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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형 노인일자리 축소 … “농촌에 더 큰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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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381회 작성일 22-09-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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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농촌의 특수한 환경과 농촌 노인 특성 고려 필요”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전국 89개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해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1조원씩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소멸’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동안 청년이 떠난 지방, 그 가운데서도 노인이 집중된 농촌은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일자리·의료·주거 등 복지 사각지대로 밀려났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는 농촌노인을 더 고립시켰다. <한국농정>은 지난 8월부터 오는 11월까지 매달 1회씩 총 4회에 걸쳐 농촌노인 빈곤 실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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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장수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14일 전남 곡성군 옥과면 소재 옥과고등학교 내 화단에서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호미로 풀을 매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에 찾은 전남 곡성군 옥과면 옥과고등학교. ‘곡성시니어클럽’이라는 문구가 적힌 주황색 조끼를 입은 어르신 5명이 화단을 가꾸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6년째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김형남(83)씨의 주 업무는 이 학교 복도를 쓸고 닦는 것이지만, 화단을 가꾸는 일도 돕고 있다. 40대 때부터 이 학교 서무과 기능직으로 20여년을 근무했던 그는 은퇴하고 쉬다가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면서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처음 참여해 활동한 곳은 바로 옆 옥과중학교였다. 그는 5년간 학생들의 등교를 돕고 화단을 정비했다. 당시 옥과중학교 교장이 곡성시니어클럽을 찾아 감사 인사를 할 정도로 김씨는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옥과고등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옥과중학교 급식실에서는 어르신 4명이 2명씩 짝을 지어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손걸레로 창문을 닦고 있었다. 최영숙(74)씨는 “다리가 아파서 돈 받으면 관절약도 사 먹고 영양제도 사 먹는다”며 “요즘엔 물가가 비싸서 벌어도 금방 다 써버리지만, 정부에서 이렇게 일할 수 있게 해주니까 좋다”고 말했다.

내년 공공형 노인일자리 6만여개 줄어

노인일자리사업의 정식명칭은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다. 크게 공공형(월 30시간, 활동비 27만원), 사회서비스형(월 60시간, 급여 71만2,800원), 시장형(근로계약에 따라 다름) 등으로 나뉜다. 내년부터는 이들이 참여한 공공형 노인일자리가 6만여개 줄어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공공형 노인일자리를 올해 60만8,000개에서 54만7,000개로 6만1,000개 줄이고, 대신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를 올해 7만개에서 8만5,000개로 늘리고, 시장형 일자리도 16만7,000개에서 19만개로 늘린다.

정부 방침에 따라 줄어들 공공형은 근로가 아닌 ‘봉사(사회활동)’ 성격의 일자리다.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 한다. 저소득 노인들이 지속적으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건강개선, 소득 보충 등 노후생활에 기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시장형·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참여자는 ‘근로자’ 신분이다. 비교적 젊고 활동역량이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형 일자리는 식품제조 및 판매, 매장운영, 지역영농 등이 주요 업무로, 업무 이해력 등 수행 능력과 신체활동능력 등이 선발 기준이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보육교사 보조, 시니어 금융업무지원, 우체국 행정업무지원 등 노인의 경력과 활동역량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 2021년 11월 발표한 ‘2020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통계 동향’을 보면 공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 중 70세 이상 고령노인이 90%를 차지하고, 80세 이상도 30%에 달했다. 교육수준별로 살펴보면, 초졸 이하가 가장 많았다. 노인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데 따른 피해를 저소득 고령 노인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일자리사업의 효과는 입증됐다. 지난 2021년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노인일자리사업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일자리 사업 참여로 인한 급여가 빈곤 노인의 소득 증가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노인일자리사업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노인일자리가 참여 노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과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지만, 농·어촌 지역의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노인의 주관적 건강 수준이 비취업 노인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 결과 75세 이상인 일자리사업 참여 노인들은 비취업 노인보다 현저히 낮은 우울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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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전남 곡성군 옥과면 소재 옥과중학교 급식실에서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주민이 손걸레로 창문을 닦고 있다.
 

