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0평 부모님의 정원에 카페를 지은 목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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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는 시골 생활자, ‘부캐’는 목수이자 홍천 <러스틱라이프> 대표인 고병율(36) 씨의 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숲해설가로 활동 중인 부모님이 20년간 정성스럽게 가꾼 13,000평의 정원 덕분이다.
강원도 홍천군 동면 ‘수타사’ 가는 길을 지나 굽이 굽이 산골자기 외길을 오르면 ‘모네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숲속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안에 몸과 마음을 푹 쉬고픈 공간 <러스틱라이프>가 있다. 6년 차 목수 고병율씨가 숲해설가 부모님의 20년 된 정원에 직접 짓고 가구를 만들어 운영하는 카페다.
천천히 채워나가는 공간
고 대표는 ‘러스틱(rustic)’의 의미처럼 시골스러우면서도 부모님이 오랫동안 가꾼 한국적인 정원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공간 콘셉트를 그리고 지우는 과정만 6개월, 모든 구상이 나온 뒤 큰 골조를 짜는 데는 1개월로 충분했지만 그가 생각하는 러스틱라이프를 완성하기 위해 가구, 인테리어까지 손수 제작하다 보니 2020년 5월 정식 오픈하기까지 1년여 시간이 걸렸다.
나누고 싶었던 할아버지의 툇마루
가을 빛으로 물든 부모님의 정원을 지나 돌담과 넝쿨로 둘러싸인 러스틱라이프 문을 열면 나무로 짠 그의 가구들이 반긴다.
중앙에 위치한 널찍한 평상 형태 좌석은 고 대표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댁 툇마루에 앉아 놀던 기억을 담아 만들었다. 이런 구조는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 때문에 대개의 카페들이 꺼리지만, 고 대표는 어렴풋하지만 따듯하게 남아있는 자신의 추억을 손님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외에 작은 숲속을 꾸민 테라리움 테이블, 맷돌 모티프의 탁자, 자갈 돌이 깔린 바닥, 한복 소재의 오브제 등을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해 한국적인 정겨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나누고 싶었던 홍천의 것들
러스틱라이프의 커피는 머신을 쓰지 않고 오직 드립으로 내린다. 한적한 시골 분위기를 잇기 위해 조금 손이 많이 가더라도 잡음을 내고 싶지 않았다는 고 대표의 섬세한 배려다.
이 외에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꿀오미자, 오미자에이드는 홍천의 산물인 오미자와 아버지가 직접 양봉 한 꿀로 만든다. 목련꽃차 역시 주변 농장에서 재배하는 꽃차 잎을 쓴다. 홍천에서 나고 자란 로컬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이곳만의 특별함을 더하고 싶었다는 고 대표.
어쩌다 카페를 짓기까지
자칭 ‘시골생활자’ 고 대표는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삶의 균형이 맞는 소박한 시골살이를 지향한다. 그래서 소싯적 카페를 열고 싶다는 거창한 로망도 없었고, 자신이 건축 일을 하게 될 줄도 몰랐다는 그.
30대 초 고 대표가 목공 일을 배우게 된 건 그저 본가인 홍천, 시골에서 자리 잡기 위해 나름의 기술이 필요해서였다. 항상 손 볼 곳이 있는 시골에서 굶어 죽지 않을 최고의 기술 중 하나로 목공이 꼽혔다. 그렇게 막연한 호기심과 필요에 의해 국비 지원 사업으로 배운 첫 번째 일이 한옥 목공이다.
처음에는 맞지 않는 일 같아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지인을 도와 몇 가지 작업을 진행하니 그의 ‘감’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자연스럽게 목공에 재미와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 고 대표는 목조 주택, 인테리어, 정원사 기술에 이르며 5~6년간 배움에 매진했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청년창업 공간재생 지원 사업*에 참여해 러스틱라이프를 짓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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