준을 지우고 사람을 직무 능력과 성과에 따라 평가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학과 연계한 직업훈련 교육도 필요하다. 이철희 교수는 “싱가포르 등의 선진국에선 대학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중장년 직업훈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대학이 이용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상림 연구원도 “중장년의 재고용 시장이 만들어지려면 이들의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직업훈련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며 “고도의 숙련된 기술 강의는 대학에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선 한국은행의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는 “2차 베이비부머는 높은 인적 자본을 가지고 있어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이뤄진다면 은퇴 후 재취업 시 고용의 미스매치가 완화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성장잠재력 추가 하락의 정도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선 정부의 고령층 고용촉진 노력으로 60대 고용률이 크게 상승했는데, 이 같은 고용률 추세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난다고 가정하면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0.22%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중장년은 지금까지 2132명이다. 재단은 오는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중장년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중장년 고용혁신 정책포럼’을 열 예정이다. 또한 민간 연구센터와 협업해 경력, 고용형태,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 등을 알아보는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수요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중장년 구직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연결해주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며 “기업과 구직자 간 ‘미스매칭’을 줄이고 중장년이 빠르게 취업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 주간조선, 김연진 기자, 202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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