농촌의 특수한 환경 고려되지 않아

고령 노인이 밀집한 농촌의 경우 우려가 더 크다. 정부 방침에 따라 늘어나는 시장형·사회서비스형 일자리의 경우 비교적 젊고 활동역량을 갖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농촌에서는 업무 역량을 갖춘 노인을 찾기도, 수요처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19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참여자를 선발할 때 역량이 중요한 선발 기준인 사업은 시장형(57.2%), 사회서비스형(42.4%), 공공형(22.8%) 순으로 나타났다. 홍천군 노인일자리전담센터 관계자는 “농촌에서는 고학력자를 찾기도 힘들고, 노인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를 구하기도 어렵다”며 “수요처가 있다고 하더라도 거리가 먼 경우 이동수단이 없는 노인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노인일자리사업이 이러한 농촌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도시와 동일한 사업 지침에 따라 운영된다는 점이다. 농촌지역의 노인일자리 사업량은 도시지역에 비해 적지 않지만 수행기관과 전담인력 등 수행 인프라는 더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농촌 노인의 활동적 노화를 위한 노인일자리사업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농촌 지역의 노인 인구 대비 노인일자리사업량은 도시 지역에 비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수행기관(지역당 평균 3.21개)과 전담인력(지역당 평균 8.5명) 등 인프라는 더 열악했다. 또한, 도시에 견줘 농촌지역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을 수행할 기관의 종류와 수 자체가 충분치 않고, 노인일자리 및 노인복지 전담기관이 아닌 지자체가 가장 많은 사업량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의 질까지 담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 수행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을 도시와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평가 기준 중 배점이 높은 예산집행 실적과 사업추진 실적 등은 결국 사업량과 비례하는데, 농촌에서는 배정된 사업량을 채우기에도 버겁다는 것이다. 곡성시니어클럽 관계자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고령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자긍심과 만족도가 높다”면서도 “농촌지역 중에서도 면단위는 적합한 인력을 구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평가도 이런 농촌의 환경을 고려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축소 아닌 체질 개선 나서야”

전문가들은 시장형과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는 농촌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며 공공형 노인일자리가 줄어들면 농촌에 더 큰 타격이 올 것을 우려했다.

김수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7일 <한국농정>과 인터뷰에서 “시장형과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내용 자체가 농촌 노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수린 부연구위원은 “사회서비스형의 내용을 보면 공공기관이나 복지관 등에서 업무를 돕는 일이나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강사로 활동을 하는 등의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일이 농촌에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노인들이 농촌에 얼마나 될까’ ‘농촌 노인의 특성을 고려하고 만든 사업일까’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형 일자리는 제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활동을 하는 사업으로 매출이 발생하면 이를 참여한 노인들이 나눠 갖는 구조인데,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다 보니 경쟁이 쉽지 않고, 판매를 한다고 해도 수요자를 찾는 것이 도시에 비해 쉽지 않아 운영 자체도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형 사업의 경우 매출액 등 성과로 평가받기 쉬운데, 매출이 떨어지면 ‘이 사업자는 부실 사업자니까 정리해’라고 권고받을 수 있다”며 “이처럼 농촌의 특성을 전혀 이해받을 수 없는 구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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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전남 나주시 소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김수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공공형 노인일자리사업이 ‘단순 노무다’, ‘허드렛일이다’ 같은 비판에 대해서는 ‘기준’을 달리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형 일자리 참여자들은 근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돈도 적정하게 주고 일도 전문성을 어느 정도 필요로 하는 흔히 얘기하는 좋은 직업의 기준으로 놓고 평가하면 안 되는 사업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노인 복지 차원의 사업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사업이 운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공공형이면 공익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취약하기 때문에 비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농촌지역에는 혼자 사는 고령 노인이 많은데 사소한 집안의 보수 문제라든가 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을 돕는 등 지역에 필요한 일들을 찾아서 노인일자리로 만들어 내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익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고 시장형·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리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공공형 일자리 수를 무조건 줄일 것이 아니라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말했듯이 ‘과연 공익적 가치가 있는 활동이 맞느냐’라는 부분에 대한 비판이 있다면 그 부분을 보강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할 수 있는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린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다층적 노후 소득보장제도를 갖고 있어서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등을 통해서 소득 보장을 하고 있다’라고 하지만 이걸로 충분치 않다”며 “노인일자리사업이 그 부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 이렇게 사업량 전체를 줄인다는 것은 결국 그런 기회를 줄이겠다는 얘기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형을 줄이고 다른 사업 인원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결국 시장형이나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곳은 농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농촌은 사실 공공형이 대다수인데, 공공형 일자리 수를 줄이게 되면 그 타격은 농촌이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 출처 :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장수지 기자.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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