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시니어 급증하는데 단순노무직뿐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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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68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을 거쳐 자동차 관련 외국계 기업에서 임원까지 오른 뒤 퇴임했다. 이른바 ‘스펙’을 갖춘 그가 경비지도사 시험을 준비한 이유는 스펙이 부담스럽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66세)는 국립대를 거쳐 방송사 PD로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후 유명 장수 프로그램을 히트시켜 큰 상을 받기도 했다. 비록 정년은 지났지만 ‘퇴물’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현실은 달랐다. 60세가 넘으니 계약직 PD로도 써주는 곳이 없었다.
C씨(66세)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한때 유명한 건축 설계 사무소 대표였지만 현재는 서울의 한 빌딩 보안 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C씨는 “건설 이력을 살려 중장비 자격증을 딸까 했지만 어차피 현장에 가면 경력직이나 젊은 사람을 뽑는다더라”라고 말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연구원에 따르면 대졸 노인 비율이 2040년이면 33%, 2051년에는 50%, 2070년에는 7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도 노인 10명 중 1명은 은퇴 후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고학력자인데, 30여 년 뒤에는 이런 인구가 노인 2명 중 1명에 달할 것이란 의미다.
현재 노인 일자리는 단기·단순노무 중심의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미래 노인들은 새로운(新) 형태인 ‘3H’(Highly educated, Highly motivated, Healthy)로 무장한 ‘파워 시니어(power seniors)라 칭한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대학을 졸업한 인구가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고학력의 노인들, 이들은 학력뿐만 아니라 양호한 건강 조건, 근로 의욕도 함께 갖췄기 때문에 청년, 중장년층이 줄어들 미래 고용시장의 중요한 주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40년이 되면 고학력 노인이 574만명에 달하고, 2050년에는 노인 중 절반이 대졸자로 예상하고 있어 이들의 경력을 활용할 맞춤형 일자리가 시급하다. 현실이 이러한데 문제는 고학력 노인들이 가진 인적 자산과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구고령화로 편의점 종업원 구하기도 어렵다는 일본은 60세 이상 숙련된 고학력 인력 활용을 위해 처우를 개선하고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미토모 화학‘은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고 60세 이상의 임금을 두 배로 올리기로 했고, ’무라타제작소‘는 정년을 64세까지 연장하고, 우동체인점 ’마루가메 제면‘은 점장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늘렸다.
일본 사회 전역에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숙련된 시니어 사원이 좀 더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선제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년 연장, 퇴직자 재고용, 고학력 시니어의 전문성을 활용할 일자리 발굴 등 기존에 일하던 곳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계속고용’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
기사출처 : 뉴스앤잡,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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