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다” 세월을 이기는 노장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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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운동선수의 경우 직업 수명이 짧습니다. 종목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대 초중반에 전성기를 보내죠. 이후에는 선수 생활을 끝내고 지도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은퇴했을 법한 나이에 투혼을 펼치며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노장 선수가 있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는 노장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10대와 맞붙은 50대 백전노장
우리나라의 ‘탁구 신동’ 신유빈(17)이 7월25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단식 2회전에서 승리해 32강에 진출했습니다. 치열했던 경기가 끝난 후 신유빈의 상대 선수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주인공은 중국 국가대표 출신의 룩셈부르크 귀화 선수 니시아리안(58)이었습니다. 1963년생인 니시아리안은 신유빈보다 무려 41살이나 많습니다. 한국 탁구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인 신유빈은 2004년생으로 올림픽 역사상 가장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두 선수가 맞붙은 탁구 경기였습니다.
중국 대표 선수 출신인 니시아리안은 1983년 세계선수권대회 때 단체전과 혼합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1989년 룩셈부르크 출신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중국을 떠났습니다. 1991년 룩셈부르크 국적을 취득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룩셈부르크 대표로 출전하고 있습니다. 신유빈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올림픽 무대를 밟은 셈입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 2021 도쿄올림픽까지 총 5번의 올림픽을 경험했습니다. 5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룩셈부르크 최초의 여성 선수이기도 합니다.
니시아리안은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탁구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니시아리안은 26살 때 룩셈부르크에서 탁구 코치직을 제안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고 싶어 거절했고, 현재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습니다. 니시아리안과 동갑인 스포츠 스타는 마이클 조던, 랜디 존슨, 선동열, 류중일 등이 있습니다. 모두 은퇴한 지 한참 지난 전설들이죠.
니시아리안은 환갑을 앞둔 나이임에도 노련한 탁구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신유빈이 세트스코어 4-3으로 간신히 이겼습니다. 신유빈과 맞대결을 벌인 건 이번이 두 번째였습니다. 2017년 스웨덴 오픈 때는 4-1(14-16 11-7 11-7 11-6 11-8)로 신유빈을 이겼었죠. 니시아리안은 신유빈과 경기를 마친 뒤 “신유빈을 다시 만났는데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라면서 “신유빈은 새로운 스타”라고 했습니다. 또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으니 계속 즐기면서 도전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도쿄올림픽 최고령 선수는 67세의 호주 승마 선수
이번 도쿄올림픽 최고령 선수는 승마 마장마술에 출전한 호주의 승마 선수 메리 해나(67)입니다. 우리 나이로 칠순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해나는 4명의 손주를 두고 있습니다. 1954년생인 메리 해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까지 총 6번의 올림픽 무대에 섰습니다. 그는 7월24∼25일 일본 도쿄 마사공원에서 열린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과 단체전에 모두 출전했습니다. 그러나 각각 조 6위(전체 40위)와 전체 13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최고 성적은 애틀랜타올림픽 개인전 24위로 아직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예선 탈락해 일찍 대회를 마감했지만 해나는 3년 뒤인 파리올림픽에도 도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올림픽은 출전 자체로도 많은 의미를 지닌다”면서 “내 몸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한 파리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승마는 나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멋진 스포츠 중 하나다. 몸 상태가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면서 “승마는 내 삶이자 전부”라고 했습니다. 이언 체스터먼 호주 올림픽 대표단 단장은 “해나는 수십 년 동안 세계 정상급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해오고 있고, 호주를 위해 6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최초의 여성”이라고 응원했습니다.
