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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퇴직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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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1건 조회 461회 작성일 20-07-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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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인적사항 : 유영식(2014년 6월 경감 퇴직)
o 취업처/직무 : 완도군청/ 노인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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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퇴직예정자 대상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라는 교육을 받았을 때, 나는 강사의 다음과 같이 인상깊은 말을 메모해두었다.
"종교가 없으신 분은 종교 하나를 선택해서 종교생활을 하세요. 어떤 일이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일을 하신다면, 노후 치매예방은 물론 정신건강에 매우 좋을 겁니다."
퇴직 후 2014년도 하반기에 평생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아내는 내가 퇴직을 하더니 갑자기 변했다며 감동했다.

우연이 기회로

그렇게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목사님이 교회부설 노인대학을 개강한다며 재능기부자와 봉사자를 모집한다고 지역 신문에 광고를 하였다.
퇴직하기 전에 치매예방지도사, 레크레이션 지도사, 문화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한 터라 시기적절하게 드디어 봉사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여 바로 신청하였다.
개강하기 전 약 3개월이란 시간동안 45분 거리의 해남읍 노인대학으로 수시로 열심히 청강을 하며 강의스킬도 배우고 집에 돌아와서 혼자서 강의연습을 하였다.

나의 첫 강의

2016년 3월 개강 첫 날, 첫 강의는 내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란 것 깨닫게 해주었다. 석달 정도 수 없이 연습했던 시나리오가 순간 기억나지 않았고, 당황하여 얼굴을 점점 빨개졌고, 급기야 메모지를 꺼내어 보게되었을 때, 이런 내 모습에 어르신들은 크게 웃으시며 박수까지 쳐주시는 이해심을 보여주셨다.
그 후 더 많은 강의를 하게 되면서 점차 덜 당황하게 되고, 보다 편안하게 강의하게 되었다.

강의를 하면서 어르신들께 옛날 노래를 들려드리거나 고된 시집살이의 옛 경험들을 들려드리면 매우 공감하고 경청해 주셨다. 들려드릴 옛날 노래를 연습하느라 수시로 집과 뒷동산에 올랐었다. 남자인 내가 무슨 시집살이 이야기냐고 의아해하겠지만, 나의 79세 누님을 통해서 전해들은 슬프고도 힘들었던 시집살이 경험담을 내 입을 통해 이야기할 때 어르신들과 한 마음이 되어 같이 아프고 그랬다.

멋진 강의를 하려면 나도 배워야 한다

아찔했던 첫 강의 후 점차 강의 스킬이 늘긴 했지만, 퇴직 전 취득한 자격증과는 별개로 장농면허처럼 실제 강의 경력이 많지 않아서 이러다가 한번은 크게 망신을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에 실질적 도움이 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시간 거리인 광주까지 가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노인대학에서 치매예방레크레이션 강사를 하기 위해서는 웃을치료사와 초급마술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강의를 재미있고 멋지게 할 수 있다고 학원에서 권유해서
바로 접수하고 교육을 받고 두 가지 자격증을 취득했다.
학원 수강생 중 내가 최고령자에 유일한 남자고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이었기에 조금은 부끄럽기도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직에 있을 때 나는 후배들에게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그 말이 떠올라 꿋꿋이 최선을 다해 그 교육을 다 마쳤다.

강의를 하면서 배우게 되는 감사와 사랑

강의 시작 전에 종종 옛날 노래 한 곡을 부르기도 하는데, 한 번은 할머니 한분이 내 노래가 끝나자마자 앵콜을 하시는 거였다. '앵콜'이라는 말을 처음들어 당황하던 차에
나머지 할머니들도 다 함께 크게 웃으시며 '앵콜'를 외쳐주셨다. 분위기가 고조에 다라르자 힘차게 한 곡 더 불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 시간도 안되는 강의시간이지만 그마져도 어르신들에게도 다소 지루하고 긴 시간일 수 있어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서 재미있게 진행하려고 노력했다.
마술을 보여드리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집중하셔서 졸거나 고개 숙인 분이 한 분도 안계셨다.

빈 깡통을 보여준 후 3초 후에 빈 깡통 속에 사탕이 가득한 장면을 보여주면 '와~~~~~'하는 함성이 터져나와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었고, 가끔씩 그 사탕을 한 개씩 달라고 하시기도 하고, 강의가 끝나고 어르신들이 댁으로 돌아가실 때 손주에게 주겠다며 사탕을 만들어 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다. 내가 그야말로 마술사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또 잊지 못할 할머니 한 분이 계신데, 그 분은 팔에 기브스를 하고 강의를 들으셨기에 강의 후 감사의 말을 전달하자, "강사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나왔당께."라고 빙그레 웃으시며 답해주셨다. 나를 이렇게 보고 싶어하고 반겨주시는 이가 있다는 것에 얼마나 마음 따뜻해지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퇴직 후 벌써 5년 이상 훌쩍 지나 6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강의하면서 나보다 훨씬 인생의 시간을 많이 지나오신 분들을 만나게 된다.
그분들은 때론 어린아이 같고, 깎쟁이 같고, 새침떼기 같기도 하지만 모두들 나름의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들의 어머니이고 할머니이시다.
옛날 노래 불러드리면 따라서 같이 부르고 박수치고 덩실덩실 어깨춤도 추시는 모습에서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보이고,
인생의 희노애락의 얘기들을 나누다보면 지혜롭고 인자하신 천사의 모습이 보여지기도 한다.

그분들 앞에서 나는 가르치는 자가 되지만, 사실은 인생을 배우는 학생이 되기도 한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어르신들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어르신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나의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짐을 느꼈다.
퇴직 후 우연한 기회에 내가 가진 얼마 안되는 재능으로 지역사회 어르신들에게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로 인해 고단했던 인생길을 걸어오신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므로,
오늘도 하는 열심히 노력하여 최고의 강사가 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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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님의 댓글

후배 작성일

퇴직 후에도 노력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존경스럽니다. 제2의 인생 행복하고 건강하게 원하시는 모든 일들을 이루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