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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은퇴 속도 빨라져···경력개발 등 일자리 교육 상시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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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경퇴직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475회 작성일 21-06-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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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점프 5060 일자리 열차는 계속 달린다] <하> 중장년 일자리 전문가 좌담회


기존 轉職지원제 대기업 참여 낮고 직업 코디네이터 없어

경력 진단 없는 단기 취업교육만으론 일자리 해결 어려워

중장년 전담 센터 늘리고 직무 중심 '노동 이동성' 확대를


지난 2019년 말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확대경제장관회의를 통해 40대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주문했다. 관련 부처들은 곧장 대책 마련에 돌입했지만 두 달 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다. 대통령의 ‘40대 일자리론(論)’을 필두로 한 중장년 고용 문제는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진행형인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다. 중장년 일자리는 당사자들에게는 복지이자 생존의 필수적 요건이며 반대로 기업들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책임 이행의 한 축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5월 1일 관련법 개정을 통해 중장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을 마련했다. 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은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퇴직 인력에 대한 일자리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지난 1년 6개월간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처벌 규정이 빠지면서 무늬만 의무화인 시행령은 기업들의 적극적 이행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2020년 말 현재 50대 이상 은퇴자 숫자는 약 524만 명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성큼 다가온 인생 2모작, 3모작 시대에 안정된 인생 후반을 담보하는 기업의 퇴직 인력 일자리 지원 사업은 그래서 중요하다. 서울경제라이프점프는 중장년 일자리 전문가들을 모아 국가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다음은 전문가 좌담회에서 논의된 이들의 견해다.

/정리=정혜선 서울경제라이프점프 기자, 사진=성형주기자

서울 종로구 중학동 서울경제 본사에서 진행된 중장년 일자리 구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영민(왼쪽부터) 숙명여대 인력개발정책학과 교수,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원장,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기산업연구실장,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고용전략본부장. /사진=성형주 기자

 

△사회(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기산업연구실장)=무엇보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중장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이 궁금하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원장=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장년들에게 일자리의 의미가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일자리는 복지와 연계해 생각해볼 수 있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일자리는 중장년들에게 생존과 존재의 키워드로 연결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을 확인했다.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여기서 일자리는 존재 가치를 지키고 세상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영민 숙명여대 인력개발정책학과 교수=일리 있는 지적이다. 중장년 일자리는 반드시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자존감을 갖게 하고 인생에서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가치 체계다. 지금 같은 시대, 그러니까 100세 시대에서는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면 그다음 20~30년을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한다. 은퇴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사회=지금까지 중장년 일자리 문제는 주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왔다. 일자리 확보 역할이 개인에게 온전히 책임 전가돼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장년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 국가정책의 어젠다로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기업의 참여가 중요한데 이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일자리 수급 등과 맞물려 생각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고용전략본부장=현장에서 볼 때 중장년들을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중소기업이 주를 이뤘는데 문제는 구직자와 구인 기업 간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대기업의 인식 전환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장년 직업훈련이 일자리 공급자 관점으로 재조정돼야 한다. 대기업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중장년 채용은 대기업들에는 부담이며 정부가 이들 기업에 어떠한 지원·혜택을 줄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

△사회=성공 사례가 많아져야 중장년 채용이 늘어날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액티브 시니어, 신중년, 오팔세대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중장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다채로운 일자리 발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중장년 개인마다 걸어온 길과 현재 처한 상황이 달라서 접근 방법이 다양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손 부원장=책임 부서인 고용노동부는 공공 일자리나 경력 활용 일자리 등 맞춤형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형태나 양을 늘리는 고민이 필요한데 한 예로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한 일자리 지원이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서울특별시·경기도·부산광역시 등이 지역 단위에서 계속해 실험하는 정책들이 그래서 중요하다.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형태의 방안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 창출 시도가 끊임없이 나와줘야 한다.

△사회=포스트 베이비부머와 관련된 거시적 차원의 연구는 더러 본 적이 있지만 말씀하신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 형태처럼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는 일자리 공급과 관련한 연구는 아직 나와 있지 않은 것 같다. 

이 교수=그러한 연구를 실시하기에 앞서 타깃 층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영세 중소기업은 정년이 없다.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다. 문제는 대기업 사무직과 중장년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을 고용시장에서 끌어안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사회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안전망이 구축되면 직장을 옮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낮아진다. 안정망을 구축한 상태에서 이동성은 높여주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사회=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인데 제도가 선행돼야 하지만 동시에 교육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공급될 필요가 있다.

김 본부장=현재의 중장년 세대는 경력 개발 혹은 경력 관리 등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세대다. 이런 분들이 퇴직하면 당연히 막막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의 경우 훈련을 먼저 시키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진로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컨설팅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먼저 설정하고 이후 취업 훈련을 거쳐 일자리를 얻는 순서로 가야 재취업·전직 지원 서비스의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

손 부원장=진흥원 내 지역별 인적자원위원회가 있는데 여기서 찾아가는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유연성과 접근성을 강화하고 지역의 역량을 결합하는 형태다. 최근에 발표된 사례를 보면 충남 지역의 민주노총이 주축이 돼 이직·전직 설계를 돕고 직업훈련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일자리 마련까지 도와주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사회=지난해 5월 1일부터 의무화가 시작된 고령자고용촉진법으로 논의를 옮겨보자. 전직 지원 의무화가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는데 이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이 교수=현재의 전직 지원 제도는 효율성이 낮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가령 직무 능력 향상을 원한다면 누구한테 상담을 받을지도 모른다. 겨우 직업훈련에 대한 상담이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전 생애에 걸친 경력 개발 상담은 언감생심이다. 전직을 특화시키는 것은 좋은데 해당 기관이 그 일만 해서는 안 된다.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할 때까지 경력 개발과 상담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코디네이터를 해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김 본부장=전국에 중장년 일자리 지원센터가 32곳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별도의 중장년 일자리 전담 창구가 더 많이 구축돼야 한다. 전직 지원 의무화가 시작된 것은 획기적이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것들이 많다. 특히 종업원 수가 적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뒤따라줘야 한다. 비용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정부가 비용을 지원해 모든 중장년 근로자들이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사회=전직 지원 제도가 중장년 일자리 문제 해결의 충분조건은 될 수 없을 것이고 좀 더 큰 틀에서 어떤 논의가 더 필요할까.

이 교수=중장년 일자리는 ‘이동성’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것 같다. 단순히 정년 연장으로 일할 기회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 중심의 노동 이동성을 확대해 당사자와 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손 부원장=민간 영역에서의 전직 지원 시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업그레이드를 시켜야 할 것이다. 교육 위탁 기관들의 전문성을 키우고 업종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생애 경력 계발과 직무 역량 교육을 연계해 중장년 일자리 안정을 지원하는 일본의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회=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중장년 고용 문제 역시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과 산업 환경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교육 시스템이 아직 정비돼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확실한 것은 중장년 인력들에게도 자기 분야가 있고 그 안에서의 전문성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이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해도 본인 전문성이 없는 일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러한 역량을 끌어내 일자리에 접목시킬 수 있는 관문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기사 출처 : 서울경제, 서민우 기자,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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