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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필수님은 인천해양경찰서에서 2019년 6월 정년퇴직하셨습니다. 퇴직 1년 전 준비한 직업상담사 자격증과 해양경찰학교 학생과에서의 다년간 근무경력으로 퇴직 후 바로 강원도 고성군 소재 거진정보공업고등학교 취업지원관으로 재취업하시어 2022년 9월 현재까지 3년째 근무하고 계십니다. 퇴직 후 강원도 동북부 금강산 가는 길목에 위치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취업지원관으로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성취할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하고 계시는 신필수님의 열정적인 인생 2막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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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성을 분석하라

1983년 2월 순경으로 입직하여 36년 5개월 근무하다 2019년 6월 정년퇴직하였습니다. 경찰서와 파출소 등에서 다양한 업무들도 수행했지만, 해양경찰학교 교무과 학생지도계에서 약 8년간 근무했던 경험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퇴직을 1년 앞두고 본격적인 준비를 했습니다. 많고 많은 자격증 중에 어떤 자격증을 준비해야 퇴직 후 도움이 될까 오랫동안 고민했지요. 퇴직 후 인생 2막은 ‘적성에 잘 맞고, 잠재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난 오랜 근무 기간을 뒤돌아보았고, 결론은 많은 퇴직자들이 쉽게 도전하는 보안 경비직보다는 ‘학생 지도’분야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내 능력이나 흥미, 성격이 두루 이 분야에 적합해 보였지요.

‘학생을 지도한다?’ 그것은 바로 교사를 말하는데, 교대나 사대도 나오지 않은 60넘은 퇴직자가 다시 학교에 채용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어떤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할 수는 당연히 없겠지만, 특별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인력으로 학교에 채용될 수 있다는 것을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취업지원관이 바로 그런 인력입니다. 학교에서 일하며 청소년들에게 저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할 수 있는 일자리이죠. 비록 해경생활에 국한되어 있긴 하더라도 저의 풍부한 직장생활 경험과 인맥을 토대로 청소년의 취업 진로에 대해 실무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남다른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목표를 세웠다면, 지금 당장 준비를 시작하라

취업지원관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관련 자격(직업상담사)을 소지하거나, 관련 업종에 근무 또는 관련학과 졸업자여야 되는데, 저는 관련 업무 경력이 있긴 하지만, 관련 자격증을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몇 달 간 시험 준비를 위해 책을 들여다보고 인강을 듣고 전력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감사하게도 1차 필기합격, 2차 실기 합격하여 당당히 직업상담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제 자격증이 준비되었으니 도전해야죠. 사람이 밀집해있는 대도시 인천보다는 강원도 고성 소재 작은 시골학교인 거진정보공업고등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이 지역이 전혀 낯설지만은 않은 것은 젊은 시절 동해해경서 소속으로 근무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당시 제가 다시 이렇게 새로운 도전장을 가지고 강원도 동북부 해안 마을로 돌아오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일단은 계약직 신분이긴 했으나 보수를 포함해 근로조건이 괜찮다보니 1차 서류 합격에 이어 2차 면접에 응시한 지원자가 저를 포함해 18명이나 되었습니다. 교장과 교무부장을 포함 5명의 면접관들이 심도 있는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퇴직 교장과 은행원 출신 등 워낙 쟁쟁한 스펙과 실력가들이 지원한 터라서 제가 합격하리라고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합격한 후 알게 된 사실은, 제가 다른 지원자들에게는 미비했던 객관적인 역량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는 직업상담사 자격증 소지, 둘째는 해양경찰학교 교무과 학생지도계 경력, 셋째는 정년퇴직 시 받았던 훈장들입니다. 우리 해경에서는 30년 이상 근무하다 정년퇴직하면 훈장을 받는 것이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닌데, 교육공무원들은 정년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기에 우리가 당연히 받는 훈장들을 받는 일이 드물다고 합니다. 어쨌든 제가 합격하는 데 훈장도 한 몫을 했지요.

강원도 내 학교 중 취업지원 분야 최고의 해결사

제가 3년 째 취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거진정보공업고등학교는 1학년 한 반, 2학년 한 반, 3학년 두 반으로 전교생이 28명, 교원수 17명의 아주 작은 (전기전자과, 금융회계과) 특성화고등학교입니다.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취업지원관으로 근무한 첫 해 성과는 실로 엄청났습니다. 2020년 졸업생 전원이 대학진학과 취업 등으로 진로가 100% 확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취업을 준비했던 졸업생들은 전원 취업에 성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게 되었지요. 교장-취업부장-취업지원관 이렇게 세 명이 협력하여 얻은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취업률 90% 이상을 유지하여 강원도 내 다른 학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일례로 저는 금융전공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취업처를 확보하고, 현장실습 추수지도를 통해 학생이 기업체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수시로 살피고 있습니다. 학생 취업을 위한 모든 업무를 지원한다고 보면 됩니다. 학생들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봐주고, 모의면접 및 동행면접을 진행하며, 현장실습 진행 및 추수지도, 미 취업생 및 복교생 진로교육 등 맞춤형 취업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취업지원관으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는 지금 저는 매우 행복합니다. 업무상 학생들이 실습 중인 업체(주로 삼성)가 있는 평택까지 출장가기도 하고, 농협이나 수협 지점에도 가야하므로 학교 교사와 달리 ‘자유분방한 업무’를 하고 있어 좋습니다. 취업지원관 활동은 한 마디로 제게 힐링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제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곳이고, 또 그만큼 인정해 주는 곳입니다. 학교 내 비정규직이지만, 학교에서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그 대우는 달라지는 것임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저는 곧잘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충청도 진천이라는 산골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변변한 교통편이 없어 왕복 12킬로를 걸어다녀야 했단다. 빠른 걸음으로 매일 하루 2시간을 족히 걸어 다녀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 그래서 생각을 했지. 자전거를 사기로 목표를 세웠어. 돈이 필요해서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내가 가진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병아리를 사왔어. 정성드려 병아리를 닭으로 건강하게 키워냈지. 결국 내 힘으로 자전거를 살 수 있었고, 그 자전거로 학교를 힘들지 않게 다닐 수 있게 되었지.....” 이런 다소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옛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도시 아이들에 비해 이런 시골 학교에서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등으로 특성화고에 다니게 된 아이들에게 꿈을 갖고 다소 힘든 현재 상황을 잘 이겨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대학을 가고 싶지만, 당장 취업을 해서 경제활동을 해야만 아이들에게 나중에 야간대학이라도 다니고 꿈꾸는 바를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의 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시골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순수해서 제 말에 곧잘 수긍해줍니다. 저는 학교에서 젊은 교사들과 순수한 아이들을 함께하며 인생을 새로이 배우고 있고 힐링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

퇴직 후 인생 2막은 ‘적성에 잘 맞고, 잠재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퇴직하기 전에 최소한 1~2년 전에는 고민하고 준비과정을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생각만 하고 아무 준비 없이 나온다면 한 동안 방황을 하시게 될 겁니다. 그러는 과정에 자신감은 낮아지기 싶고 행복하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해경 재직자 여러분 중에서 인사나 교육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 그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취업지원관으로 인생 2막을 보내실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물론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반드시 준비하셔야겠지요. 취업지원관은 퇴직자 일자리 중에서도 미래 세대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독보적인 일자리입니다. 그만큼 사명감은 물론 충분한 자질을 갖춘다면 바로 여러분 집 근처 학교에서 근무하실 수도 있습니다. 학생과 기업의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하는 이 직업으로 학생들의 인생 설계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분 자신에게도 훌륭한 인생 성장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