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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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호님은 2019년 6월 부산해양경찰서에서 경감으로 정년퇴직하셨습니다. 인생 2막을 위해 일찌감치 준비를 해오시던지라 퇴직하자마자 해운대구 좌동초등학교 당직전담원으로 재취업하셔서 3년째 근무해오고 계십니다. 또한 올해 2022년 1월부터는 경찰청지정 일반경비원 신임교육기관인 한국경비원협회 경상지방협회 일반경비원 신임교육 교수로 위촉되셨습니다. 성실함과 도전정신으로 2022년 진정한 투잡족으로 거듭나신 차민호님의 인생 2막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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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다시 시작
주변에서 퇴직한 선배들의 얘기나 퇴직을 앞둔 동료들의 의견은 대부분 퇴직 후 몇 년간은 푹 쉴 거라고 합니다. 계획이 딱히 있기 보다는 막연히 좀 쉬다가 심심하면 뭘 할지 생각해 봐야지 라고들 하더군요. 퇴직할 때까지 파출소장 업무를 수행하느라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인생의 출발선에 서서 무엇을 어떻게 할 건인지 종종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도 들어보고 내린 결론은 퇴직 후 바로 확실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멈춰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느리지만 내 길을 찾기
20대 사회 초년생은 아니지만, 새로운 인생을 꾸려나가야 할 60대 사회 초년생의 마음가짐으로 어떤 일이 나에게 맞을지 자문해보았습니다. 30년 넘게 걸어왔던 보안 경비 분야가 아마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일을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 하고 싶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결심이 서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저는 제 구직의사를 지인들에게 얘기했으며, 퇴직지원센터에도 알렸습니다. 제 나름 각종 채용정보들을 검색해보기도 했으며, 센터에서도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에 경비나 시설관리직을 추천해주고 채용정보도 전달해주었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이었는지, 2019년 6월 30일 퇴직하고, 7월 1일부터 해운대 좌동초등학교 당직전담원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만 65세까지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로 생활하다보니 지루할 틈도 없고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건강도 점점 좋아졌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학교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급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손자뻘 되는 아이들의 배움터를 지키는 일은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며, 만족감도 높습니다. 야간에 근무해야하는 당직전담원이라는 직무특성으로 인해 별로 매력을 못 느끼는 후배님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해경 재직 시의 야간근무하고는 전혀 다르다는 것, 또한 주간에는 얼마든지 건강관리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모임도 갖을 수 있고, 뭘 배울 수도 있고 등등 활동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수 있습니다.
3년 가까이 근무해오는 동안 성실히 근무한 덕에 학교에서도 만 65세 정년퇴직 이후에도 계속 근무해주기를 바라고 있어 행복한 러브콜을 일찌감치 받고 있습니다.
투잡족에 합류
공무원은 좀 다르겠지만,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직장을 뼈를 묻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지요. 과거에는 투잡족이 경제적 이유로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자기계발을 위해서 자처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저는 올해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 투잡족에 합류했습니다. 한국경비원협회 경남지방협회 소속으로 일반경비원 신임교육 교수로 위촉되어 주 1회 4시간씩 강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경비업체에 채용되기 전에 미리 경찰청장이 허가한 교육기관에서 24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경비원으로 취업이 가능하므로, 우리 퇴직자분들은 교육 면제 대상이긴 해도, 필요에 따라 교육을 일부러 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 달 남짓 되었지만 가르치는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경비원으로 취업을 선택한 이상 경비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마음가짐 등도 제 경험을 토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수입도 생기고 제 자신의 능력도 개발할 수 있어서 좋지요.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예전 행정자치부에서 학벌, 사회적 지위나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만의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신지식인’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주었습니다. 저도 창의적 발상과 사고로 국가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어 그 직함을 갖고 있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 다소 퇴색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저는 경비 분야에서 나름 업적을 이루고, 그런 분들을 양성하는 기관에서 일조하겠다는 비전과 포부가 있습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
20대 청춘에 입직해서 60세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빨리 일 하고,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서두름으로 조급하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퇴직 후에도 재취업에 대한 조바심이 있었기에 미리 고민하고 준비를 하고, 취업을 했습니다. 다행히 저에게 적합한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방향을 찾느라 갈팡질팡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인생 2막을 어찌 살 지에 대한 방향 설정을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꾸준히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추구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합니다. 퇴직 후에 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퇴직 전에 미리 느리지만 조금씩 멈추지 않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도록 준비하세요. 그러면 퇴직해서도 그 길을 자신 있게 갈 수 있습니다. 후배님들의 인생 2막은 가장 좋아하는 일,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맘껏 하실 수 있는 새로운 모험의 장이 되길 응원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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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신호님의 댓글
김신호 작성일차민호 선배님의 끝없는 도전정신을 응원합니다, 임인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
차민호님의 댓글
차민호 작성일김신호님 감사합니다. 가정의 행복과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날만 있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