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 성공 비결! 재능과 경험을 교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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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고령화시대로 들어서면서 나라마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재능 마켓. 온라인에 자신의 재능을 올리면 그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는 일종의 장터다.
회사에서 30년을 관리직으로 일하고 퇴직했는데 어디 써먹을 데가 없어요.
은퇴한 중년들에게서 종종 듣는 한탄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능력보다 나이에 밀려 사회 활동에서 멀어지는 시니어들의 경제적, 사회적 고립 문제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고립으로 인한 정서적 문제는 재능 기부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경제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세계는 고령화시대로 들어섰다.
긱 이코노미를 아시나요
시니어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쉽게 공유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들 스스로 노동의 개념이 바뀌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노동시장은 ‘직업’에서 ‘일’ 중심으로 바뀌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로 변하고 있다.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임금을 받는 취직 개념에서 온라인으로 연결된 다양한 고용주에게 단기 노동력을 제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 클럽에서 연주자가 필요할 때 일회성으로 섭외해 공연한 데서 유래한 개념으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Mckinsey)가 긱을 ‘새로운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하면서 알려졌다. 매킨지는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2025년 2조7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으며, 미국 <포브스>지는 몇 년 안에 전체 직업의 43%가 프리랜서나 독립형 경제활동 형태로 바뀔 것이라며 긱 이코노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전했다.
현재 긱 이코노미는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도처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출퇴근 승용차를 함께 이용하는 카카오T '카풀'과 쿠팡에서 선보인 단기 파트타임 택배 ‘쿠팡 플렉스', 배달의 민족 '배민 라이더스'가 이에 해당하며 긱 이코노미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재능 마켓이 그 예다.
출처 크몽(kmong.com), 탈잉(taling.me)
재능 마켓의 틈새를 노려라
국내의 대표 재능 마켓은 ‘크몽’이다. 2011년 론칭한 크몽은 재능 판매자와 그 재능을 사고 싶은 구매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2018년 4월 하루 거래액 2억원을 갱신했다. 초창기 크몽에서 거래되는 재능은 ‘모닝콜 해주기’, ‘반려동물 산책시켜주기’처럼 소소했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재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에 의해 디자인, 마케팅 등의 비즈니스 거래로 확장됐다.
이외에도 2016년 11월 고려대 학생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튜터와 수강생들의 오프라인 수업을 매칭하는 플랫폼 '탈잉', 금융, 언론, 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현직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 ‘프로파운드’가 있다.
영국 <가디언(Guardian)>지의 ‘시니어가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How can older people play a bigger role in society?)’에 관한 기획기사에서 컨설팅 그룹 PA의 제마 히스(Gemma Heath)는 “은퇴한 시니어들이 본인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작지 않다”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들의 지혜와 노하우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 측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능 마켓은 시니어가 가진 재능의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시니어의 지혜, 제2의 노후 계획이 되다
<가르침의 예술>의 저자인 길버트 하이트는 “그곳이 어디이건, 시니어와 주니어가 있다면 분명 가르침과 배움이 존재한다. 고로, 우리는 모두 학생이며 동시에 선생이다”라고 했다. 은퇴 후, 몸소 겪은 경험과 지혜를 젊은 세대와 나누는 시니어들. 이는 시니어 라이프의 미래로 각광받고 있다.
영국 적십자의 시니어 서비스 매니저인 조너선 모건(Jonathan Morgan)은 “최근 영국에서는 실제로 시니어층으로부터 지혜와 경험을 전수받고 싶어 하는 젊은이가 늘어남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큰 문화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시니어의 역할이 손주를 돌보며 자신의 자녀들이 맞벌이할 수 있도록 돕는 소극적인 범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본인이 나서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니어들의 재능 거래는 시니어 복지 단체나 포털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정도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시장은 개발 상태에 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니어의 재능 공유 사례를 통해 재능 마켓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는 있다. ‘기부와 봉사’에서 수입을 창출하는 ‘거래’로 바뀌고 있는 시니어 시장을 살펴본다.
일본
시니어의 경험으로 만든 가상 직원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은 은퇴한 시니어들의 경험, 지식, 기술을 ICT(정보통신기술)와 융합, 젊은 세대와 매칭해주는 플랫폼 ‘시니어 클라우드’가 있다. 일본 시니어의 89.8% 이상이 일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고용주는 시니어를 ‘신뢰할 수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는 데서 착안한 플랫폼이다.
