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치킨집’ 버는 건 '최저임금' 이하...고령자, ‘자영업공화국’에 떠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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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퇴직 후 자영업 창업은 더 이상 ‘제2의 인생’이 아니라, 노후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지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의 자영업 진입은 대부분 전문성 발현이 아닌 생계유지 목적이며, 상당수가 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 비임근 근로자 비율. 자료=통계청 제공
고령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나 홀로 사장님’
2024년 기준 자영업자 중 50세 이상 비율은 64.6%에 달한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일명 ‘나 홀로 사장님’ 중 고령자의 비율은 67.4%로 더 높다. 이는 자영업이 고령층의 일자리 대안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 실태는 녹록지 않다.
이들 자영업자의 평균 사업소득은 월 279만 원, ‘나 홀로 사장님’은 227만 원에 불과했다. 2022년 기준 최저임금(월 199만 원)을 고려하면 그나마 근접한 수준이지만, 실제 절반 가까이(48.8%)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 상태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의 저임금 비율은 75.8%에 달해, 사실상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자영업자 연령대별 비중. 자료=통계청 제공
전문성 살리기 어려운 창업...‘기승전 치킨집’은 현실
문제는 창업의 질이다. 연구에 따르면, 고령 자영업자 57.5%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종에서 과거 근무한 경험조차 없었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편의점, 음식·숙박업 등 진입장벽은 낮지만, 수익성도 낮은 업종에 몰리고 있다.
이는 ‘기승전 치킨집’이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를 데이터로 증명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고령 자영업자가 퇴직 전 수십 년간 일한 경험과 무관한 업종에 진입한다는 건, 사업의 성과도 낮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연구 결과, 자영업자가 운영 중인 업종에서 17년 내내 동일 산업에서 일한 경우에만 평균 순소득이 421만 원으로 정규직 근로자 평균임금(379만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전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창업한 경우 순소득은 144만 원, 저임금 비율은 무려 82.9%에 달했다.
임금근로 기간이 길수록 소득이 높을 것이라는 일반적 기대와 달리, 임금근로 경험은 자영업 성과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창업 전 임금근로 7~12년 그룹은 오히려 소득이 가장 낮았다. 이는 자영업 진입 전 경력이 반드시 성과로 연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임근근로 기간에 따른 자영업 순소득. 자료=한국복지패널 제공
생계형 자영업, 빈곤의 또 다른 이름
고령 자영업자의 53.8%는 음식·숙박, 도소매, 운수업 등 생계형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순소득이 225만 원, 저임금 노동 비율은 63.4%로, 절반 이상이 저소득 상태에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업종에 속하는 비생계형 자영업자의 소득은 평균 343만 원, 저임금 비율은 31.8%였다.
고령 자영업자의 다수는 여러 취약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다. 60세 이상은 50대보다 소득이 평균 237만 원 낮고, 저임금 비율도 30%p 이상 높았다. 여성 고령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192만 원으로, 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저임금 노동 비율은 67.5%에 달했다.
특히 전체 고령 자영업자의 83.4%가 고용원이 없는 1인 사업자로 나타났다. 직원 한 명 쓰기 힘들 만큼 수익이 낮고, 고정비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자영업자는 자영업자이자 ‘고용 불능 근로자’가 되어 가고 있다.
2023년 폐업자 수는 985,868명, 이 중 46.2%가 50세 이상이었다. 자영업자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하며 고령 자영업자들의 생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자영업 위기는 곧 고령층의 생계 위기이며, 이들이 복지 수혜자로 전환되면서 사회적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퇴직 후 자영업 아닌 재취업으로...전환 시급
정부는 고령자 대상 계속고용 장려금과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낮다. 의무화 3년이 지났지만, 재취업지원서비스 기업 참여율은 59.8%, 근로자 참여율은 29.6%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계속고용 제도의 실질화 ▲45세 이상 전직지원 강화 ▲고령자 대상 재교육 및 직무 재설계 ▲자영업 창업 대신 재취업을 위한 ‘진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정부가 여전히 자영업을 퇴직 후 대안처럼 인식하고 있으나, 현실은 생계조차 위태로운 고령 빈곤의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며, “재취업 중심의 구조 전환 없이는 고령자의 경제적 몰락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은퇴 후 창업? 현실은 ‘일해도 가난한 노후’. 재취업 기회가 더 많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이미지=DALL-E & 김남기 기자
기사출처 :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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