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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세 재취업자가 희망연봉 '1억 3천' 썼다가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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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284회 작성일 23-10-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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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기업 기술자 A씨는 2년째 열심히 이력서를 써서 기업에 보내고 있다. 그런데 희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이메일로 지원서를 보내면 수신확인은 됐는데, 아무 연락이 없다. 한때 대기업 엔지니어로 실력을 인정받아 수석 자리까지 꿰찬 그였기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참다못한 그는 채용박람회장에서 전직 지원 컨설팅 전문가를 만나 물었다.

"이제 예순둘인데 고용시장서 늙은이 취급을 받는 거 같아요. 2년째 감감무소식입니다. 나이 먹은 거 빼고는 결격사유가 딱히 없어요. 커리어도 괜찮고..."
 

A씨가 붉으락푸르락 열을 내자 컨설턴트도 순간 당황해 이력서를 보여달라고 했다.꼼꼼히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컨설턴트는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얼굴로 남자를 응시하며 "연봉 표기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작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 


"다른 건 괜찮은데 연봉을 1억 3000만 원이라고 적으신 부분이 좀 걸려요. 선생님 커리어로 볼 때 합당한 연봉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퇴직하신 분이시기도 하고요."

A씨는 "현직에 있을 때 받은 연봉에 비하면 확 후려친 건데"라고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컨설턴트는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 달래면서도 단호하게 설명했다.

"기업도 선생님 같은 훌륭한 경력의 전문가를 모시고 싶겠죠. 하지만 연봉을 다짜고짜 세게 부르면 일단 거부감이 들 겁니다. 제 생각엔 연봉 액수를 밝히시는 것 보단 '연봉협의'라고 완곡하게 표현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래야 최소한 면접 자리까지 갈 수 있을 거예요."

이 이야기는 중장년 취업특강에서 컨설팅 강사가 들려준 사례다. 실화다. 이렇듯 고경력 퇴직자들의 경우 현직에 있었을 때의 처우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고배팅해 서류 단계에서부터 탈락하는 예가 많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자 '얼마나 잘났으면 그 나이에 1억 3000만 원을 부르나. 취업하겠다는 거야? 그냥 취업지원을 업으로 하는 거야?'라는 비죽거리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저절로 되는 건 없습니다"

강사는 자기소개서도 시대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1960년대생 B씨의 자기소개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는 1953년 XX군 XX리에서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1남 4녀 중 장남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으로 학업과 농사를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 내로라하는 지방 유수의 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였습니다. (중략) 저를 귀사에서 뽑아주신다면 성심성의를 다해 일할 것을 맹세합니다."

 
강사는 이런 쌍팔년도식 문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구직자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어떻게 자랐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보다는 입사하면 어떤 일을 맡아 어떻게 잘 수행할지를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의를 듣는 장년층 사람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열변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에게 제발 좀 변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 거 같았다. 나를 포함해 구직활동에 나선 장년층을 향한 충고이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어쩌면 장년층인 우리는 직장 생활하며 꼰대처럼 주위에 조언하는 건 익숙해져 누군가의 조언을 무시하는 건 아닐까 순간 뜨끔했다.
 
"이제 이력서 달랑 한 장 보내서 취업하는 시대가 아니에요. 과거의 성공전략이 새로운 일자리에서는 통하지 않는답니다. 성공전략도 바뀌어야 해요. 시대도 변하고 환경도 변했는데 구직자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바꾸고 정보탐색방법도 바꿔야합니다.

이력서를 10곳에 냈는데 연락이 한군데서도 안 온다면 능력이 안 된다는 뜻이에요. 만약 서류심사를 잘 통과해서 회사 정문까지는 들어갔다고 생각해 봐요. 면접은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구체적인 질문이 늘었고 지원동기, 능력치까지 꼼꼼히 살핀답니다. 절대 와달라고 부탁하지 않아요."


강사의 말은 수학정석의 공식처럼 취업 방정식을 예리하게 관통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철저히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수강생들은 "지인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살짝 자존심도 상하고 민폐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강사가 '자기 어필'을 강조했다.

"나 좀 취업시켜 줘, 소개시켜줘 하면 곤란해 할 수 있겠죠. 그러니 나 이런 거 잘하고, 이런 자격증도 있다고 말해보세요. 그냥 의견청취, 조언을 구하는 방식으로요. 그럼 정보가 교환되기도 하고 취업과 연계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고령층 30% 이상은 인적네트워킹으로 재취업해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나의 경력과 능력이 취업시장에서 저절로 알려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죠. 내 경험이 지원하는 회사의 경영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랜 커리어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거든요. 선생님들 잊지 마세요. 이 세상에 '저절로'는 없습니다."


기업은 사람이 부족하고, 구직자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특히 중소업체는 인력이 없어 365일 구인 사이트를 들락거린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노동시장의 오래된 복병이다. 여기에 젊은이들은 값싼 임금의 회사보단 아르바이트를 택하고, 중장년층은 자신의 커리어를 만지작거린다. 청년들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 희망연봉은 '마니(많이)마니'를 외친다. 장년층은 재취업 시 과거 연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감수하는 게 일자리 제1원칙이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곳곳의 기관들을 방문하면 우리나라 고용시스템과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이 무척 잘돼 있다는 걸 느낀다. 고용노동부 중장년내일센터에선 중장년 종합 고용서비스, 구인구직 서비스, 생애경력설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용지원센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구청·시청·도청 일자리센터, 어르신 취업지원센터(만55세 이상 시니어)도 좋은 창구다.

고용센터 채용상담 창구에서 만난 상담사의 조언은 구체적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채용정보 사이트 2~3개를 정하고 매일 2~3분 만이라도 꾸준하게 입사 지원을 하면 좋아요. 평소 관심사나 간접경험, 취미 등 활용해 분야를 결정할 수도 있지요. 직업훈련포털 HRD-NET을 이용하면 교육비 중 자기부담금을 확 줄일 수 있습니다.

직무교육 사이트 활용, 웹기반 교육 K-MOOK, 기술·기능정보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 신중년교육과정도 취업연계에 큰 도움이 되요. 인터넷으로 구직활동을 하려면 고용노동부 워크넷, 민간취업정보사이트(잡코리아, 사람인)를 활용하면 됩니다. 온라인 채용정보 활용의 왕도는 꾸준함, 꾸준함이에요."


나는 '운'이나 '요행'을 바라지 않기로 했다.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않을 생각이다. 만약 변화(change)의 g를 c로 바꾸면 기회(chance)가 될 수도 있다. 보물은 아무 곳에서나 찾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능력도 안 되는데 능력치 이상의 직업을 구하러 다니니 잘 될 리가 없었다.

인간이란 누구에게나 사용법이 있다. 사용 설명서대로 사용하면 오래 쓰고 고장이 나지 않는다. "나는 못 해, 나는 할 수 없어, 할 수 없어"하면 진짜 할 수 없다. 오늘도 "나는 아직 건재하다. 내 사용처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외치는 이유다. 


기사출처: 오마이뉴스, 나재필 기자,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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