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직장, 일하면서 이 나이에 이 정도 받고...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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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말 공무원 정년퇴직
◈ 2024년 1월~2월 ○○시 이동도서관 문고(대형 버스) 운영과장 역임
◈ 2024년 4월 1일 ~ 현재 ○○시 푸드뱅크 재직 중
◈ 자격‧면허 : 사회복지사(2010), 요양보호사(2020), 소방안전관리자( 2023), 전기기능사(2023), 대형 운전면허(2023)
은퇴 후 재취업,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은퇴 후에 친구든 지인이든 사람들과 어울려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맥이 형성된다.
더불어 바늘구멍 재취업문을 더 쉽게 뚫을 방법에는 자격증만 한 것이 없다. 인맥과 자격증, 둘 다 갖추고 걱정 없이 은퇴한 이상훈(62) 푸드뱅크 팀장을 지난주에 만났다. 운이 따라준 것도 있지만,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회는 오지 않는다.
"은퇴 후 3개월 우울감... 뭔가 해야겠다 싶었다"
- 은퇴 후 소감 한 말씀해 주세요.
"은퇴 후 초기에 막상 일없이 쉬다 보니까 3개월 동안 우울감이 약간 왔었어요. 33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만뒀으니까 허전하기도 했었죠. 3개월 지나고, 집에 있으면서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취미 활동 조금 하고, 집 안 청소 등 하루 일정들이 습관화되니까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런 생활로 8~9개월 흘러가니까 지루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뭔가 공허한 느낌? 갑자기 하던 일을 안 하니까 뭔가 허전한 거예요.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어요. 전 직장 동료 추천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와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땄어요. 은퇴 후 쉴 때는 토·일요일 빨간 글씨는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요일 감각이 없어지니까 감각 자체가 무뎌지는 거죠. 근데 이제는 일을 하니까 다시 월요병이 생겼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자격증 취득 후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나 오랜만에 식사를 함께했어요. 거기서 저한테 이동도서관 문고를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제의를 하신 거예요. 처음에 차량이 대형 버스인 줄 모르고 마을버스 크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대형 운전면허를 따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가 보다 하고 면허를 땄어요.
2024년 1월부터 첫 출발을 했는데 현장에 가서 보니까 차량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어요. 대형면허를 땄지만, 굉장히 당황했죠. 그래도 어차피 시작한 거니까 해보려고 마음을 다잡았죠. 운영과장 직책으로 대형 버스 차량에 도서관 책을 싣고 이동하면서 주민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역할을 했었죠.
한 15일 될 때까지는 긴장해서 그런지 별로 사고가 없었는데 워낙 큰 차다 보니까 아파트 좁은 주차장에 주차하다가 자꾸 접촉 사고가 나서 보험 처리를 몇 번 했어요. 한번은 후진하다가 운전미숙으로 버스 후미 범퍼 쪽에 큰 피해를 줬어요. 사고가 자꾸 나니까 너무 미안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못 하겠다고 얘길 했더니 마침 푸드뱅크 1톤 화물 냉동탑차 자리가 비었다고 그걸 해보라는 거예요. 차량이 훨씬 작아서 괜찮아 보였어요. 인수인계하고 4월부터 시작했어요."
- 푸드뱅크에서 하시는 일 소개 부탁합니다.
"푸드뱅크는 어떤 물건을 만드는 업체, 단체 또는 개인이 사용하다 남는 음식이나 생활용품 등 물건을 우리한테 주면, 지역사회 내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주민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직접 전달하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130명 정도 돼요. 이런 푸드뱅크는 복지재단이나 종교재단에서 많이 하고 있어요.
우리가 기부처로부터 받는 물건 중 음식 종류에는 빵, 고추장, 된장, 식용유, 라면, 소스 종류, 냉동고기류, 냉동만두, 국수 등 아주 다양해요. 그리고 생필품에는 여성 내의, 화장품, 마스크, 머그잔, 과자, 목도리, 신발 등이에요.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지만, 그냥 쓰레기로 버리면 자원 낭비가 되잖아요. 이걸 필요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도록 우리가 다리를 놓아 주는 거죠. 음식에 대한 거는 항상 조심해요. 만에 하나 잘못돼서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큰일이죠. 그래서 저희가 식중독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거는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해야죠.
오전에 보통 9시 40분쯤 차를 몰고, 지역을 한 바퀴 돌아요. 기부처에서 물건을 수거해서 들어오고, 점심 식사하고 좀 쉬었다가 오후에는 물건 목록을 입력하고 홍보 계획 등을 만들어요. 물건 배분은 주로 사회 복무 요원들이 다녀요. 제가 맡은 직책은 푸드뱅크 팀장, 또는 푸드 코디네이터라고 해요. 이게 시 보조금을 지원받아서 하는 일이라 운영비가 많지 않아서 자체적으로 기부처를 발굴한다거나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물품을 더 좋은 걸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게 제 일이에요."
