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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전업주부에서 75세에 데뷔한 신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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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326회 작성일 23-08-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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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처음 세계 미술 시장에 등장했을 때 평단과 대중은 두 가지 이유로 놀랐다. 이토록 자유롭고 순수한 소녀 감성의 작품을 그린 이가 75세 할머니라는 것, 그리고 그해에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는 것이다. 89세가 된 지금도 여전히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활짝 피어있는 로즈 와일리의 이야기다.

기사 내용

 

 

 

몇 년 동안 전 세계가 코로나19 여파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왕성한 전시활동을 펼쳤습니다.

 

 

2년 전 한국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열었고, 최근까지 제 이름을 건 크고 작은 전시회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한국 관람객들이 제 그림을 흥미로워하고 반갑게 맞이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저와 제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준 건 손흥민 선수 덕분도 있을 거예요. 제가 영국 프리미어 축구를 무척 좋아해서 축구와 축구 선수들을 모티프로 여러 작품을 작업했고, 손흥민 선수도 제 작품의 뮤즈가 되었습니다.

 

축구 선수는 ‘신’ 같은 존재예요. 그리고 매우 대중적이죠. 누구나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정도로요. 그래서 축구 선수를 소재로 한 그림은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고 흥미와 친근함을 느끼죠.

 

 

축구 외에 영감을 받는 것들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주로 평범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웹 서핑을 하다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암각화 같은 예상치 못한 것에서 찾을 때도 있고요. 기억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생활 속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보이는 것들에 매료되고 영감을 얻곤 해요.

 

가령 지인들, 지나가다 언뜻 본 사람, 창밖 정원에 머무르는 다람쥐와 새, 예쁜 접시에 놓인 잘 만들어진 오믈렛, 별생각 없이 보는 영화 등이죠. 작품은 무엇을 ‘다루거나’ 무엇에 ‘관한 것’보다 그저 보이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세상을 몇 년 살았더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작업실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집에 있어요. 그래서 밤늦도록 작업하고 늦게 일어나죠.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에는 정원을 가꾸고, 사랑하는 고양이를 돌보고, 홍차와 초콜릿을 먹으며 여유를 즐깁니다. 제가 좋아하는 진한 색 매니큐어를 바르기도 하고요.

 

요즘은 제 답변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메일을 확인하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저는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늘 젊은 친구들을 좋아했죠.

 

억지로 제게 드리운 세월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그저 무료함에 빠져 있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만 하지요.

 

 

작가님의 그림은 천진난만한 소녀와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제 그림에는 플레어스커트, 롱스커트, 미니스커트 등 다양한 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자주 등장해요. 바지보다 훨씬 다양하고 흥미로운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또 스커트 밖으로 다리가 살짝 드러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림 속 자유롭고 유쾌한 여성들의 모습은 뒤늦게 화가의 꿈을 이루고 나이가 무색하게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님의 모습과도 닮은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었고, 미술대학을 다녔어요. 그러다가 스물한 살에 결혼해서 세 아이를 낳았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말입니다. 그래서 전업주부로 살기로 결정한 것이고, 지금도 그 결정에는 후회가 없어요.

 

작가로서의 삶을 아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양육을 위해서 휴식을 가졌던 것뿐이에요. 세 아이가 성인이 되고 제 손을 떠나면서 작가로서 가졌던 그 휴식기가 끝났고, 45세에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그림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시기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 것뿐입니다.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잠시 쉬었을 뿐이라는 말이 많은 중년에게 용기를 줄 것 같아요.

 

 

인생의 주기마다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죠. 어느 시기에는 학업이고, 어느 시기에는 일이고, 어느 시기에는 저처럼 육아일 거고요.

 

긴 인생을 놓고 저마다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있을 뿐 평생 해야 하는 일은 드물거든요. 어떤 시기에 집중했던 일이 끝나면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는데, 당황스러워하지 말고 즐기세요.

 

육아에서 해방되는 순간은 아이와 가정이 아닌, 비로소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때입니다. 잊고 있던 꿈, 하고 싶었던 일, 원했던 삶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는 거죠. 이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집요하게 버티다 보면 때로는 번아웃이 올 수 있어요. 하지만 한 번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죠. 지금 잘 안 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돼요.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조바심 내지말고, 꾸준히 노력해서 쟁취하세요.

 

 

아흔을 앞두고 있는 작가님에게 사람들은 화가로서 전성기라고 합니다.

 

 

글쎄요. 제가 전성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제 그림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독일 쾰른의 루트비히 미술관, 미국의 뉴욕 현대미술관(MoMA),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계속하고 싶은 바람이 제일 큽니다.

 

‘최고령 신진 작가’ 등 거창한 타이틀이 많았지만 저는 그저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기사출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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