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진정한 축복이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페이지 정보
본문
최대환님은 2020년 6월 포항해양경찰서에서 경감으로 정년퇴직하셨습니다. 인생 2막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하시고 여러 도전들을 하셨습니다.
어떤 도전은 실패하기도 했으나, 퇴직에 따른 변화들을 직시하고 실패를 교훈 삼아 겸허하고 긍정적인 각오로 다시금 새로운 도전을 했을 때 값진 성공들을 경험하게
되셨습니다. 작년 숲길조사원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는 K-water 포항권 지사에서 경비직을 수행하고 있는 최대환님의 용기있는 인생 2막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멈춰버린 시간
저는 1985년 7월 해양경찰에 입신하여 동해안 일대 바다 지킴이로 35년 근무하다 2020년 6월 명예롭게 정년퇴직 하였습니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였으니 인생 후반은 별 걱정 없이 마냥 편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멈춰버린 시간 속에 갇혀 홀로 텅 빈 집안에 있는 듯’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무위도식이 지속되다보니 몸도 마음도 행복하지 않은 상태가 되더군요. ‘천국에 혼자 사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은 없다’는 격언이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아무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첫 도전과 실패, 그 후유증
해양경찰퇴직지원센터에서 저와 같은 이들을 위해 인생 후반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고 하여, 2020년 10월 센터의 알선으로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방송(TBS) 경북본부’에 일반 경비직에 지원하였습니다. 주위의 평판이나 시선에 고민을 하느라 잠시 망설였으나, 무엇보다 일을 하는 것이 금전적 가치 외에 비금전적 가치가 크다고 생각했기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1차 서류전형은 통과했으나 2차 면접시험에서 탈락하였습니다.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낙방한 경험이 별로 없던지라 이번 첫 도전의 불합격은 쓰라린 경험이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면 바로 성공할 수 없는 것인데, ‘첫술에 배부르기’를 고대했던 것 같습니다. 왜 떨어졌을까 돌이켜 보면, 오랜 공직생활에서 몸에 밴 체면이나 위신을 버리지 못하고, 눈높이를 낮추지 못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과거의 나를 버리지 못했던 것이죠.
첫 도전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고민은 깊어 갔습니다. 술과 담배에 찌들어 가는 삶이 하루하루 힘들었습니다. 알코올 의존인가 싶어 신경정신과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으니 알코올성 ‘분노 조절 장애’초기 증세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초라하고 실패한 나 자신의 연약함을 바로 보지 않고 피하는 방법으로 술을 마시게 되었고, 술을 마시는 동안은 불안감이 감소하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억눌려있던 화가 펑하고 터지는 것처럼 화를 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술로 나 자신을 위로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고, 초기에 명확하게 제 상태를 파악하게 된 것이니 다행이라고 봐야겠지요.
인생 2막에 아무런 준비 없이 툭 하고 던져진 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작아져버린 내 자신을 보니 퇴직 후 3년이 위험하다는 선배님의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가지려면 퇴직하기 전부터 제 2의 인생을 미리 설계하고 준비하여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인생 2막은 손바닥을 뒤집듯이 지나간 일들은 다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자고 그렇게 결심하고 또 했건만 실행에는 옮기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재도약을 위한 액션플랜
영국의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세간에 알려진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라는 문장이 있지요. 변변한 준비 없이 퇴직하고 적지 않은 시간 방황도 하느라 인생 2막도 이미 초반부가 아니기에 더 이상 지체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실패를 뒤로하고 재도약을 위하여 우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나 자신을 정비하기로 하였고, 지인을 만나 취업 정보도 탐색하는 등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 7월 해양경찰퇴직지원센터에서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숲길조사원에 지원하도록 권유를 해주었고, 센터의 안내를 받아 입사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1차 서류합격이 된 후, 화상 면접까지 줌으로 개별코칭을 해주시는 등 아낌없는 지원으로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비록 숲길조사원이 단기 계약직 업무이긴 했으나 삶의 활력을 되찾고 사회적 존재감을 회복하는데 충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만의 주특기는 뭘까? 40여 년간의 해경업무를 통해 체득하고 전문화된 내 역량은 ‘경비전문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경비업무가 내 적성과 100% 부합하여 천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본래 생각하기로는 ‘지난 해경생활 40년이 적성과 무관한 삶이었기에 퇴직하고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리라’ 였지만,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준비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 준비 과정은 현직에 있을 때 하는 것이고, 정년퇴직 하고 준비하는 것은 상당히 늦다는 것이죠. 저는 따로 준비한 것이 없기에 그간의 제가 보유한 ‘경비 업무 역량’을 활용하여 지원하였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기억하기
경비원 취업에 꿈을 갖고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답은 현장과 사람에 있었습니다. 경비원 취업에 성공하려면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라 ‘인간관계’가 성공과 실패의 근본 원인이고, 회광반조 (回光返照:남을 향해 비추는 빛을 내 얼굴로 비춘다)한다면 성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하던 중 K-water(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유역본부 포항권 지사에서 일반 경비원 구인 광고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나 공사들의 입사지원은 온라인 방식이고, 저도 온라인으로 입사서류를 제출했고, 이후에 확인해보니 20:1 그나마 종전에 지원한 기업보다 경쟁률은 낮았습니다. 이번 지원이 공기업 4번째 지원이었는데,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격언이 제게도 성취되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1차 서류합격, 2차 온라인 면접시험도 무사히 마치고 최종 합격, 2022년 1월 15일부터 입사하여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
정년퇴직 후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40여 년 함께 한 담배를 버리고 금연에 성공하였고, 최근에는 평생을 즐겨 찾던 술도 끊었습니다. 몸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상쾌하고 머리가 맑아져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니 행복은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좌절과 어둠 속 터널 안에서 현실에 분노하고 자신을 자책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또 다른 도전을 하며 존재감을 확인하는 기분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변 동료들도 저와 같이 재취업에 성공하여 근무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분 좋은 인생길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 가장 빛나는 60대를 보내도록 여러모로 지원을 해준 해양경찰퇴직지원센터 센터장님 이하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전한 바다, 깨끗한 바다, 희망의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 화이팅!!!
- 이전글인생은 살아가는 과정에 사명감을 갖는 것이다 22.04.26
- 다음글퇴직 후 만족스런 일상을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22.03.29
댓글목록
김신호님의 댓글
김신호 작성일
끊기 어려운 술과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 건강을 회복하시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평생 봉사하신 해양경찰관 생활을 잊고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살아 가시는 모습이 선배 및 후배님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것 같습니다,
최대환 선배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퇴직지원센터 자문관 박범수님의 댓글
퇴직지원센터 자문관 박범수 작성일인생 2막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