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고용 방안 기업이 선택하게 했더니…일본 기업 67% ‘재고용’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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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65살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기업의 노동력 확보와 고령자 소득 보장을 위한 ‘법정 정년 이후 계속고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계속고용 방안을 두고 노동계는 ‘법정 정년 연장’을, 경영계에선 ‘정년 이후 재고용’을 주장하는 등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18년 전 계속고용 의무를 법제화하면서 정년 연장과 재고용, 정년 폐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한 일본의 경우 열에 일곱은 ‘재고용’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 ‘노사 자율선택’ 여부에 관한 한국의 논의 결과도 주목된다.
2007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06년부터 ‘고연령자 등의 고용안정 등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안정법)을 통해 60~64살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의 고용확보 조처를 의무화했다. 노사 합의를 통해 ①65살로 정년 연장 ②정년 폐지 ③재고용 가운데 하나를 이행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29일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4년 고령자의 고용 및 취업 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일본 기업의 67.4%는 재고용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난다. 정년 연장을 택한 기업은 28.7%, 정년 폐지는 3.9%에 그쳤다.
이는 정년 연장·폐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적은 재고용을 기업이 선호한 결과로 해석된다. 일본 노조 조직률은 16.3%(2023년 기준)로 낮은데다, 노조가 없는 기업은 노동자 과반수 대표자와 합의해야 해서 의사결정이 사용자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도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재고용에 따른 임금 하락 등 노동조건 악화 문제가 지적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임금구조 기본 통계조사’를 보면, 1천명 이상 대기업 남성을 기준으로 60∼64살 임금 수준은 정년 전 55∼59살 임금의 70% 정도다. 고령자 고용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임금 체계나 임금 수준에 대해 규제는 하지 않은 탓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7월 ‘일본 정년 제도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신속하고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낮아질 수 있는 측면을 사실상 허용한 것이라 평가되기도 한다”고 썼다.
다만 일본에서 정년 연장을 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전체 기업 중 정년 연장을 선택한 기업은 2022년 25.5%, 2023년 26.9%, 2024년 28.7%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기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21~300명 기업 가운데 정년 연장을 선택한 기업은 29.4%로 301명 이상 대기업의 19.9%보다 9.5%포인트 높았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수·연구기구 연구위원은 한겨레에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력난이 (대기업보다) 더욱 심각해 오히려 정년을 연장하는 추세”라며 “청년 노동자들을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정년 연장을 통해 숙련 노동자를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중소 제조업 등 인력 부족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과 비슷하게 기업 스스로 정년 연장을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의 계속고용 논의 과정에서 정년 연장과 재고용을 두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노사 자율선택’도 한국에서 주요한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노사 자율선택 방식’으로 정하게 되면, 해당 기업의 노사 간 힘의 차이에 따라 정년 연장과 재고용이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수경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겨레에 “그저 노사 자율에 맡긴다면 노조가 강한 대기업 가운데 일부만 안정적 고용 형태의 정년 연장이, 나머지 기업에선 재고용이 시행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런 우려를 대비한 보완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계속고용 논의에서 ‘법정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노사 자율선택’ 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지금도 노사 합의로 정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정년 연장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유노조 사업장 대부분은 재고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노조가 있는 사업장도 교섭력이 떨어져 있다는 방증으로, 노사에 계속고용 방안 결정을 맡기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 한겨례, 김해정 기자,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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