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공직 마치고 '간호학 도전'….81학번 퇴직공무원 '새내기'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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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전동호 전 전남도청 국장, 지방대 간호학과 입학
81학번에서 다시 25학번으로 "지방대 살리고, 배움도 잇고"
고령화, 부친 병간호도 영향…"내 몸 스스로 관리하고 싶어"

[무안=뉴시스] 송창헌 기자 = "공자님의 첫 가르침도 '배움(學)' 아닙니까. 지역대학도 살리고, 나이 먹을수록 내 몸은 스스로 관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죠."
대학에 입학한 지 56년 만에 전공을 바꿔 다시 대학 문턱에 선 60대 퇴직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 2021년, 35년 간의 공직을 마감하고 명예퇴직한 전동호(61) 전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조선대 토목공학과 81학번'에서 '목포과학대 간호학과 25학번'이 된 전 전 국장은 막내 자식이나 조카뻘되는 동기들과 나란히 지난 4일, 학과 오리엔테이션(OT)에도 참석했다. 몇 년씩은 더 젊은 교수님들 앞에서 입학선서도 하고 자기소개 시간도 가졌다. 56년 전 설렘 그대로 MT, 해외연수, 나이팅게일 선서,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할 각오다.
전남대 공학박사이자 도로·공항 분야 기술사인 그가 생경한 간호학에 도전한데는 오랜 꿈이자 고민이 배어 있다.
"대학은 그 지역의 경쟁력입니다. 퇴직하면 다 같이 다녀서라도 살려야 합니다." 공직 시절, 저출산이 낳은 학생수 감소를 우려하며 입버릇처럼 해오던 말을 실천하고픈 마음이 우선 컸다.
고민은 '배움'에 대한 배고픔으로 이어졌고, 2500년 전 '논어'의 첫 문장,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거나 본받거나 터득해 늘 그것을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로 만학(晩學)의 포부를 대신했다. 뒤늦은 공부라기 보다는 배움에 배움을 더하는 만학(滿學)에 가깝다.
폐부종으로 고통받다 지금은 고인이 된, 부친을 모시고 지난해 병원을 다니며 겪은 여러 경험도 자극제가 됐다. "응급실 의료기에 뜬 기호와 숫자가 무슨 뜻인지, 어떤 약이 처방되는질 몰랐고, 의료진의 당부말씀도 잘 알아듣지 못했죠. 그래서 의학지식을 좀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초고령화 사회도 고민을 더했다. 한 세대당 평균수명이 10년씩은 늘고 있어 현재 50∼60대는 90을 넘어 120세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나이 먹을수록 병원과 가까이해야 하고, 약을 잘 먹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내 몸은 스스로 관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환갑에 대학문을 두드린 이유 중 하나였다. 의술을 겸비했던 옛 유학자들처럼 '유익한 노인의 길'을 걷고 싶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다재다능도 좋은 귀감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바람도 있다. 그는 "의사, 한의사, 간호사 모두 생명을 살리는 선생님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철저히 법으로 구분돼있다"며 "AI의료 시대에 의료 칸막이를 낮추고 융합하는 길이 더 나은 의료서비스와 생명연장을 도울 것"이라며 간호사의 영역 확대도 소망했다.
학과 최고령인 그는 당찬 목표도 세웠다. "출석 20, 과제 20, 평가 60인데, 당연히 전 과목 '올 A'가 목표죠. 물론 잘 될지는 모르지만요(하하)". 그러면서 "장학금을 받으면 입학 동기들에게 한 턱 쏘겠다"는 유쾌한 공약(?)도 내걸었다.
기사출처 : 뉴시스, 송창헌 기자,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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