◇올림픽만 8번...역대 올림픽 기계체조 선수 중 최고령 선수
우즈베키스탄의 옥사나 추소티비나(46)는 여자 체조의 ‘전설’로 불립니다. 선수 생명이 짧은 여자 체조 종목 특성상 20대 초반이면 ‘노장’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추소티비나는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46세의 나이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면서 역대 올림픽 기계체조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7세 때 체조를 시작한 추소비티나는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도쿄 올림픽까지 올림픽에만 8번 연속 참가했습니다. 또 세계선수권 대회 16회, 아시안 게임 3회를 경험한 베테랑 선수입니다. 그는 다사다난한 선수 생활을 보냈습니다. 1991년 소련 국적으로 세계선수권 대회 국가대표로 국제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소련이 해체하면서 17세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는 독립국가연합(CIS) 소속으로 출전했습니다. 이때 단체전 금메달을 땄습니다. 올림픽 이후 독립국가연합팀이 해체하면서 조국인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는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선수권대회 등에 꾸준히 출전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2년 아들 알리셔가 림프성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치료를 위해 독일로 아들을 데려갔지만, 억대에 달하는 치료비를 마련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독일은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독일 국가대표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이후 추소비티나는 2006 세계선수권 대회에 독일 국장을 달고 나타났습니다. 이 경기에서 동메달을 땄습니다. 자신의 여섯 번째 올림픽이었던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독일팀으로 참가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배신자’ ‘나라를 버린 선수’라고 그를 비난했습니다.
그는 엄마로서 아들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합니다. 아들이 건강을 회복하자 다시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2014년 한국 나이로 마흔이었던 추소비치나는 인천 아시안게임 때 다시 우즈베키스탄 국장을 가슴에 달고 출전했습니다. 이때 여자 체조 도마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다른 어린 선수들보다 체력은 달렸지만 노장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그가 시상대에 오르자 관중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지난 리우올림픽에서는 뜀틀 종목 7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예선전에서 탈락했습니다. 7월25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기계 체조 단체전 예선 도마 종목에 출전한 추소비티나는 14위에 머물러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경기 이후 추소비티나는 “나는 46살이다. 그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고, 행복하다. 아무런 부상 없이 여기 있고, 내 두 다리로 혼자 서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올림픽을 위한 에너지는 다 썼다”면서 “이전에도 은퇴를 선언하고 번복해 올림픽에 다시 나선 적이 있지만 이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9번 연속 참가...아들도 함께 출전
올림픽에 9번 연속 출전한 조지아의 사격 선수 니노 살루크바제(52)도 백전노장입니다. 살루크바제는 1988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올림픽 무대에 나섰습니다. 여자 선수 중 최초로 역대 최다인 9번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태어난 살루크바제는 소련 소속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했습니다. 당시 19세였던 그는 25m 권총에서 금메달,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소련이 해체한 후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턴 줄곧 조국 조지아의 국기를 달고 대회에 나섰습니다. 2008 베이징 대회에서는 10m 공기권총에서 동메달을 땄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는 31위에 머물러 결선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아들 트소트네 마차바리아니(23)와 함께 조지아 사격 대표팀으로 출전해 ‘모자 올림픽 국가대표’라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습니다. 올림픽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국가대표로 함께 뛴 건 살루크바제 모자가 처음이었습니다.
살루크바제는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합니다. 그는 “육체적, 기술적으로 여전히 경쟁할 수 있지만, 시력이 예전만 못하고 수술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제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올림픽 최고령 한국 선수는 진종오
한편, 이번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 최고령은 ‘사격 황제’ 진종오(42)입니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21년 도쿄까지 5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올랐습니다. 2004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이 종목에서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2012 런던에선 10m 공기권총까지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올림픽에서 총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땄습니다. 양궁 여자의 김수녕과 함께 한국인 역대 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입니다. 아쉽게도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습니다.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궁사 오진혁(40)도 노장 선수입니다. 사람의 어깨에는 회전근(어깨를 감싸고 있는 4개의 근육)이 있습니다. 오진혁의 오른쪽 어깨는 4개의 근육 중 3개가 끊어지고 하나만 남아 있습니다. 남은 하나도 80%가 손상됐다고 합니다. 의사로부터 은퇴를 권고 받기도 했다는 오진혁은 노장 투혼을 발휘해 이번 올림픽에서 값진 결과를 얻었습니다.
38살의 검객 김정환도 귀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노장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김정환은 7월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3, 4위전에서 조지아의 산드로 바자제를 15-11로 이겼습니다. 동메달을 따낸 김정환은 한국 펜싱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김정환은 2012 런던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기량에 대한 자신감으로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왔습니다. 마지막 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노장은 살아있다'라는 말에 어울리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동메달을 따내면서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노장이 보여준 투혼은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전했습니다.
기사 출처: 네이버포스트, jobsN 임헌진,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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