"두 가지 있으면, 은퇴 후 재취업시장에서 못 할 게 없을 것 같아요"

- 은퇴하시고 뭔가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 게 있었나요?
"제가 고혈압이 있다 보니까 항상 조심하는 부분이라서 평상시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하루에 보통 40~50분 이상 해요. 습관화되니까 안 할 수가 없어요. 달리기한다고 좀 많이 뛰면 무릎이 아파요. 그래서 천천히 걷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 이 일을 하시는 동안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눈이나 비 오는 날이 제일 힘들어요. 지난해였는데 눈이 엄청 많이 왔었잖아요. 아예 운행을 못 했어요. 우리는 가고 싶지만 못 갔으니까 좀 아쉽기도 하고 힘들었죠. 또 이용자는 많은데 물건이 부족할 때가 있을까 봐 늘 불안불안해요. 그래서 저는 계속 기부처를 뚫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섭외를 해요. 만약 그래도 부족할 때는 경기 광역에서 보충해 줄 때가 가끔 있어요. 제가 이걸 해 보니까 자꾸 비워야 채워진다, 베풀면 또 생기더라는 걸 깨우치게 되었어요.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기분이 좋잖아요. 제가 소유한 물건은 아니지만, 주고 나면 너무 행복한 거예요. 이 일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해요. 참 고마운 일이죠."
- 이 직종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어느 동에 가면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가 있어요.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아파트인데 21명이 있으세요. 지역에서 제일 많이 낙후된 임대 아파트예요. 여기는 어떤 물건을 갖다드려도 고맙다고 그러시고 심지어 고생한다며 요구르트도 챙겨주세요. 이 아파트 갈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요. 이곳에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 한 분이 계세요. 요양보호사가 와서 도와주시긴 하는데 전화하면 꼭 제때 나오세요. 되게 친해지기도 했는데 항상 고맙다고 하세요. 기쁘기도 하고 제일 보람 있는 일 같아요. 제가 뭘 만들어 드린 건 아니지만, 받으시는 분이 너무 기뻐하시는 걸 보면 전달하는 즐거움이 되게 커요.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 월 평균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월수입(실수령액)이 한 230만 원 정도 돼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 일하면서 이 나이에 이 정도 받고, 크게 민원도 없는 일을 하니까 고맙죠. 제가 받는 월급은 경기도 생활임금(시급 1만2152원. 월급[월 209시간] 253만9768원. 2025년 최저임금 1만30원)을 적용받는 거예요. 시에서 주는 것보다 경기도가 주는 게 더 많아요."
- 현재 두 분 월평균 생활비는 얼마인가요? (문화생활, 여행 경비 포함)
"생활비가 어느 정도 드는지 제가 관리를 안 해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 400만 원은 될 것 같아요. 저축은 안 하고 봄·가을 여행도 좀 다니고 하니까 부족하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 이 직종의 전망과 앞으로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계획인가요?
"푸드뱅크는 앞으로 더 활성화가 될 거예요. 우리나라는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어요. 그것도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라고 하니까 슬프지만, 푸드뱅크의 가치는 더 높아질 거라고 봐요. 전망이 밝아요. 그리고 저와 같이 일하시는 분이 1961년생인데 이분이 퇴직하고 나면 2년만 더 하려고 해요. 70세까지 해도 관계없다고 하는데 앞으로 3년, 65세까지만 할 생각이에요. 이후 5년, 70세가 되는 날까지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열심히 모아야지요."
-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푸드뱅크 일을 하려면 일단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기본으로 있어야 해요. 자격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자리가 너무 없어서 잘 안 나오는 게 문제예요. 근데 푸드뱅크 종사자들 워크숍에 가보니까 제가 나이가 제일 많고 젊은 청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알아봤더니 임금 체계가 동일하지 않고 시군 단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나 푸드뱅크 운영 기관에 따라 다른 거예요. 종합복지관, 종교재단, 복지재단 등 기관마다 달라서 경기도에 전체를 통일시켜 달라고 요구했어요. 잘될지는 모르겠어요. 또 제 경우는 인맥으로 취업할 수 있었지만 더불어서 성실함도 필요해요. 인간성이 좋아야지요."
- 은퇴 후 평소 인생 후배들에게 이 얘기는 꼭 해주고 싶다고 하는 현실 조언?
"전기기능사 자격증 준비할 때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이게 만족감이 컸어요.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동료 중 한 명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했는데 전기기능사 자격증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땄죠. 가장 필요한 자격증은 전기기능사나 사회복지사가 아닌가 싶어요. 저는 그것 둘 다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인을 통해 운 좋게도 사회복지사 자격증 덕을 본 거죠.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면 이 일을 못 했을 거예요. 인맥과 자격증, 이 둘을 갖추고 있다면 은퇴 후 재취업시장에서 못 할 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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