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도 사업재검토·구조조정 내몰려"…내년 목표는 '생존'
페이지 정보
본문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2025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벤처·스타트업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금으로 버티던 기업들 사이에서 폐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내년마저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대부분이다.
수출 벤처기업은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사업 확장이 어려울 전망이고 스타트업은 투자금 유치 길이 막혀 '생존'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버티는 것조차 녹록지 않은 사면초가 상황이다.
뉴스1은 벤처·스타트업 협회·단체 회장 등 전문가들에게 내년 벤처·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전망과 위기 극복 방법을 물었다.
이들은 벤처·스타트업이 일단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도 불사하는 비용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에는 곤두박질친 코스닥 시장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은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버티기 쉽지 않았던 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됐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도 이어졌다.
국내외 불확실성은 벤처·스타트업에 더 아프게 다가왔다. 스타트업 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폐업한 스타트업은 144개를 기록했다. 2022년 92개, 지난해 같은 기간 119개보다 증가한 수치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벤처투자까지 얼어붙자 벤처·스타트업들은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2025년에는 버티기 모드에서 한층 더 나아가 '생존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제언했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올해 초 국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신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확신이 있는 기업들에는 여전히 해외 진출이 기회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10개의 비즈니스를 구상했다면 7개는 잠시 접어두고 인력 구조조정까지 고민해야 한다"며 "더 작은 형태로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핵심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2022년부터 불경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벤처기업들의 유동성이 악화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외부 변수들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속적인 기술개발(R&D)로 기술을 선점하는 게 모범 답안"이라며 "내부 핵심 역량을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은 초기 기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확실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는 스타트업의 성장과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돼 왔으나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해당 기조 유지는 투자 업계 입장에서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벤처·스타트업이 좋아야 투자할 수 있는데 기업 자체의 실적 전망이 어둡고 국내외 정치 불확실성은 높아지는 상황이라 보수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와 비슷하게 초기 투자는 줄어들고 중후기 투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투자자와 신뢰를 쌓는 게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시장 상황에 맞춰 효율성이 높은 조직 운영이 필요한 시기"라며 "원가를 줄이고 손익분기점(BEP) 시점을 최대한 줄여 투자금 소진 시기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평균 5년 이상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특성상 내년에도 업계는 초기 투자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에 대한 필요성과 의지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벤처·스타트업에 닥칠 자금 경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벤처·스타트업의 자금회수(엑싯) 수단 중 하나인 코스닥 상장이 어려워지고 동시에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상우 의장은 "벤처·스타트업에 닥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주식 시장"이라며 "괜찮은 기업들이 코스닥을 통해서 나가줘야 하는데 못 나가고 있다. 상장하더라도 반토막이 나니까 국민들도 국내 주식 시장을 모두 떠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통한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 과감해졌으면 한다"며 "정부가 국내 주식 시장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스타트업의 M&A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언론에 공개된 스타트업 대상 M&A는 32건, 2231억 원 규모에 불과했다. 2022년에 81건, 2조 2894억 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윤건수 회장은 "코스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정부가 지혜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며 "코스닥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정부가 코스닥을 살리려는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코스닥 상장 기업의 약 60%가 시가총액 1000억 원 미만인데 좋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코스닥을 한국거래소에서 떼어 내 두 시장이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 뉴스1, 이정후 기자, 2024.12.30
해양경찰퇴직지원센터 보도자료의 저작권은 해당언론사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링크
- 이전글65세 이상 인구 20% 돌파...초고령사회 진입 24.12.30
- 다음글수도권 첫 해양문화시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놀러오세요 2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