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창직 모델 AI 데이터 라벨러(어노테이터) 정충현 (60세)
전직 금융권 사무직
창직 콘셉트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가공 및 검수
창직 경력 3개월
활동 (사)한국창직협회 데이터 라벨러
AI 데이터 라벨러(어노테이터)란?
AI 데이터 라벨러는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하는 직업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에 등장하는 동물, 사물 등 모든 것에 라벨을 달아 AI에 주입하는 식이다. 영상데이터에서 특정 객체에 박스 표시하고 태깅하거나, 텍스트에서 키워드를 추출하고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등 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지만, 인공지능 산업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라벨링 업무도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창직 프로세스 1단계
금융권 명예퇴직 →코로나로 인한 창업 좌절 → 지속적 구직활동
정충현씨는 한국자동차보험, LG화재해상보험(현, KB손해보험) 등 30여 년 동안 금융권에서 종사한 뒤 3년 전 명예 퇴직했다. 이후 재취업에 나섰지만, 번번히 나이에서 좌절을 겪자,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요식 업계에서 틈새 시장을 찾던 중 ‘할랄음식(이슬람음식)’을 발견했고, 이를 한식화하고 싶었다.
아이템이 결정되자, 본격적인 창업에 앞서 한국폴리텍대학 글로벌외식조리과 신중년과정에 입학해 조리사과정을 수료하며 요식업의 실무 역량도 쌓았다. 그러나 코로나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창업을 했다간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너무 높다고 판단한 것. 결국 창업을 포기하고, 다시 재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이후 여러 채용정보사이트와 공공기관의 취업센터 등에서 정보를 구하던 중 정부의 AI 학습데이터 구축 사업 시행단체인 (사)한국창직협회에서 진행하는 ‘AI 데이터 라벨러’라는 일자리를 발견했다. 생소한 직업이었지만, 한국판 뉴딜사업인 데이터 댐 구축이란 업무에서 그는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했다.
창직 프로세스 2단계
컴퓨터 활용의 능숙함 → IT 분야에 대한 이해 → 창직
교육은 굉장히 체계적이고 노하우 전수가 원활히 이루어져 빠른 시일 내에 업무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도 도움이 됐다. 그는 30년 넘게 직장을 다니면서 컴퓨터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았고, 문서 작성부터 데이터 처리, 업무 분석, 기획까지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덕분에 컴퓨터 관련 과업에 대한 이해도가 남들보다 높았다. 덕분에 AI 데이터 라벨러로 일한 지 3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능숙하게 라벨링 업무를 해내고 있으며 교육 담당자로서 작업자, 검수 조직, AI 수행 업체 간의 의사소통에서도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그가 참여하고 있는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 사업의 AI 데이터 라벨러는 정부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디지털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에 중점을 두고 모집했다. 대상은 경력단절 여성, 55세 이상의 시니어, 장애인 또는 북한이탈주민 등이다.
전망도 밝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디지털 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 국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2025년도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 사업과 약 9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데이터 구축·개방·활용을 추진함으로 방대한 데이터댐 구축한다는 구상 아래 데이터 관련 직업은 더욱 다양화하고 전문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데이터 라벨러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직군이며 단순한 라벨링부터 고도화된 직군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어 중년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이정원의 원포인트 레슨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기술 기반의 창직 모델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이다. 인공지능 학습에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일임에도, PC만 다룰 줄 알면 참여가능한 데이터 가공 역할을 담당하는 데이터 라벨러 직업이 떠오르고 있다. 작년 한해 2만여 개의 관련 일자리가 생겨났다. 나이나 경력과도 무관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데이터 라벨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93세, 최연소 라벨러는 14세라고 한다. 무엇보다 간단한 직무 훈련만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이라 코로나와 비대면 시대를 맞아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는 새로운 직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는 최근 2022년까지 AI가 7500만개의 일자리를 대체하지만, 새롭게 일자리 1억3300만개를 창출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일자리가 감소하고, 대신 기술 발전에 따른 비대면 일자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기술에 의해 새롭게 나타나는 창직에 관심을 가져 보자.
Interview
창직 선배에게 듣는다
Q 새로운 직업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30년 동안의 직장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로 하는 작업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 자신감 덕분에 ‘AI 데이터 라벨러’라는 명칭에서 오는 부담감을 과감히 털어내고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죠. 업무 특성상 마우스 사용에 능숙해야 하는데, 평소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편이라 큰 어려움 없이 라벨링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Q AI 데이터 라벨러로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관련 용어와 개념이 생소해서 라벨링 작업이 미숙했고, 프로젝트 파트너 간에 불협화음이 있었죠. 다행히 이러한 어려움은 작업이 익숙해지면서 금방 해결되었어요. 제가 가장 어렵게 느꼈던 부분은 AI 데이터 라벨러로서 내가 가공하는 데이터가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학습되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없을 때였습니다.
최종 결과물에 대한 확신은 작업의 방향성을 결정짓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거든요. 요즘은 프로젝트 시작 전에 교육을 통해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큰 그림을 함께 보여주고 설명해주어 데이터 관련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동일한 목표 지향점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Q 월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공지능 산업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AI 데이터 라벨러’는 업무가 단순하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급여나 처우가 높지 않아요. 계약직의 경우 직무 또는 경력 유무에 따라 월급 차이가 있죠. 초보 데이터 라벨러는 대부분 최저 시급으로 계산해서 월 200만원 내외의 급여를 받습니다. 또 경력이 있으면 직무의 전문성, 검수 직무, 팀장 역할 등에 따라 급여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Q 어떤 사람에게 AI 데이터 라벨러를 추천하나요?
AI 데이터 라벨러는 진입 장벽이 낮은 업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특정 계층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컴퓨터 사용에 능숙할수록,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빠를수록 잘 적응하기 때문이죠.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금융권에서 퇴직한 분들이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경력 단절 여성으로 재취업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라벨러로 시작해 직무 능력을 개발하고 데이터 분야의 전문직으로 발돋움하는 것도 좋으리라 판단됩니다. 데이터 분야가 워낙 다양해서 청년층 라벨러에게 유리한 것도 사실이지만, 중장년층의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 되는 분야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