도쿄대학교와 IBM연구소가 공동으로 제작한 시니어 클라우드는 정보기술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시니어들이 파트타임 또는 프로젝트 단위로 컨설팅이나 자문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먼저 고용주가 필요한 재능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해당 직군에 경험이 있는 시니어가 자신의 재능에 대한 자료를 올리는 것이다. 이때 클라우드가 그 자료를 토대로 ‘가상 직원’을 만들어 고용주가 원하는 역할을 대신 수행하게 한다.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는데 시니어 세대를 어려워하지만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연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니어 전문 포털사이트에서 찾은 길
미국은 시니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포털사이트를 통해 시니어의 경험을 나눈다. ‘프로그램스 포 엘더리(Programs for Elderly)’는 시니어들이 봉사활동을 비롯해 재능을 바탕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취학 아동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에게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등의 재능을 기부하고 도움을 줄 경우 세금 면제, 유급휴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 시니어들끼리 도움을 주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외출이나 집안일을 돕고, 병원에 동행하거나 식료품 쇼핑 등의 심부름을 하는 등 다양한 범위에서 일어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시니어들은 부가 수입을 창출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나누고 배우는 강좌 매칭 프로그램
캘리포니아의 노화연구소(Institute of Aging)는 전문 지식을 나누는 것 외에 문학, 음악 등 본인들의 장기를 젊은 세대에게 알려주고 서로 배울 수 있는 매칭 프로그램인 ‘소셜 데이 프로그램(Social Day Program)’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정서적 가치에 중점을 두는데, 시니어의 재능을 나누는 것뿐 아니라 시니어도 학생이 되어 함께 배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아트 프로젝트가 주목할 만하다. 예술 학교(Academy of Art University)의 학생들과 시니어가 짝을 이뤄 초상화를 서로 그려주기도 하고, 예술 대학의 교수가 시니어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드로잉 클래스를 진행하는데, 나누는 동시에 배우는 프로그램은 존중하고 공감하는 정서적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한다고.
재능에 전문성을 더하고 싶다면?
일단 다음 네 가지부터 시작해볼 것
1. 나의 일대기를 기록해라
당신의 이야기를 카메라나 녹음기에 남겨보자. 만약 당신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면 선물해도 좋다. 시간이 지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훌륭한 보물이 될 것이다.
2. 젊은 세대와 팀을 이룰 수 있는 그룹에 가입해라
많은 지역 커뮤니티와 교육 프로그램은 시니어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에게 멘토링의 기회를 주선하려고 한다. 한 연구 기관에 따르면 이와 같이 세대를 아우르는 교류는 모든 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준다고.
3. 당신의 삶을 소설로 써봐라
기록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좀 더 창의성을 더해 울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더하라는 의미다. 창작 활동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을 이겨내는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4. 나눔(Sharing)은 곧 돌봄(Caring)이다
자녀나 손주를 대상으로 시작해도 좋다. 거창한 약속을 잡거나 대단한 자료를 준비할 필요 없이 그저 같이 공원을 산책하거나 동네 카페에서 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도 나눔을 경험할 수 있다.
출처 Sun Health Senior Living
INTERVIEW 1.
아로마&발효 테라피 강사 김봉실
시니어의 ‘과거 ’와 우리의 ‘현재’가 만나다
김봉실 씨가 천연 화장품과 아로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0여 년 전 일이다. 그녀는 패션 회사에서 옷을 디자인하고 쇼를 총괄하는 기획실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을 때 나이가 들어서도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아카데미에 들어가 아로마 테라피를 공부했다. 자격증 취득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향을 블렌딩하고 오일로 화장품과 비누 등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전문 강사로의 삶을 걸었다. 당시 한국에 아로마 전문가가 드물어서 다양한 곳에서 그녀를 찾아주었다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학에 들어가 약용식물과 발효까지 배워 그녀만의 전문성을 쌓았다.
“8년을 주로 자녀 건강에 관심이 많은 40~50대 주부를 대상으로 수업하다 보니 제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아이들에게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좋은 환경이나 먹거리를 물려주는 게 진정한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능 마켓을 만난 건 그런 생각이 확고해졌을 때다. 그동안 젊은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던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강좌를 열었다.
