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시대' 고민하는 기업들…속속 등장하는 '주4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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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철강업계 최초 격주 주4일제 도입…삼성·SK 등도 부분적 시행
단위 근무시간 채우면 금요일 쉬거나 출퇴근 자유롭게…직원들 호응 높아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기업들의 주 4일제 근무 도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포스코가 철강업계 최초로 '격주 주 4일제'를 시행하기로 하는 등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시대에 맞춘 기업들의 근로시간 단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개개인에 맞춰 유연화해 구성원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생산성 증진과 회사 소속감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저출생 시대 공약으로 육아기 유연근무 등을 거론하는 만큼 기업들도 이와 관련한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19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22일부터 전사 상주근무 직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한다.
2주 단위로 평균 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을 채우면 1주차는 주 5일, 2주차는 주 4일 근무할 수 있다. 첫 격주 금요일 휴무는 다음 달 2일이 된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2018년 상주 직원들이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업무 시간대를 정해 일할 수 있도록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1개월 이내의 단위 기간을 정해 주 평균 40시간 이내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에 신설된 격주 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기존의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더해 격주 금요일에 한해 하루 4시간의 필수 근무를 없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2주 단위 평균 주 40시간의 근로 시간을 채우면 격주로 금요일에 쉴 수 있다.
이 경우 2주에 한 번 목요일 저녁 퇴근 후부터 일요일까지 연속으로 여행을 가는 등 개인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다른 주요 기업 가운데서도 이와 비슷한 '부분적 주 4일제'를 이미 도입한 곳이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 협의를 거쳐 지난해 6월 월 필수 근무시간을 충족하면 매월 1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월중휴무' 제도를 신설했다.
4조 3교대 근무 생산직 등을 제외한 직원들은 매달 급여일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쉴 수 있다.
시행 후 약 7개월이 된 현재 월중휴무제에 대한 직원들의 호응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지는 서울이지만 지방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평소 거주지 관할 관공서에서 처리해야 할 민원을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쉬는 금요일에 서울에서 이런 일을 처리할 시간이 생기는 등 만족스럽다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2019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주요 관계사에서 월 1∼2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주 4일 근무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SK텔레콤은 매월 둘째·넷째 주 금요일에 휴무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도 같은 이름으로 매달 1회 금요일에 재충전 기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8월 열린 그룹의 지식경영 플랫폼 '이천포럼 2023' 행사에서 '일하는 방식 혁신'을 세션의 하나로 포함하고 유연근무제 실험 결과를 공유하는 등 구성원들의 행복감과 생산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근무제도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LG그룹은 아직 주 4일제를 제도로 도입하지는 않았으나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부서장 재량으로 운영 중이다. 부서장 재량에 따라 근무 시간 주 40시간을 채우고 사전에 협의하면 근무일을 조정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는 주 4일 근무도 가능하다.
건설업계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또는 유연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월∼목요일 30분씩 더 근무하고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제도를 몇 개월 전부터 시행 중이다. 본사가 인천 송도에 있다 보니 금요일에는 퇴근시간이 늦으면 귀가에 시간이 더 걸리는 특수성을 고려해 도입한 제도다.
SK에코플랜트 본사 직원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한다. 퇴근시간대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감염 위험 등을 고려해 도입한 제도로,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직원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계속 시행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전 10시∼오후 4시 근무시간만 지키면 나머지 시간은 알아서 운용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월 단위로 총 근무시간만 채우면 이용 가능하다. 현장 직원들은 월 2회에 한해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할 수 있는 '패밀리데이'를 쓸 수 있다.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코어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코어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3시)만 지키면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방식이다. 주 40시간 근무만 맞추면 출근은 오전 10시 이전, 퇴근은 오후 3시 이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격주로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30분 일찍 퇴근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 따라서는 업종 특성상 주 4일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자동차와 조선 관련 업종 대부분은 주 4일제를 시행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대자동차 새 노조는 주 4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노사 협의 등이 필요한 만큼 현재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조선업계도 일부 사무직에 한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지만 당장 주 4일제 도입 자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격주로 주 4일제를 시행키로 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여러 여건상 국내 제조 기업이 주 4일제를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연합뉴스, (김희선 한상용 임기창 김아람 이슬기),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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