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꿈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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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섭님은 2016년 12월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경위로 정년퇴직 후, 제 2의 고향 춘천에 8개월간 황토벽돌집을 짓고 귀촌하셨습니다.
노령층이 대부분인 지역 주민들을 위해 노인회 총무를 맡으시면서 계절직 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활동해오고 계십니다.
농촌을 사랑하는 나무꾼 정기섭님의 따뜻한 인생 2막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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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歸村)하다
1987년 11월 입사하여 2016년 12월에 퇴직할 때까지 32년을 해양경찰로 근무했습니다. 전북 전주가 고향이긴 하지만, 퇴직 후 마지막 근무지였던 인천을 떠나 제 2의 고향 강원도 춘천에 터를 잡았습니다. 퇴직하면 농촌으로 이주하여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것은 저의 오랜 꿈이었고, 그런 저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40년 이상 도시생활을 하면서 따뜻하고 포근한 고향, 아름다운 숲이 안겨주는 산골의 평온한 삶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릅니다. 춘천으로 귀촌하여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고, 마을 노인분들 일도 도와드리고, 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봄가을로 활동하면서 가벼운 용돈벌이도 하면서 지내온 3년의 시간에 아주 만족합니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이며 집 어디서나 볼 수 있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나무들은 소박한 산골생활의 큰 즐거움입니다.
첫 번째 꿈 : 내 손으로 내 집 짓기
정년퇴직 이듬해 2017년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황토벽돌집을 손수 지었습니다. 350평 대지에 200평가량 텃밭으로 남겨두고 28평 건축물을 올리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집 한번 지으면 10년은 더 늙는다”는 말이 있듯이 집을 지으면서 신경써야할 일들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전문 시공업체에 맡기면 한결 수월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부실시공 걱정도 되었지만 그보다는 ‘제 꿈’이었기 때문에 그 힘든 일을 직접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죠. 내 집 짓기에 적합한 형태가 뭘까 고민하다가 ‘황토집’을 선택했습니다. 스스로 기술을 배우고 8개월 이라는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지었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기간제 근로자가 좋습니다!
귀촌하여 집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무렵 시간적 여유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다시 어떤 일을 해야겠구나 생각할 즈음 해양경찰퇴직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 사니 해기사 3급 기관사 자격을 활용해서 행정선이나 유람선 등의 기관장을 하고 싶다고 했지요. 센터에서 춘천시청과 ㈜소양관광개발 업체에 확인해보니 2019년 하반기 ‘의암호 레이크 크루즈 운항’ 관련한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 채용관련해서 미정이라고 하더라고 전해줬습니다. 제 나름대로 일자리를 알아봤고, 2018년에는 두 달 가량 춘천댐 수력발전소에서 일도 해보고, 2019년에는 그 경험을 살려 청평댐 양수발전소 발전기 관리직에도 근무했습니다. 여름철에는 면사무소에서 관리하는 유원지 물놀이 안전관리 직무를 두 달간 맡기도 했습니다.
퇴직지원센터에서는 자주 제게 단기간이 아닌 1년 이상 비교적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의 채용정보를 보내주고, 서류지원에 도움도 주었습니다만,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았습니다. 퇴직지원센터장님께서 묻더군요. ‘다른 분들께서는 정규직이나 장기간 근무조건의 일을 찾으시는데, 정기섭님은 아니신 것 같으시네요. 어떤 이유가 있으신가요?’ 맞습니다. 저는 1년 이상을 같은 곳을 출퇴근하고 싶진 않습니다. 장기간 근무는 지겨울 것 같고 단기간 일자리가 재미있습니다. 귀촌하였으니 가족과 함께 텃밭을 가꾸며 시간을 보내고, 마을 일도 돌보고 그러는 중에 가볍게 두어 달씩 띄엄띄엄 일하고 싶습니다. 저는 기간제 근로자가 좋습니다. 저는 2019년 가을 무렵 지역사회에 제 얼굴을 알리고 주민들과 관계 개선을 위해 강원도노인회 춘천시 지부 원평리 노인회의 총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다른 농촌마을이 그렇듯이 우리 마을도 60대 초반인 제가 가장 젊은이라서 여기 저기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두 번째 꿈: 산불전문예방화대, 산림기능사 정기섭
2020년 10월에 작은 경제활동으로 새로운 기간제 일자리에 지원했습니다. 바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입니다. 강원도는 산림면적이 전국의 22%를 차지하고, 면적의 82%가 숲으로 이루어져 있는 전국 최고의 산림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임업관련 기간제 일자리가 많습니다. 산림청이 주관하고 춘천시가 운영, 면단위별로 12명을 공개경쟁으로 봄철에는 105일, 가을철 45일 분기별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춘천에서는 1차 체력검정을 먼저 합니다. 800미터를 6분 안에 달리기, 15킬로 모래 들고 걷기를 하여 최종 10명을 선발했는데, 60대로써는 제가 유일하게 10등으로 간신히 합격해서 2021년 2월부터 5월까지 기간제로 근무했습니다. 6월부터는 잠시 쉬면서 체력충전도 하고 가을에 다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번은 농한기라서 50대 이상 노인층을 많이 선발했을 수 있지만, 다음에는 보다 젊은 층이 많이 지원할 것 같아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산불전문예방교육을 받거나 산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산림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독학해 6월에 1차 필기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하고, 산림종합중앙회 산하 임업기계훈련원에서 8월 초 3박 4일간 강릉에서 숙식하며 집체교육을 마치고 9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에 서류 지원하여 10월 체력장과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합격하였습니다.
다시금 도전 : 양봉인 정기섭
무언가를 노력하여 성취하고 나면 보람과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힘들긴 했지만 산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니 ‘전문 나무꾼’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뭔가 더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양봉’입니다. 아직은 양봉관련 서적들을 찾아보는 양봉입문자 수준이지만, 고부가가치로 대두되는 양봉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들을 지자체에서 운영하기도 하니,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여 교육도 받을 생각입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
저는 급속히 늙어가는 농촌마을에 귀촌을 적극 권장하고 싶습니다. 농촌에서 노후 생활을 한다는 것은 조금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과 평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골에 가면 농사도 짓지 못하는 데 할 게 뭐냐 있겠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다면, 농촌에서도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새로운 가능성들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처럼 기간제 일을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산림분야 일자리에 관심 있으시다면 산림기능사와 조경기능사를 동시에 취득하면 더 많은 일자리들에 지원할 수 있으니 준비하셔도 좋겠습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현지 주민과의 이해와 화합이 안착의 관건이 되니 지역 주민들을 위해 뭔가를 하실 수 있다면 훨씬 편안하실 겁니다. 퇴직 후 귀촌·귀농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철저히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귀촌·귀농 관련 교육이 있으니 적극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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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원주 김삿갓님의 댓글
원주 김삿갓 작성일
정 선배님 !
제가 가고팠던 길을 먼저 가시는군요
벌 잘 키워서 나중에 저한테 노하우 좀 알려 주시구요~~
저는 도시양봉을 해 봤으면 합니다
늘 ~~ 건강 하시구, 수줍어 웃던 그 모습으로 다시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