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57.9세' 日회사…"81세가 CAD로 셔터 도안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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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고용 어떻게①] 日'요코비키셔터' 가보니
직원 절반 60~80대…30년 근속 등 고령자 많아
"직원 계속고용, 中企 살길…풍부한 경험 이점"
최고령 직원 "매우 만족…일할 수 있는 한 계속"
[도쿄=뉴시스] 강지은 기자 = 한국의 인구 고령화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인 고령화 비율은 빠르게 증가해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른 속도다. 특히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산업현장 인력난 심화 우려 등으로 '고령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 현안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이에 '계속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그 방식 등 구체적 내용을 두고는 이견이 큰 상황이다. 뉴시스는 고용노동부 및 전문가와 함께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을 직접 찾아 계속고용 우수기업 사례와 일본의 고령자 고용 정책 등을 살펴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 지난 14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아다치(足立)구에 위치한 특수셔터 제작업체 '요코비키셔터'. 1986년 설립된 직원 34명의 작은 회사인 이 곳은 '옆으로 미는' 셔터를 만드는 등 여느 중소기업과 다름 없어 보였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바로 직원의 절반 이상(18명)이 60~80대라는 점이다. 올해 10월 기준 이 회사의 직원은 60대가 9명으로 가장 많다. 70대는 8명, 81세 최고령 직원도 1명 있다. 평균 연령은 57.9세다. 직전에는 별세하기 전까지 일한 95세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 중 현재 최고령 직원인 가나이 노부하루(81)씨는 캐드(CAD·컴퓨터 도면 설계)를 활용해 셔터 도안을 만드는 전문 제작사다. 정규직으로 월·화·목·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4일 근무한다. 그는 이전까지 원자력 발전소에서 44년 간 설계 담당으로 일했다가 74세에 퇴직해 2년 뒤인 76세에 이 회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퇴직 후 2년 간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76세가 됐을 때 아내가 대장암에 걸린 거에요. 그 때는 연금 생활만 하고 있었는데, 연금 만으로는 입원 비용 등 감당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고용센터에 가서 상담을 했더니 이 회사를 소개해줬어요."
비단 가나이씨 뿐만 아니다. 이 회사의 79세 여성 직원은 30년 전 입사해 현재 장기 근속 중이다. 60세 이후 PC를 배워 경리와 사무를 담당하고 있다. 근속 연수 21년의 79세 공장 직원, 56세에 입사해 현재까지 근무 중인 73세 청각 장애 직원도 있다. 이미 고령인 사람을 채용하거나 기존 사원을 계속 고용하는 등 본인이 원하면 나이와 상관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도쿄=뉴시스] 강지은 기자 = 일본 '요코비키셔터' 이치카와 신지로 대표 지난 14일 오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2023.11.14. kkangzi87@newsis.com
그렇다면 요코비키셔터는 어떻게 이러한 고령자 고용 등 '계속고용' 문화를 도입하게 된 걸까.
이치카와 신지로 요코비키셔터 대표는 "특별한 계기는 없다. 다만 선대인 아버님 때부터 고령자 고용을 적극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중소기업은 만년 사람이 부족하다. 특히 젊은층 인재는 대기업 쪽으로 전부 다 빼앗겨 채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자연적으로 현재 있는 직원을 계속 고용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중소기업이 살 길이라고 생각해서 아버님 때부터 고령자 고용을 적극적으로 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6년 정부의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 방침에 맞춰 정년을 조금씩 늘리다보니 현재 70세가 됐다는 것이다. 65세 고용확보조치는 ▲65세로 정년을 연장하거나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거나 ▲정년을 폐지하는 등 세 가지 조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요코비키셔터는 이 중에서 '65세 정년 연장'을 선택하고, 정년을 정부 방침보다 나아간 70세까지 늘렸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있는 직원에 대해 정년을 이유로 조치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 뿐, 실제로는 정년을 맞더라도 본인 의사를 물어 계속 일할 것인지 여부를 정하고 있다는 게 이치카와 대표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급여나 출퇴근 시간 등 다른 근로조건 변경은 전혀 없다고 한다.
이치카와 대표는 "다만 고령자 채용 여부에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며 "일할 의욕이 있지만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자세와 건강이 있는가, 이미 근무하고 있는 사원과 마음이 잘 맞고 협조가 될 것인가, 다른 사람에게 지지 않을 만큼 독특한 기술과 지식이 있는가"라고 했다.
[도쿄=뉴시스] 강지은 기자 = 지난 14일 오후 일본 '요코비키셔터' 공장에서 고령 직원들이 셔터 제작 등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2023.11.14. kkangzi87@newsis.com
고령자 고용에 있어 가장 큰 이점은 뭘까.
이치카와 대표는 그간 닦아온 지식과 능력,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꼽았다. 그는 또 "(고령자 직원들은) 이분법이 아닌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가치판단 능력이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 보면 우수한 능력을 가진 인재가 정말 많다"고 했다.
물론 언제까지 일할 의욕이 있는지, 건강상 문제는 없는지 등은 회사의 불안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치카와 대표는 "실제로 고령자를 고령해보면 이러한 불안은 없다는 것이 저희 회사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60세 또는 65세 정년으로 퇴직해 재고용되면 급여가 상당 부분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치카와 대표는 그러나 "저는 이것이 상당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정년을 맞이했더라도 그 사람의 능률이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연령을 이유로 급여 수준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침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려 결국 회사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이치카와 대표는 강조했다.
오래 일한 직원이 임금을 많이 받는 '연공성'으로 인해 기업에 부담은 없을까. 요코비키셔터의 임금은 크게 기본급, 직능급, 각종 수당,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로 나뉜다. 그런데 기본급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바뀌는 것은 직능급으로, 회사에 대한 공헌 등을 고려해 직능급을 승급시키는 구조다.
예컨대 직종별로 다르지만 기본급이 월 22만엔(190만원)인 초임 직능급은 8만엔(69만원)으로, 30만엔(259만원)부터 시작된다. 근속 연수가 20~30년이 되면 기본급은 그대로이나 직능급은 꾸준히 올라 월 60만엔(519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이치카와 대표는 "임금이 계속 오르는 형태이지만, 그것을 활용해 열심히 일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고령자 고용 보조금 지원도 기업의 부담을 일부 줄여주고 있다. 이치카와 대표는 "정부가 고령자 고용이 지금 시대에 당연한 것이라고 적극 홍보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뉴시스] 강지은 기자 = 일본 '요코비키셔터' 최고령 직원인 가나이 노부하루(81)씨가 지난 14일 오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2023.11.14. kkangzi87@newsis.com
이러한 근무 환경 속에서 고령 직원의 만족도도 높은 모습이다. 가나이 씨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고령자라 하더라도 이 회사는 자기 능력이 있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으면 고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본에서는 고령자여도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에게 활약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회사에 정부가 더욱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나이 씨는 끝으로 언제까지 일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44년 간 이전 직장에서 설계 업무를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아요. 그것을 배워나가는 것이, 학습해나가는 것이 저에겐 상당한 보람으로 느껴지고 있어요. 그래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한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기사출처: 뉴시스, 강지은 기자,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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