“요즘 아이들은 인스턴트식품을 먹고 화학제품을 쓰면서 자란 친구들이잖아요. 천연 제품이나 자연 친화적인 물건을 쓰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걸 알려주었는데, 생각보다 더 반응이 좋더라고요. 또 비누나 향수의 역사 문화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면 정말 즐거워해요. 수업 후 가족들 건강을 위해서 제품을 바꿔야겠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뿌듯합니다.”
김봉실 씨에게는 이제 능력 있는 시니어들이 좋은 유산을 물려주는 데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하지만 많은 시니어가 꿈이 있는데도 꺼내는 방법을 몰라 어렵게만 생각한다고. 그녀는 꿈과 재능을 활용하는 방법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보다는 해온 일에 플러스 될 일을 찾는 게 중요한데 말이죠. 요즘에 시니어를 위한 박람회 같은 게 많아요. 제게 상담을 청해 오는 분에게 박람회에 다니면서 다양한 것을 체험해보라고 권해드립니다. 그러다 마음에 맞는 게 나타나면 전문가 과정까지 배워보라고 하죠. 하나를 꾸준히 하는 것 그리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 이 두 가지를 정해서 달리면 마음속에 품은 꿈이 실현되거든요.”
패션 회사에서 디자인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만든 아로마 제품의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또 관련 컨설팅을 하는 그녀는 젊은 시절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고 했다. 그 자산이 유독 빛나 보이는 이유는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이기 때문이 아닐까.
INTERVIEW 2.
팝 스토리텔러 김우찬
자신의 재능을 꾸준히 기록하세요
김우찬 씨는 원래 사업체의 사장이었다. 그러다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을 접었고, 2012년 사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배운 SNS가 그를 강단으로 이끌었다.
“사업을 한 경험에 SNS를 다룰 줄 아는 재능이 더해지니 소상공인을 상대로 하는 창업이나 마케팅, SNS 강의 제안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강의를 들은 사람들한테서 사업적으로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잖아요. 그러면서 나도 성공하지 못했으면서 남들을 어떻게 성공시키나 싶은 마음이 들고, 강의를 하는 게 맞는 건가 싶더라고요.”
즐겁게 강의할 수 있는 소재를 찾다가 중학생 때부터 모은 1만여 장의 LP가 눈에 들어왔다. 이걸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고, 마침 서울시50플러스센터에서 팝송에 대해 이야기할 강사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사실 저는 학문적으로 인정받아야만 전문성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물론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팝 전문가 과정 등을 수료했고 팝송 연구회를 만들어서 공부도 했죠. 하지만 우리나라에 팝송학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분야를 꾸준히 좋아하고 공부했으면 나름의 전문가가 아닐까요?”
그렇게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이 이어져 다양한 곳에서 팝송 강의 제안이 쏟아졌다. 시간이 흘러 팝 전문가로 과거 팝을 좋아했던 세대들과 소통하던 때에, 젊은 친구들을 상대로 한 강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일종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60년대생들은 사실 사회의 혜택을 많이 받은 세대예요. 그래서 요즘 20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사실 사회가 이렇게 힘들어진 데는 우리 세대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수업을 하기 전 노인네가 하는 말이라고 귀를 기울이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강의가 끝난 후 수업 내용에 대해 따로 묻기도 하고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집에서 아버지가 옛날에 들었던 팝송 이야기를 하면 솔직히 듣기 싫었는데, 수업을 듣고 난 후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면서 다음 수업에 아버지를 모시고 오겠다는 학생이 있었어요. 세대가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저도 굉장히 감동을 받았죠.”
그는 이런 세대 간 소통을 직접 느끼는 게 삶의 중요한 가치가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자신의 능력을 갖고만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시니어들이 재능을 왜 사회에 전달하지 못하냐면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는 자신의 재능을 블로그에 일기 쓰듯이 적어보라고 말해요. 온라인에 쓴 글은 지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남아서 누군가에게는 전달되잖아요. 그게 어떤 기회로 작용해서 돌아올지 누구도 알 수 없거든요.”
하지만 그는 대개 ‘귀찮다’, ‘어렵다’, ‘돈이 안 된다’ 등의 답을 듣곤 한다. 그럴 때는 자녀를 떠올리라고 말한다.
“우리 아들이, 딸이 혹은 손주가 나의 삶과 경험을 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부정적인 마음보다 긍정적인 마음이, 나쁜 말보단 고운 말로 내 기록을 정리할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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