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번개를 잡은 남자 최일오입니다. > 명예의 전당

• 목록

최일오님은 2018년 6월 부산해양경찰서에서 정년퇴직하셨습니다. 해군 전기보직으로 10년 넘게 복무하신 경력을 기반으로 해양경찰에 입직해서도 28년간 기관장 업무를 수행하셨습니다. 인생 1막에서 취득하신 전기산업기사 1급과 10년 이상의 전기관련 경력으로 인생 2막에서도 2000세대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 전기과장으로 3년째 근무해오고 계십니다. 명실상부한 전기전문가가 되기까지 오랜 기간 부단히 노력하신 최일오님의 성실함과 도전기를 전해드립니다.

-----------------------------------------------------------

손으로 번개를 잡은 남자

“번개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전기의 일종이 아닐까?”라고 했던 과학자 벤자민 플랭클린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저도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도전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 특히 무엇을 만들고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전자기기에 대한 호기심은 고등학교에서 전기를 전공하게 이끌었습니다. 졸업 후 전공을 살려 대한조선공사 영도조선소(現, 한진중공업)에서 얼마간 근무를 하다 1978년 8월 해군 부사관으로 전기보직을 맡아 1989년 3월까지 10년 8개월 복무를 했습니다. 그 당시 한국형 신형 구축함을 건조하던 시기였고, 그에 따른 잦은 이사(7~8개월 근무하는 동안 10회 이상 이사)와 배 인수과정에 발생했던 잦은 노사분규에 해군 부사관 정년 연장에 따른 진급문제 등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복잡다난한 상황에서 고심 끝에 89년 3월 31일 복무를 마쳤습니다. 젊은 날 뜻한 바가 있어 부사관 복무를 시작했지만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결단을 한 것입니다.

5개월가량 휴식을 취하다가 해양경찰로의 입직을 위해 교육을 받아 1989년 10월 말 순경으로 임용되었습니다. 약 29년간 함정과 소형정 기관장 업무를 수행하다 2018년 6월 부산해경서에서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해군 시스템과 해경 시스템이 달라서 근무하는 동안 여러 어려움이 많아서 그만 두고 싶을 때가 많았으나 가족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결국 참고 참다가 정년까지 근무했습니다. 해군과 해경까지 합치면 총 40년가량을 전기맨으로 바다에서 배에서 지내온 것 같은데, 이제는 육지에서 보통 사람으로 편히 쉬리라 맘먹었습니다. 그렇게 1년 두 달을 꼬박 해외와 국내 여행을 다니며 마음껏 쉬었습니다. 그러나 노는 것도 지겹게 느껴지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오전에 인근 도서관 가고, 오후엔 신문보고 그날이 그날 같은 무료한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놀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저 역시 마냥 무위도식하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기, 운명인가 숙명인가?

직장을 잡고 가정을 꾸려서 살게 된 것이 90년 대 아파트였습니다. 30년 이상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해경 업무 특성상 그야말로 숙식을 해결하는 장소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아서 퇴직 할 때까지도 아파트 관리소가 있는지도, 그 곳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습니다. 퇴직하고 모처럼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보니 우리 집 여기 저기 손봐야 할 곳들을 직접 고치고 했습니다. 아파트관리소에서 시설 전반에 대해 관리를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가까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보유한 전기산업기사 1급과 전기기술인협회에서 발급받은 경력수첩으로 집에서 멀지 않은 김해시 대단지 아파트 시설관리분야 전기과장으로 재취업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3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전기분야 만큼은 자신있는터라 탁월한 업무능력과 오랜 공직생활로 몸에 밴 성실함, 그리고 타고난 친화력으로 10명에 달하는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과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흔까지는 거뜬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관리하는 아파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저 ‘전기과장’이 나타나 해결합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

최근 들어 고연봉이 아니더라도 워라벨을 추구하는 2030들에게 시설관리가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경 경력을 활용하여 퇴직 후에도 다양한 시설관리직무에 재취업 할 수 있습니다. 기계(설비), 전기, 소방이 3대 직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계(설비)는 기계직, 기계설비직, 건축설비직 등등 불리는 이름은 다양하지만, 그 근본은 시설물의 기계설비 및 건축설비들을 운영하고 보수하고 보전하는 데 있습니다. 주로 시설에 관계된 설비로는 보일러, 공조기 및 냉난방기기, 가스가 있으며, 추가적으로는 산업가스, 위생설비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기 또는 전기설비직은 말 그대로 전기 직무입니다. 대형시설의 경우 수전용량 2000kw이상을 쓰는 경우가 많아. 법적으로 전기기사+2년 or 전기산업기사+4년을 요구합니다. 주로 시설에 관계된 전기설비로는 수전반, 배전반, MCC, 비상발전기, UPS 등이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담당을 전기직이 수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소방직무의 특성은 큰 시설의 경우만 실제 소방담당이 필요하고 그 외엔 다른 안전관리자 자격으로 갈음 되므로 소방직무가 없고 전기나 기계가 소방을 같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설관리 특성상 소수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자격증 취득은 “필수”입니다. 서류 및 면접의 당락은 자격증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후배여러분! 아파트 전기과장으로 3년가량 근무해보니 우리 후배님들이 승선할 수 있는 기술의 10/1만 있어도 아파트 시설관리를 거뜬히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해경 재직 시절에는 기술 관련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책과 씨름하며 공부하고 했지만 그런 자격과 경력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은 어디 하나 막힌 것이 없이 일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고장난 곳을 파악했다면 외주업체를 부르면 되니 크게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